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노루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하얀 대지 위를 띄엄띄엄 노루들이 수놓고 있다.
한마리씩 가끔 보이는 걸로 미루어 민가에서 방목하여 기르는거 같지는 않고, 야생노루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이런 철도변에 노루가 서식하진 않을테고, 아마 먹을게 없어 내려온거 같은데,
본연의 목적을 잊은 채 지나가는 열차에 눈을 맞추고있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인다.
쟤는 오늘 일용할 양식은 구한건지...

여긴 아까 국경지역보다 눈이 더 많이 온거 같다.
지금도 오고있는데, 지나는 마을의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눈에 뒤덮혀 형체가 안보일 정도다.

마을을 지나 야산을 지나는 듯 하더니, 벌판을 가로질러 다시 삼림이 우거진다.
나무들이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 너무 멋지고 아름답다.
여긴 온 세상이 완전히 눈 천지다.  그리고 그 눈 천지에 나무가지에 소담스럽게 내려앉은 눈으로 눈꽃이 피었다.
마치 봄날 매화나무에 매화가 만발한 것 같다.

잠시 기차를 세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렇게 멋지고 기가막힌 끝이 없는 설경을 감상하게 될 줄이야.
이 풍광만으로도 헝가리 여행은 족할거 같다.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안에서 자기와는 얘기도 안하고 여행기록만 챙기고 있으니
초이가 심심했던 모양이다. 



헝가리 수도인 Budapest 에서의 숙소인 Fortuna Hotel 은 원래 호텔이었는데,
영업이 안되어 Youth Hostel 스타일로 바꾼거 같다.
투숙객이 없어 넓은 방을 받았는데,방 규모로 봐서는 꽤나 고급 방이었던 듯 하다.
지금은 침대를 네개나 배치했는데, 이 방을 초이와 둘이 사용한다.

프론트에 있는 여자는 뭐가 뒤틀렸는지 처음부터 계속 무뚝뚝하다.  뭐.. 안좋은 일이 있나...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2~3일전 우리 대통령이 부다페스트를 방문했다고 들었는데, 맞느냐?' 고 물으니,
'Yes.' 한마디 하고는 끝이다.

얘네들은 고객만족, 친절서비스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구나...

호텔의 그런 썰렁함이 헝가리의 경제현황을 설명하는 듯 하다.
짐을 풀고 주변을 걸으며 아이쇼핑을 하는데, 쇼윈도우에 진열된 상품들이 우리 기준으로는 유행이 좀 지난 듯한  
올드패션의 느낌이 난다.  그나마 디스플레이된 모습도 어딘가 어색하고 세련된 맛이 없다.
게다가, 크리스마스가 불과 보름 앞인데도 쇼윈도우에 시선을 주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전반적으로 거리의 느낌이 활기가 없이 스산하다.

근데, 여기에도 중국식당은 보인다.  프론트에서 들은 바로는 평양식당도 있다고 하던데...


어제 Wien의 숙소에서 만났던, (배낭을 분실했다는) 침낭 딸랑 청년을 우연히 역에서 만났다.
자기는 베네치아로 가는데, 헝가리를 들리는게 목적이라 잠시 내렸단다.
사진만 찍고는 바로 베네치아로 간다면서 일회용 사진기를 건네며 사진좀 찍어달란다.
이미 어둠이 내린 거리를 배경으로 사진한장 딸라 찍고는 헝가리여행 끝이라는데... 
심하다..   우리보다 더한 친구구만.
근데, 이 어둠의 거리를 저 플래쉬도 안 터지는 일회용 카메라로 찍으면, 나중에 헝가리 흔적이 보일까??

침낭하나 딸랑 들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이 친구의 면모를 알 수 있었지만, 이 친구가 정말 재밌는 친구다.

사진을 찍어주니 고맙다며 베네치아行 티켓을 사러 간다던 사람이 조금 지나니 우리에게 다시 온다.
매표소에 가니 이 역에는 베네치아 가는 기차가 없다는거 같다며, 베네치아 가는 역을 몰라 어쩔줄을 모른다. 
그러니 우리보고 어쩌라고...???   
계속 안절부절하며 서성대길래, 지나는 사람에게 물어 전철을 타고 다른 역으로 가라고 알려주었다. 
나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거 같은데 왜 그래..

고맙다며 가던 친구가 다시 돌아온다. 그러더니 무척 민망한 표정으로 한마디.
'저... 아저씨 죄송한대요.  제가 헝가리는 잠시 거쳐가려고 환전을 하지않았는데, 지하철 표를 사려니...
 그렇다고 작은 돈은 환전이 안될거 같고, 죄송하지만 헝가리 돈 환전하셨으면 2불 정도만 바꿔주시면 안되요??'

으이그~~~  내가 미쳐...  

굳이 2달러를 건네주려는 청년에게 됐다며 지하철표를 사서 건네주니, 아저씨들 못만났으면 큰일날뻔 했다며
연신 고맙다며 달려간다.

무슨 여행을 저렇게 하냐??  멀어지는 그 청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초이와 둘이 한참을 웃었다.

그나저나 너 임마...  앞으로도 큰일 몇번 날거 같다.


헝가리의 식당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녁을 먹으러 들어가 발견한 메뉴.



굴라쉬스프.

요게 언뜻보면 한국의 레스토랑이나 부페에서 볼 수 있는 야채스프 같은데, 그보다 훨씬 농밀도가 진하고 매콤하다.
마치 육개장 같다고나 할까.  안에 고기도 무척 연하고 국물색깔도 실제로는 사진보다 완전 육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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