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와 아전인수
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2008. 2. 23. 00:21 |신 정부 장관내정자들의 평균 재산이 39억원이라고 한다.
부동산의 경우 공시지가 기준으로 산정했을테니 시가로 따진다면 50억은 충분히 될 것이다.
머리가 멍해진다. 이런 현상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궁금했다.
재테크에 능력있는 분들로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됐으니 이제 정말 우리 경제가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갖게될까.
하지만, 오전에 네티즌의 반응이나 언론의 동향을 보니 내 생각이 틀리지않았음이 확인된다.
그게 더 슬프다. 국민 대다수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어째서 본인들은 생각을 못하는지 그게 서글픈 것이다.
재산이 많다는 것이 흠결이 될 수는 없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공인의 경우는 다르다. 엄연히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 여권에서는 재산이 많더라도 투기한 것이 아니고 정당하게 세금을 냈으면 문제될게 없다고 말한다.
내 생각에 그런 단순논리의 사고를 가지고있는 사람은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정치라는게 무엇인가?
정치란 백성을 잘 살게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백성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백성의 삶을 이해하고 신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재산이 많은 사람이 장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게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장관이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한다는건 일반 국민들과는 어딘지 동떨어져 보인다.
게다가 이번 장관 내정자들의 다수는 강남에 아파트를 몇채씩 보유하고 있다.
지난 5년간의 강력한 부동산억제정책에 모질게 버텨왔다는 얘기다.
오늘 오전에 대통령 당선인이 장관내정자와의 간담회에서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노력하라고 강조했단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서민경제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나도 장바구니 물가를 모른다. 배추 한포기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난 비싼건지 아닌지 감각이 없다.
아울러 종부세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다. 31평 아파트 하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를 유학보내고있는 나에게 환율은 큰 관심사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수준에 맞는 것에 관심을 갖고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상위 1%의 초상류층 사람들의 인식에 서민물가가 얼마나 현실감있게 느껴질까.
내 좁은 소견으로, 그들은 물가보다 종부세 등의 부동산 세법에 더 큰 관심이 가지 않을까 싶다.
강남에 아파트를 몇채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부동산 가격안정 정책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일까.
투기만 아니면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의 사고를 단순논리라고 폄하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강남에 아파트가 있고, 자녀들을 유학보내고, 전국 곳곳의 토지를 보유하고, 골프 및 콘도회원권을 다수 보유한 장관들.
그들이 내놓을 부동산정책과 교육정책이 어떤 것일지, 그들이 생각하는 환경정책과 복지정책은 어떤 것일지,
국민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괴리감, 그리고 이질감을 그들은 너무도 모른다. 모른 척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청와대 수석 내정자에 대해 교수 재직시 제자논문 표절의혹이 제기되자. 당선인 측의 반응은 이랬다.
'일부 문제가 있다고는 인정되지만, 직무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또 다른 인수위 관계자가 했다는 기사를 보며 나는 경악했다.
'약심검증만 해도 60%가 떨어져 나가더라. 솔직히 20여년 전에 자녀교육을 위해 위장전입 생각 안해본 사람이 누가 있겠나.'
신 여당은 과거 장상氏와 장대환氏의 총리인준과정에서 자녀의 국적,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등의 문제점을 적시하며
그들을 낙마시켰다. 현 정부에서도 김병준氏의 교육부총리 지명에 논문표절의혹을 제기하여 개가(?)를 올렸다.
과거나 현 정부의 편을 들고자하는게 아니다. 난 오히려 그때 그 검증이 잘됐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잣대가 다르면 안된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고도의 도덕관을 요구했으면, 본인들도 그 잣대를 기준으로 삼는게 당연하다.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키워드 중 하나가 [실용주의]다.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다. 지역편중이나 다른 사람들의 지적은 문제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탕평]이라는 말이 왜 생겼을까...
그렇게 능력있는 사람만으로 모든게 뜻대로 잘 이루어졌다면, 우리 역사의 힘든 고비마다 당시의 통치자들은
왜 인사에서 탕평책을 선택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답은 [민심수습] 혹은 [국민화합]이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들의 집단이라도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전대의 통치자들이 전해주는 교훈인 것이다.
실용주의는 분명 소신을 갖고 합리성과 효율을 지향하는데 매력적인 이념이다.
하지만, 이것이 아전인수로 오해되어서는 안된다.
더더욱 유유상종처럼 보여져서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영남에 기반을 둔 사람이 영남사람만 쓰면서 '능력을 최우선으로 했다' 고 표현하는 것은,
다른 지역 사람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도 있으며,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있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다소 문제는 있지만 직무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고
감싸는 것은 생각에 따라서는 자신의 기준으로 본 도덕적 불감증 때문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잘 해보고자 의욕적으로 내세운 [실용주의]가치를
[아전인수]와 [유유상종]이라는 오해에 물들게 할 수도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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