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서로가 노래 부르는걸 좋아한다.
한 사람이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다섯 시간동안 노래를 불러본 적이 있다고 하자,
또 한 사람이 자기는 뉴욕에서 그래본 적이 있단다.
그럼 언제 날 잡아 한번 해보자고 그랬다.


- 선배님~ 지난 번 얘기했던 다섯 시간 노래 대장정 하셔야죠?
> 어.. 해야지..
- 그럼 다음 주 어떠세요? 다음 주에 날 잡죠..
> 그럽시다~


그렇게 블로그 친구인 멘토님과 지난 금요일 분당에 또아리를 틀었다.
고맙게도 멘토님이 집까지 pick-up을 오셔서 야탑으로 이동.

삼겹살에 소맥(소주와 맥주 합성주)으로 다섯 시간 버틸 에너지를 보충한 후, 인근 노래방으로 이동.


   
긴 시간을 위해 미리 준비한 와인 두 병.
노래부르는데 부담이 덜 가는 가벼운 화이트 와인이다.
멘토님이 직원들과 회식을 자주 하는 단골이라 양해가 된단다.

와인 한잔과 가벼운 토크로 워밍업을 하고 슬슬 달려본다.



다섯 시간을 달릴 오프닝 곡은 70년대 [둘다섯]이라는 남성듀엣이 부른 포크송 [긴머리 소녀].
이 노래를 첫 곡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다. 처음부터 요란하게 시작할 필요가 없으면서도,
음역 폭이 적당히 넓어 목 상태를 점검하기 좋은, 한 마디로 성대 튜닝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처음이니 차분하게 앉아서...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모든 폭이 커진다.
동작이 커지고, 머리 흔들림이 커지고, 목소리도 커지고, 그리고, 선곡의 폭도 커진다.


 
어두운 곳에서 몸까지 흔들거리니 갤럭시S 카메라로 초점 잡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이럴 때 갤럭시S2의 플래쉬 기능이 정말 부럽다.

포크, 트로트, R&B, 발라드, 팝.. 그리고, 일명 캬바레 song이라 불리는 약간은 끈적끈적한 노래까지,
45분 정도 노래하고 15분 정도 대화를 나누며 break를 가지고..

말이 다섯 시간이지 정말 다섯 시간을 밀폐된 공간에서 버틸 수 있나 했는데,
8시 반에 시계를 봤는데 어느덧 새벽 1시 40분을 지나고 있다.
막상 그러다보니 아직 못다한 노래가 많은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래와 대화와 와인이 어우러지며, 흐르는 시간만큼 쌓이는 情을 오랫만에 만끽한 충만감. 
다섯 시간 노래 대장정 후 바뀐건 멘토님의 나에 대한 호칭이었다. 
나에겐 가장 커다란 노획물(?). ^&^~


다 좋았는데 딱 하나, 그 날 비용을 모두 멘토님이 부담한게 여~엉 찜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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