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께 드릴 말씀도 있고 해서 찾아 뵙겠다고 하니, 
바람도 쏘일 겸 나오시겠다고 하여 동생이 모시고 나왔다.



여기서 식사를 했는데...  참 세상이 좁은건지 삶의 우연이 묘한건지, 이 곳에서 오랜 지인을 만날 줄이야.

식사를 마치고 여담을 나누고 있는데, 옆 좌석의 여자분이 일어나 우리 좌석으로 다가 오면서
내 얼굴과 아내의 얼굴을 조심스레 살피는게 아닌가. 
어~ 안면이 있는 사람인데... 아.. 누구더라..
처음엔 나를 아는 사람이 아내가 조심스러워 그러는줄 알았는데, 시선이 점점 아내 쪽으로 쏠린다.

아내의 절친했던 고등학교 동창.
결혼 전에 만나 인사를 나누었고, 결혼 후에도 몇번 만나고 부부동반으로도 만난 적이 있는데,
그게 나로선 얼추 20여년 전의 일이다. 아내도 친구 상가에서 만난 후 연락이 끊겨 수년 만의 만남이다.

재밌는건, 정작 친구인 아내를 보고는 긴머리에서 짧은 머리로 바뀌어 옆 모습만으로 긴가민가 했는데,
내 얼굴을 보며 '상범이 형이 나이를 먹으면 저런 식으로 변했을거 같다' 고 생각하며 나를 먼저 인식하고는
'벌써 (와이프가) 바뀌진 않았을텐데...' 하고 의아해 했단다.
친구의 부군과도 20여년 만에 반갑게 인사를 나눴는데, 정말.. 어떻게 이렇게 만나는지...


부모님과 헤어진 후 돌아오는 길에 좁은 도로가 나오길래 드라이브삼아 무작정 따라가 보았다.
꼬불꼬불 한참을 가니, 어이구~ 이것저것 눈길을 끄는 먹거리촌이 길게 이어진다.
대체 여기가 어디냐..? 네비를 보니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이라고. [곤지]라는 단아한 모습의
한정식집에 필이 꽂혔지만, 방금 점심을 먹은고로 다음에 다시 찾기로 하고 회군.


전에 부터 지나다니며 멀리 눈에 뜨이던 곳이 있었다.

  

커피를 파는 곳인지, 커피를 배우는 곳인지.. 상호만으로 구분이 안됐던 곳이라 들렀다.
근데, 워낙 협소한 도로를 접어들어 구석진 곳에 있는 이곳을 찾느라 진입 도로를 착각해
1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는 바람에 엄청 황당했었다는...  마주오는 차를 바라보며 전.전.긍.긍.
나오면서 보니 나만 그런게 아니더라구~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내부가 그럴듯 하다. 오픈된 주방의 규모도 꽤나 크다.
실내 좌석의 창문 넘어 보이는 곳은 건물 외부의 좌석인데, 겨울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꾸며놓았다.

  


실내 한쪽에는 6명 이상이 호젓하게 독립된 공간을 누릴 수 있는 세 개의 룸이 있다.

커피값이 비싸다는게 좀...  하긴, 이 정도 꾸며놓았으면 그 정도는 받아야 유지가 되겠지.


 
 

커피디자인에서 나와 들른, 평소 아내가 관심이 많은 다육식물 화원.

난 꽃이나 나무에 대해 별로 아는게 없는데, 다른 것에 비해 유난히 가격이 쎈거 같다.
크지도 않은 모종화분 같은 작은게 4~5만원이다.



요 녀석의 몸 값이 20만원.  요게 사진이 크게 잡혀서 그렇지, 별로 큰 놈이 아니다.

옆에 있던 분의 설명에 의하면, 다육식물의 가격이 비싼 이유는 [세월 값]이란다.
1cm 자라는데 1년이 걸릴 정도로 성장 속도가 더디고 그만큼 키우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때문에 인내심이 없는 사람은 키우기 힘든게 다육식물이라며, 저 화분의 작은 녀석이 저렇게 크려면
10년 이상이 걸린다니.. 어지간한 사람은 키우기도 힘들겠다.  정말 세월 값 맞네.


집에 들어와 잠시 쉬는데, 아내가 뭘 내민다.
바로 앞에 새로 오픈한 화덕구이 피자집의 50% 할인쿠폰.  갑자기 땡기네...

 

일요일에 할인쿠폰을 사용하는건 매너가 아니지 않느냐는 아내의 말이 좀 찔리긴 했지만,
어쩔 수가 없잖아.. 평일엔 시간을 맞출 수가 없는걸..
우리가 주문하고 잠시 지나니, 피자 재료가 바닥나 더 이상 피자 주문은 받을 수가 없단다.
일요일에 50% 할인받은 미안함에 현금으로 계산하고 다시 한번 찾으리라 마음 속 되새김.


11월 중순,
아파트 입주민 만을 위한 휘트니스센터가 단지에 오픈했음에도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시설도 볼겸, 저녁을 먹고 들어오며 바로 직행. 




다니는 휘트니스센터와 비교하면 수준 차가 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종류별 구색은 맞췄다.
별도의 사용료를 받지 않고 오직 아파트 관리비로 기구 구입하고 관리도 해야 하는데, 저 정도면 괜찮은거지.
유산소운동까지 2시간 운동을 하고 들어오니 밤 10시.  이렇게 휴일 하루를 마무리했다.


포근했던 날씨만큼 모든게 포근했던 일요일이다.

이제 오늘 월요일 큰(?) 일이 있는데, 블로그에 포스팅할 정도의 성과가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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