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친구 부인상 소식을 듣고 빈소를 다녀왔다.
부모상과는 또 달리 본인상이나 부인상은 상주를 마주하는 마음이 상당히 무겁다.

상주 완장을 찬 아들에게 예를 갖추고 일어서니, 그 옆에 친구가 서있고,
뒤 편 장모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데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냥 손만 잡았다.

한 달 전에도 다른 친구의 부인상이 있었는데, 한달 사이 두 친구의 부인이 운명을 달리 한 것이다.
아이들의 결혼 등 함께 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그 때마다 마음에 와닿는 외로움이 클 거 같다.
빈소에서 만난, 7년 전에 상처한 다른 친구는, 한동안은 길을 가다가도 울음이 나오더란다.
 
나는 상을 당한 친구의 부인을 본 적이 없지만,
평소 가까이 지내던 친구로 부터 전해들은 바로는 부인이 너무 착했단다.
모든 부부가 마찬가지겠지만, 살다보면 남편에게서 속 썩는 일이 왜 없겠는가.
그렇더라도 친구의 부인은 남편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혼자 삭이는 편이었다고.
돌아가기 전에 식사도 거의 하지 못하고 잠도 이루지 못해 수면제를 복용하곤 했던 모양이다.
많은 친구들이 스트레스에 기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들을 한다.  
먼저 상을 당한 친구의 부인도 비슷했던 모양이다.


간혹 "선배님도 부부싸움을 하느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때 마다 "부부싸움 안하는 부부가 어딨나?  빈도수, 혹은 주기와 강도와 화해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평생 부부싸움 한번 없이 사는 부부가 있을라나.." 라고 대꾸한다.

그런데, 내가 봐도 부부싸움이란 단어가 연상되지 않는 부부가 더러 있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왜 부부간에 갈등이 없겠는가. 다만, 남들보다 좀더 지혜롭게 극복할 따름이겠지.


스트레스가 만 병의 근원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다양한 문화가 발달하면서 놀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현대사회지만, 그런 것들이
생활 속에서 마음 깊숙한 곳에 알게 모르게 쌓여가는 감정의 침전물까지 세척하지는 못한다.
결국은 토해내야 하는데, 이 토하는게 바로 [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토악질을 흉허물없이 받아줄 사람은 역시 배우자 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마음 속에 담아두지만 말고 할 말을 하는 적당한 부부싸움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부부생활의 비결인거 같다.
부부간에 참는 것만이 미덕은 아니다. 조금은 역설적이지만, 배우자를 혼자 남겨두지 않으려면 그렇다.

짜증을 낸다는건 아직 관심이 소멸되지 않았다는거다. 그것도 남아있는 情의 한 부분인 것이다. 
그래서 미운 정 고운 정이라 하지 않는가.


부부싸움을 안한다?  그건 진정한 부부관계가 아니니까 그렇지...  



이때 이후 30년 가까이 우리가 남들에게 부럽게 보이는 부부로 함께 할 수 있는 이유는,
부부싸움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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