지금은 11시 49분 기차를 타고 Marseille로 가는 중.

여기서 세잔느의 고향 Provence를 들렀다 갈까...  TGV로 13분, 일반기차로는 40분 거리인데.
배낭여행의 즐거움이 이런 것이구나 느껴진다.
가고싶은 곳으로 맘대로 가보고, 졸다 지나가면 다시 되돌아가도 되고, 아님, 거기서 그냥 놀아도 되고..
단체여행에서는 꿈도 못 꾸는 일을 즐기고 있다.
요렇게 이동간에도 글을 쓰기가 지겹기도 하지만, 이왕 시작한거 이제와서 멈출 수도 없고,
그렇다고 처음부터 안하자니, 얼마 지나면 기억 속에 묻혀 기억하고자 할 때 아쉬울거 같고...
결국 내 성격 탓인걸 어쩌랴...
(사실 그때 기록을 하지 않았더라면, 5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그 추억을 복기하는건 불가능하다.)

프랑스 기차는 어쨌든 끝내준다.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는 코너링時 마치 경륜경기장인 벨로드롬 경기장처럼 철도가 안쪽으로 기운다.
나, 기차 타본 이후 뒤로 가는건 경험해봤지만, 커브길에서 기차가 비스듬히 기우는건 처음 느껴본다.

기채 내부는 무척 쾌적한게 끝내주는데, Provence로 가는 기차도 죽인다.
완전 완행열차 같은데, 의자 팔걸이도 없다.  우리나라 통일호도 팔걸이는 있을텐데...

의자도 서로 마주보게 고정된 의자인데, 앞에 앉은 한쌍이 서로 부둥켜안고 슬슬 분위기를 잡더니만,
급기야 진한 키스씬을 벌인다.   우~쒸~~~  우린 안중에도 없구만...
거참... 바로 코 앞에 앉아서 그러니, 문화적으로 익숙치않은 입장에서 시선 두기가 여~엉~~ 엉거주춤하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다 슬그머니 돌아보면 아직도 그러고있고...

시간이나 재다가, 그것도 지루해 엉뚱한 생각을 한다.
정말... 얘네들 기차는 화장실의 밀어내기를 어떻게 하나..??
집 떠난지 한참되는 사람들 앞에 두고 염장지르는 꼴을 보기싫어, 화장실로 가서 확인해 보니
얘네들도 기차에서의 밀어내기는 철로 한 가운데로 보낸다.
아~하~~  문화인임을 내세우는 나라도 그건 우리랑 같구나...

그럼.. 대체 철로주변은 냄새 정화를 어떻게 할까???   연일 왔가갔다하며 쏱아낼텐데...
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Provence에 도착해 시내를 돌아다니다 골목길을 접어드니 인도에 사각 신주마크가 눈에 띈다.



[CEZANNE]라고 각인되어 있는 이게 적당한 간격으로 계속 박혀있다.

아~!!  이게 세잔느와 관계가 있는거구나..  싶어, 이 마크를 계속 따라갔다.
큰 길에서 골목으로, 또 좁은 골목으로 계속 이어지다 끊어지면, 맞은 편 길을 보면 또 있다.
길을 건너라는 뜻. 




이게 재밌어서 계속 따라가 봤더니, 아주 좁은 골목 어느 집 대문 앞에서 사진 윗 부분처럼 방향을 바꿔 딱 끝났다.
바로 이 집이라는 듯...

대문 위에 뭐라 씌여있는건, 불어를 몰라 뜻은 모르겠고,
우측에 적힌 내용이, 폴 세잔느가 1839년 1월 (JANVIER가 1월이란 단어 같다.) 19일에 뭘 어쨌다는거 같은데,
우린 그냥 세잔느가 태어난 生家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뭐.. 아니라도 우리랑 상관은 없으니까...


재밌는건, 도로 중간중간 그 마크가 군데군데 빠진 흔적이 있는데,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 아닌, 후미진 골목에서에서만 빠진 것으로 보아, 누가 기념으로 파간 모양이라고 하자,
초이가 한마디 한다. ' 한국 사람이 파간거 아닐까??  우리나라 사람들 기념되는거 챙기는데 강하잖아...'

여기도 그런데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하긴 사람사는 곳이니...
근데, 요렇게 하나 둘 파가면 나중에 사람들이 어떻게 실을 따라가지???
하긴.. 그 정도되면 알아서 다시 박아 놓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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