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어선 막말방송
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2008. 6. 5. 09:05 |나는 TV 프로를 쟝르 구분없이 두루두루 폭넓게 보는 편이다.
밤에는 TV를 볼 기회가 별로 없지만 주말에 TV를 틀면 이것저것 특별히 가리지않고 본다.
가장 즐기는건 토론프로와 고발프로, 그리고 스포츠프로지만, 음악, 코미디, 드라마까지 다 즐긴다.
가끔 일일드라마 이야기를 하면 남들이 경이롭다는(?) 눈길을 보낸다.
무슨 남자가 일일드라마까지 꿰고 있냐고...
근데, 사실 내가 일일드라마 방영시간에 집에 있을 수도 없다.
그저 어쩌다 우연히 재방송 한두번 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드라마라는게 스토리가 뻔한거 아닌가. 갈등구조라든지 스토리전개가 대충 그려지니까...
그런데, 요즘 방송을 보면 정말 짜증이 절로 나는 쟝르가 있다.
소위 연예인을 중심으로한 오락프로와 오락성 토크프로.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나, 특히 주말 저녁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면, 보이는 얼굴들이 거의 똑같다.
게다가 보여주는 내용이나, 행동, 그리고 말투도 다르지가 않다.
정해진 몇명이 이리저리 매트릭스처럼 조합을 이뤄가며 프로의 이름만 달리 할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방송에 나타난 변화 중의 하나는, 프로를 이끌어가는 MC의 교체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닌, 주체의 교체가 이루어졌다.
아나운서가 대부분이던 MC의 자리가 어느순간 연예인으로 채워진 것이다.
오락프로는 물론, 토크프로와 시사프로까지 연예인으로 점령당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연예인의 대부분은 개그맨 출신이다.
연예인이 프로를 진행한다고 해서 문제시 삼을 일은 아니다.
연예분야의 전문성을 살린다거나, 연예인의 끼를 살려 더 부드럽고 흥겨운 진행이 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개그맨이라고 안될 이유는 없다.
연예쟝르 중에 가장 순발력을 요하고, 기지를 요하는게 개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좋고 입담 좋은 사람이 자칫 어색할 수도 있는 상황을 재치있게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놀랍고도 부럽다.
그런데, 요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그들의 방송에 대한 인식이다.
언제부터인지 MC들과 패널들의 대화가 자유로움을 빙자한 장난투로 변하는가 하더니,
이제는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처음 한두사람에 의해 전파(?)되던 이런 행동이 유행을 넘어 당연한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는듯 하다.
소위 호통개그의 원조라는 이**를 비롯해, 박**, 김**, 전** 이 기세를 부리더니,
이제는 지**, 탁** 까지 거명하기도 숨찰 정도로 많은 연예인들이 너도나도 따라하기 바쁘다.
아니 따라하는 정도가지고는 양이 안차고 자극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점점 강도가 높아지더니,
이제는 아예 집단MC들이 출연진을 대놓고 윽박지르는 양상까지 치닫고 있다.
그런 현상에 불을 지핀 공로자가, 온라인방송 출신이라는,
이름(어차피 가명이겠지만)도 방송용어로는 비속어인 김**.
함께 하는 출연자 뿐이 아니라 시청자도 아랑곳하지 않는, 가히 안하무인격인 그의 언행을 보면
기가참을 넘어 역겹기까지 하다.
방송을 公器라고 한다. 국어사전에 명기된 公器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사회의 구성원 전체가 이용하는 도구.
2 공공성을 띤 기관이나 관직을, 사회의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르는 말.
신문이나 방송 따위의 언론 기관 따위가 이에 속한다.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면, 사회 구성원 전체는 방송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사회의 미래를 담당해야할 우리의 아이들은 어떤 영향을 받고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한숨 뿐이다.
모든 것에는 지켜져야하고 지켜줘야할 금도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방송이 상업화되고 시청율을 쫒는 해바라기가 되어버렸다지만,
방송 스스로의 자존심을 생각해서라도 지켜야할 선은 방송인 모두가 스스로 지켜줘야한다.
위에 언급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방송인이라고 말하고, 방송에서도 그들을 칭할 때 방송인이라고 칭한다.
그렇다면, 정말 자신들이 방송인이 맞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더 이상 오염시켜서는 안된다.
또한, 방송은 시청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돈을 내고 영화를 보듯, 시청료를 내고 방송을 본다.
때문에 방송은 민의를 대변하며, 새로운 소식과 폭넓은 지식의 전달을 통해 시청자의 안목을 높혀줄 수 있어야 한다.
오락프로의 경우는 시청자에게 건전함을 바탕으로한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의 방송 오락프로는 주객이 전도되어 버렸다.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게 아니라, 출연자 그들만의 즐거움을 시청자가 지켜보는 격이 되고말았다.
반말은 기본이고, 막말에,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행동들을 보면
이게 과연 공영방송이 맞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그런데, 그렇게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들보다 내가 더 이해가 안가는 사람들이 있다.
출연하는 연예인들이야 튀는 모습을 통해 존재감을 알려야한다는 생존의 문제 때문이라고 넘어간다 하더라도
프로를 만드는 PD를 비롯해 제작과 편성을 책임지는 책임자들이 가지고있는 인식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실질적으로 방송의 기능을 정의하는 그들이 방송에 대해 갖는 가치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묻고싶다.
당신들은 대한민국의 公器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인지...
아님, 교내 방송제 프로그램을 만드는 아마츄어들인지...
요즘 언론은 연일 광우병과 관련된 보도로 넘친다.
거리엔 며칠째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건강에 위해한 위험요소가 근본적으로 제거될 때 까지 쉽게 멈추지 않겠다는 기세다.
그렇다면,
국민의 정신건강, 그리고, 사회의 건강한 도덕성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도
이렇게 모든 언론과 모든 국민이 나서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신체적 오염이나 훼손은 의학의 발달과 함께 특효약에 의한 단기치유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신의 오염이나 훼손은 특효약이 없다는게 문제다.
특히 지각력이 떨어지고 무의식을 통한 대중에의 전염성이 강해 장기적으로도 집단치유가 쉽지않다.
출연진 스스로가 자정을 하지 못하고,
이미 공범이 되어버린 제작자들이 문제인식을 못하고 있다면,
이제는 시청자들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 시청자마저 더이상 집단최면에 빠져서는 곤란하다.
근데... 어떻게 잡아야하지???
힘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뭉치는 것 뿐인데, 이미 많이 물이 들어버렸으니...
문득 유재석, 신동엽, 서경석 같은 이름이 생각나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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