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대학살 현장 취재를 위하여 난징으로 위장 잠입한 영국의 종군기자 [조지 호그].
일본군에게 잡혀 참수 당하기 직전 중국공산당 레지스탕스에 의해 구출되어
전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상한 지역으로 가게되면서 인생이 바뀌게 된다.

전쟁고아 60여명이 아무 희망없이 머물러있는 황시.
역시 아무 의미없이 이곳에 머물던 그는 점차 아이들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하고
더럽고 암울한 그 곳에 삶의 빛을 심어나간다. 
황폐한 대지에 야채를 자라게하고, 그에게 거리를 두던 아이들 마음에 정을 피우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군부대가 이곳에 진입하면서 아이들을 징병대상에서 보호하기 위해
그는 아이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하는데...



전혀 관심도 안두던 영화였다.  그러니 내용이 뭔지도 몰랐다.
일요일 식구들과 홍대앞 회전초밥으로 점심을 먹고 청파동에서 커피를 마시다
지연이의 제안으로 강남 CGV로 고고...

당초 보려했던 영화 [신기전]의 시간이 맞지않아 아무 생각없이
가장 기다림이 적은 영화로 택한 영화 [황시].  
[황시]가 뭘 의미하는건지도 몰랐다.




도대체...
60여명의 청소년 아이들을 데리고 1000Km, 그것도 산악의 험난한 지형을
눈보라가 몰아치는 극한의 시간을 포함해 석달에 걸쳐 이동을 한다는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성인이라곤 단 네명, 게다가 두명은 여자, 더구나 한명은 할머니.

영화 마지막에 이제는 모두 할아버지가 된 당시 소년들의 증언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임을 입증하지만
모두가 [조지 호그]에 대한 이야기일뿐 대장정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게 좀 아쉽다.
[내가 미처 듣지 못하고 지나쳤는지도...]

나오면서 본 영화포스터에는 [한 남자의 감동실화]라고 표현하고 있었는데,
그 문구를 미리 안본게 좋았다는 생각이다.  감동을 기대하고 봤다면 오히려 다소의 실망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과 치열한 갈등을 겪는 모습보다는 생각보다 쉽게 동화되는 모습으로 화면은 전개되었고,
뭔가 뭉클한 감동을 주기에는 주변의 도움이 너무 쉽게 이루어져 주인공의 의지가 드러날 틈이 적었다.

그렇다고 [황시]가 무의미하고 건조한 영화는 아니다. 
그냥 무심히 화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영화가 진행되면서 잔잔하게 와닿는게 분명 있다.


세상에는 전혀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삶을 살게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것을 [운명]이라고들 말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삶이 마음에 들지않을 경우 
운명적인 삶을 거부하는 몸짓들을 많이 한다.  

[조지 호그]는 운명을 인정하고 그 삶에 순응한 사람이었다.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그가 중국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짧은 삶을 마쳤다.
그를 알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가 어디서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몰랐겠지만,   
70년이 지난 지금 그가 함께 했던 사람들의 증언과 함께 그는 세계의 문화공간에서 다시 부활했다.

영화 [황시]는 운명에 순응하여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던 사람들을 위해 진지한 삶을 살다간  
그에게 주는 훈장이다.  


영화가 끝난 다음 두가지 생각이 들었다.

참... 사람이 산다는게 뭔지...  한순간의 선택으로 1년 정도의 사이에 저렇게 삶이 바뀌는 수도 있구나...
원래 그런걸 꿈꿨던 계몽가나 박애주의자도 아니었는데.

그 순간,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을거 같던 사람도 
내게 이미 예정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본인들...  정말 곳곳에서 몹쓸 짓 많이 했네.



 

제목은 이게 확실한데..

근데 왜 한글포스터와 영문포스터의 남녀배우 이름이 반대지??
어떤 이름이 누구 이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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