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 구호에 담겨있는 의미
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2008. 5. 23. 04:53 |술자리에서 의례하는 의식(?)이 있다.
첫 잔은 모두 함께 잔을 높히 들고 구호를 외치는 것 - 소위 말하는 건배다.
소수일 경우에는 구호를 외치며 모두의 잔을 함께 가볍게 맞대고,
다수일 경우에는 잔을 높이 들고 구호를 외친 후 앞사람 옆사람 등 가까운 사람끼리 잔을 맞댄다.
언제부터, 또, 왜 그러는지는 아마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거 같다.
옛날에 술을 통한 독살의 위험을 서로 방지하기 위하여 서로 잔을 부딪히며 술이 튀면서 섞임으로써
서로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함이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본거 같은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누구든 태어나서 처음 술잔을 잡으면 이 건배부터 배우게 된다.
아마 서로에 대한 친근감과 일체감의 표시, 그리고 함께 하는 공동체의 목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함이 아닐까.
세계 각국에 건배 문화가 있는 것을 보면
술을 앞에 놓고 생각하는 마음은 인종을 떠나 다들 비슷한 모양이다.
건배시의 구호를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치어스]라고 하는거 같은데, 같은 영어권이면서도
캐나다에서는 [토스트]라고 한다고 들었다. 왠 토스트??? (이건 칼라님이 아실라나...)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몇가지 주워들은 서당개의 풍월로 네덜란드에서는 [프로스트]라고 들었고,
프랑스의 구호는 발음이 어려워 잊어먹었다. 당시 무슨 티켓에 메모를 했었는데... 없네...
한자문화권인 동북아시아의 경우, 우리는 [건배], 일본은 [간빠이]라 하고, 중국은 [칸페이]라고 한다는데,
한자를 읽는 언어상 발음의 차이일 뿐 한자는 똑같다.
건배의 한자표기 [乾杯]의 乾은 [하늘 건]이라는 뜻 외에도 [마를 건]이라는 뜻도 있다.
한자 풀이만으로 직역하면 [잔을 마르게 한다]는 의미이니, 결국 [잔을 비우자]는 의미가 되겠다.
결국 주당들이 호방한 모습으로 소리높여 제창하는 [원샷]이 건배의 정확한 의미가 아닌가 싶다.
하고싶은 얘기를 꺼내기 위한 서두가 너무 길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건배구호에 대한 이갸기를 하려했던 것인데...
건배구호를 들여다보면 짧은 구호 속에도 시대의 시류가 포함되어 있음을 느낀다.
삶의 모습과 정신, 그리고 톡톡 튀는 풍자가 집단의 구호 속에 녹아있는 것이다.
건배의 가장 기본적이고 근간은 [위하여~~~]다.
[위하여]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여 가장 롱런하고 있는 건배구호의 바이블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위하與]는 여당의 구호이고, 야당은 [위하野]라고 해야한다고 하지만, 어쨌든 스테디셀러다.
직장인들의 단체회식장소에서는 이 [위하여]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위하여!' 하고 선창을 하면 모두가 만세삼창을 하듯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하고 화답하는데,
이때 원칙은 '위하여'를 길게 끌지않고 단호하고 기백있게 스타카토로 짧게 끊어쳐야 한다는 점.
예전 내가 학창시절에는 [지화자 좋다]라는 구호를 시용하기도 했다.
사회자나 모임의 좌장이 '지화자~~' 하고 선창을 하면, 참석자들이 '좋~~다~~~' 하고 화답을 한다.
이건 [위하여]와는 반대로 자락을 길게 끌어줘야 한다. 고유의 토속적인 흥겨움이 묻어나는 구호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한때 [개나발]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라는 의미인데, 산업화시대 말기 노사간의 갈등 해소를 위해
주로 직장에서 유행한 구호라 할 수 있다.
1990년 IMF가 도래하면서 생긴 구호는 역시 [IMF]다.
IMF로 인해 직장을 잃은 동료들끼리 모여 한잔 술과 함께 마음을 달래며 자신들의 처지를 희화화한 구호.
'I am F' 대학 F 학점을 비유하여 자신들은 사회의 실패자(a failure) 혹은, 바보(fool) 라는 자조적인 아픔이 담겨있다.
건배 구호는 아무래도 술자리모임이 잦을 수 밖에 없는 직장과 관련된 구호가 많은데,
[개(계)나리]라는 구호도 역시 직장에서 제조(?)된 구호다.
이 구호는 평소 위계질서가 비교적 엄한 조직에서 분위기쇄신 차원에서 사용되는 구호이다.
[계급장 떼고, 나이 잊고, Refresh하자]는 의미로, 권위를 버리고 하나가 되자는 의미.
또한, 외곽지나 오지, 혹은, 근무여건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구호가 있다.
[나가자]. [나라를 위하여, 가정을 위하여, 자신을 위하여] 묵묵히 일하자는 다짐.
년령층에 따라 달라지는 구호도 있다.
사십대 중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구호 [진달래]는 [진하고 달콤한 미래를 의하여]라는 의미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고있지만, 이게 변형되어 가끔은 여성에 대한 작업용멘트로 쓰이는 모양이다.
오십대의 구호는 [나이아가라]다. 한사람이 '나이야~~' 선창하면 일행이 '가라~~'라고 화답한다.
나이를 잊고 열심히 재밌게 살자는 뜻.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노년층의 구호는 [구구팔팔 일이삼사]라고 한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이틀 앓다가 삼일째 깔끔하게 죽자]는,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다가
자식 속 썩이지말고 깨끗하게 생을 마감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인 것이다.
반면에, 술을 즐기는 예전 세대의 호방한 집단 음주문화보다
술 보다는 분위기를 즐기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구호는 그들의 술에 대한 취향만큼이나 모던하다.
예를 들면, 20대들은 [원더걸스] 같은 구호를 즐겨 사용한다고 한다.
[원하는 만큼 더하지말고 걸러가면서 스스로 알아서 마시자]라는 의미로, 과음하지말고 주량껏 마시면서 즐기자는
신세대들의 감각이 돋보이는 구호라고 생각된다. 사실 바람직한 얘기다.
최근엔 상당히 세련되면서 낭만적인 구호도 많이 생성되고 있다.
[멋지게, 진솔하게, 인생을 생기있게]라는 뜻을 담은 [멋진인생]이라는 구호도 있지만,
비슷한 내용의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배구호가 있다.
당.신.멋.져.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그리고 져주면서 살자.
내가 이 구호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마지막 문구 - [져주면서 살자] 때문이다.
각각의 멘트가 좋지만, 특히 져주면서 살자는 말이 은근하게 와닿는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져주는] 삶.
져주는 것이 항상 멋지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갖추지 못하고 부족함이 많아 보일 때 져주는 것은 [져주는 것]이 아닌 [지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마음과 정신이 여유롭고 객관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이 져주는 모습이 멋지게 보이는 것이다.
중후한 인생의 멋이 묻어나오는 [당신멋져].
정말 그렇게 당당하고 신나고 멋지면서도 져주면서 사는 넉넉함마저 보여줄 수 있다면
남들이 나에게 '당신 멋지다.' 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울러 내가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이 그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정겨운 이들과 함께 어울릴 술자리가 있다면 술잔을 맞대며 외치련다.
당신멋져~~~
첫 잔은 모두 함께 잔을 높히 들고 구호를 외치는 것 - 소위 말하는 건배다.
소수일 경우에는 구호를 외치며 모두의 잔을 함께 가볍게 맞대고,
다수일 경우에는 잔을 높이 들고 구호를 외친 후 앞사람 옆사람 등 가까운 사람끼리 잔을 맞댄다.
언제부터, 또, 왜 그러는지는 아마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거 같다.
옛날에 술을 통한 독살의 위험을 서로 방지하기 위하여 서로 잔을 부딪히며 술이 튀면서 섞임으로써
서로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함이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본거 같은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누구든 태어나서 처음 술잔을 잡으면 이 건배부터 배우게 된다.
아마 서로에 대한 친근감과 일체감의 표시, 그리고 함께 하는 공동체의 목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함이 아닐까.
세계 각국에 건배 문화가 있는 것을 보면
술을 앞에 놓고 생각하는 마음은 인종을 떠나 다들 비슷한 모양이다.
건배시의 구호를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치어스]라고 하는거 같은데, 같은 영어권이면서도
캐나다에서는 [토스트]라고 한다고 들었다. 왠 토스트??? (이건 칼라님이 아실라나...)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몇가지 주워들은 서당개의 풍월로 네덜란드에서는 [프로스트]라고 들었고,
프랑스의 구호는 발음이 어려워 잊어먹었다. 당시 무슨 티켓에 메모를 했었는데... 없네...
한자문화권인 동북아시아의 경우, 우리는 [건배], 일본은 [간빠이]라 하고, 중국은 [칸페이]라고 한다는데,
한자를 읽는 언어상 발음의 차이일 뿐 한자는 똑같다.
건배의 한자표기 [乾杯]의 乾은 [하늘 건]이라는 뜻 외에도 [마를 건]이라는 뜻도 있다.
한자 풀이만으로 직역하면 [잔을 마르게 한다]는 의미이니, 결국 [잔을 비우자]는 의미가 되겠다.
결국 주당들이 호방한 모습으로 소리높여 제창하는 [원샷]이 건배의 정확한 의미가 아닌가 싶다.
하고싶은 얘기를 꺼내기 위한 서두가 너무 길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건배구호에 대한 이갸기를 하려했던 것인데...
건배구호를 들여다보면 짧은 구호 속에도 시대의 시류가 포함되어 있음을 느낀다.
삶의 모습과 정신, 그리고 톡톡 튀는 풍자가 집단의 구호 속에 녹아있는 것이다.
건배의 가장 기본적이고 근간은 [위하여~~~]다.
[위하여]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여 가장 롱런하고 있는 건배구호의 바이블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위하與]는 여당의 구호이고, 야당은 [위하野]라고 해야한다고 하지만, 어쨌든 스테디셀러다.
직장인들의 단체회식장소에서는 이 [위하여]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위하여!' 하고 선창을 하면 모두가 만세삼창을 하듯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하고 화답하는데,
이때 원칙은 '위하여'를 길게 끌지않고 단호하고 기백있게 스타카토로 짧게 끊어쳐야 한다는 점.
예전 내가 학창시절에는 [지화자 좋다]라는 구호를 시용하기도 했다.
사회자나 모임의 좌장이 '지화자~~' 하고 선창을 하면, 참석자들이 '좋~~다~~~' 하고 화답을 한다.
이건 [위하여]와는 반대로 자락을 길게 끌어줘야 한다. 고유의 토속적인 흥겨움이 묻어나는 구호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한때 [개나발]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라는 의미인데, 산업화시대 말기 노사간의 갈등 해소를 위해
주로 직장에서 유행한 구호라 할 수 있다.
1990년 IMF가 도래하면서 생긴 구호는 역시 [IMF]다.
IMF로 인해 직장을 잃은 동료들끼리 모여 한잔 술과 함께 마음을 달래며 자신들의 처지를 희화화한 구호.
'I am F' 대학 F 학점을 비유하여 자신들은 사회의 실패자(a failure) 혹은, 바보(fool) 라는 자조적인 아픔이 담겨있다.
건배 구호는 아무래도 술자리모임이 잦을 수 밖에 없는 직장과 관련된 구호가 많은데,
[개(계)나리]라는 구호도 역시 직장에서 제조(?)된 구호다.
이 구호는 평소 위계질서가 비교적 엄한 조직에서 분위기쇄신 차원에서 사용되는 구호이다.
[계급장 떼고, 나이 잊고, Refresh하자]는 의미로, 권위를 버리고 하나가 되자는 의미.
또한, 외곽지나 오지, 혹은, 근무여건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구호가 있다.
[나가자]. [나라를 위하여, 가정을 위하여, 자신을 위하여] 묵묵히 일하자는 다짐.
년령층에 따라 달라지는 구호도 있다.
사십대 중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구호 [진달래]는 [진하고 달콤한 미래를 의하여]라는 의미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고있지만, 이게 변형되어 가끔은 여성에 대한 작업용멘트로 쓰이는 모양이다.
오십대의 구호는 [나이아가라]다. 한사람이 '나이야~~' 선창하면 일행이 '가라~~'라고 화답한다.
나이를 잊고 열심히 재밌게 살자는 뜻.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노년층의 구호는 [구구팔팔 일이삼사]라고 한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이틀 앓다가 삼일째 깔끔하게 죽자]는,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다가
자식 속 썩이지말고 깨끗하게 생을 마감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인 것이다.
반면에, 술을 즐기는 예전 세대의 호방한 집단 음주문화보다
술 보다는 분위기를 즐기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구호는 그들의 술에 대한 취향만큼이나 모던하다.
예를 들면, 20대들은 [원더걸스] 같은 구호를 즐겨 사용한다고 한다.
[원하는 만큼 더하지말고 걸러가면서 스스로 알아서 마시자]라는 의미로, 과음하지말고 주량껏 마시면서 즐기자는
신세대들의 감각이 돋보이는 구호라고 생각된다. 사실 바람직한 얘기다.
최근엔 상당히 세련되면서 낭만적인 구호도 많이 생성되고 있다.
[멋지게, 진솔하게, 인생을 생기있게]라는 뜻을 담은 [멋진인생]이라는 구호도 있지만,
비슷한 내용의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배구호가 있다.
당.신.멋.져.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그리고 져주면서 살자.
내가 이 구호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마지막 문구 - [져주면서 살자] 때문이다.
각각의 멘트가 좋지만, 특히 져주면서 살자는 말이 은근하게 와닿는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져주는] 삶.
져주는 것이 항상 멋지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갖추지 못하고 부족함이 많아 보일 때 져주는 것은 [져주는 것]이 아닌 [지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마음과 정신이 여유롭고 객관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이 져주는 모습이 멋지게 보이는 것이다.
중후한 인생의 멋이 묻어나오는 [당신멋져].
정말 그렇게 당당하고 신나고 멋지면서도 져주면서 사는 넉넉함마저 보여줄 수 있다면
남들이 나에게 '당신 멋지다.' 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울러 내가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이 그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정겨운 이들과 함께 어울릴 술자리가 있다면 술잔을 맞대며 외치련다.
당신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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