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맞는 처신을 할 수 있을 때 당당하게 취하라
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2008. 3. 7. 09:14 |1995년 시작한 골프를 2005년 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고교동창모임, 대학동창모임, ROTC모임 등 매번은 아니더라도 띠엄띠엄 참석하던 각종 골프모임을 모두 접고,
작년에는 보유하고 있던 회원권도 처분하고, 그나마 내가 만든 골프동호회의 방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무방어전하듯 한달에 정모만 두번 나가던 것을, 작년 말로 방장에서 물러난 이후는 골프채를 잡지도 않았다.
골프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다. (운동인지 레져인지 취미인지는 아직도 구분이 잘 안되지만...)
골프를 처음 시작한 것도 집사람의 권유에 의해서였는데, 사실 처음에는 집사람의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습장 레슨비만 해도 적은 돈이 아니지만, 배우더라도 필드에서의 1회 라운딩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 비용이면 가족 전체가 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데, 당시 우리 집의 수입과 아이들에 대한 지출 등을 감안할 때
나 혼자의 취미생활을 위하여 그 비용을 사용한다는 것은 가족들에게도 미안한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사람의 강권에 의해 결국 골프를 접하게 되었고 나름대로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하여 좋아하던 골프를 멀리하게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은 시간이 별로 나지 않는다.
건물을 짓고 샤브미를 운영하면서 한가로이 연습장을 다닐 시간도 없을 뿐 더러 더우기 필드에 나갈 여유가 없다.
한번 라운딩을 나가면 왕복 이동시간을 포함하여 얼추 한나절이 다 지나는게 다반사인데,
처음 가게를 연 입장에서 주인이랍시고 골프장에 나다니는 것이 직원들에게 왠지 미안하고 개운치가 않다.
가게가 안정되고 성업 중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얼추 10년을 치면서 아마튜어 골퍼 입장에서 평균치 이상을 어지간히 이루다보니 흥미도 좀 떨어진다.
어느 한계에 이르니 스코어도 매번 비슷하고, 그 이상이 되려면 완전히 매달려야 하는데, 그럴 이유는 없을거 같고...
그러니 다소 시들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역시 비용이다.
건물을 짓고 가게를 오픈하느라 받은 대출이자가 엄청나게 발생하다보니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고,
가장 대표적인 소비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 것이 코스트가 높은 취미생활인 골프였기 때문이다.
모든 골프모임에의 참석을 중단한 어느 날 가까운 친구에게서 왜 골프모임에 나오지 않느냐는 전화가 왔다.
[돈이 없어서]라는 나의 대답에 이 친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금치 못한다.
그리고는 내뱉는 말, '얌마... 강남의 건물주가 돈이 없어서 골프를 못 친다는게 말이 되는 소리냐...???'
'그래!! 바로 그 말 때문이다.' 내가 그 친구에게 들려준 변명아닌 변명은 이랬다.
누구든지 다 너처럼 생각할거다. 하지만, 내가 매월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천오백만원이 넘는다.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 내기도 바쁘다. 골프모임에 나가려면 나갈 수도 있다.
그런데, 무슨 기금 같은걸 모금할 때, '20만원씩 걷도록 하자. 상범이는 아무래도 남들보다 여유가 있으니 50만원 내고...'
이럴 때, '난 니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여유가 없으니 그렇게 못낸다.' 고 하면 다들 뭐라 그럴까...
'허구헌날 이쪽저쪽 골프는 치러다니면서, 돈 얘기만 나오면 맨날 여유가 없다지... 쫀쫀한 놈. 하여간 있는 놈들이 더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나 같아도 그럴테니까. 그럼, 그런 소리 듣지않으려면 어떻해야돼??
아예 아무데도 나가질 말아야지. 감당하지 못할 행동은 하지않는게 맞다.
하루는 후배가 찾아와 묻는다.
'형... 차를 새로 하나 뽑으려하는데, BMW로 뽑으면 어떨까???'
그 후배에게 이렇게 답변했다.
네가 BMW를 타는만큼 주위사람에게 넉넉하고 여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면 타라. 하지만, 폼만 잡을거라면 타지마라.
BMW를 탄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남들에 비해 생활에 여유가 있는걸로 보인다. 남들은 그런 시선으로 너를 본다.
그렇다면, 그 차를 타고나간 모임에서 가끔씩은 네가 지갑을 열 수 있어야 남들이 너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멋진 사람으로 인정을 하지, 매번 더치패이를 한다거나, 오히려 돈이 없다는 식으로 꽁무니를 빼면 결국은 폼만 잡는
쫀쫀한 사람이라고 뒤에서 수근대지 않겠니.
무엇을 하고 싶으면,
무엇을 취하고 싶다면,
거기에 걸맞는 행동과 처신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자.
그게 가능하다면 당당하게 취하고 행동하자.
그럴 여유가 안되거나, 그럴 마음이 없다면 하지 않는게 낫다.
자칫 허세만 가득한 실없는 사람으로 보이거나, 오히려 초라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분수다.
또한 모나지않는 삶의 조화를 이루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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