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思母屋
뻔한? fun한!!/산다는건... 2010. 7. 27. 02:59 |은행 지점장으로 직장생활을 마친 대학동창이 있다.
은행에서 나온 후 잠시 IT분야 회사에 적을 두고있던 이 친구가 어느 날 칩거생활에 들어갔다.
예전에 양평에 땅을 장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버님의 고향이자 아직도 친지가 많은 그곳에
집을 짓느라 양평에 상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6월 2일 아내와 조안면 정약용 유적지에 들렀다가, 나온 김에 한번 들러보자는 아내의 제안으로
현장에 있는 그 친구에게 집 짓고 있는 위치를 물어 찾아갔다.
그렇게 찾아간 그곳은 막 주택공사를 마치고 집 앞 마무리 토목공사를 앞두고 있었다.
친구는 부모님을 모실 계획으로 이곳에 집을 지을 생각을 했다고 한다.
친구의 어머니는 3년 전부터 중증치매를 앓아 오셨는데, 다른 가족들과 어머니 본인을 위해
조금이라도 공기좋은 이곳에서 자기가 모시고 살 계획이라고 했다.
때문에, 휠체어를 타시고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위해, 내부 설계시 모든 계단과 문턱을 없애고,
안방 욕실도 휠체어를 탄 채 목욕을 하실 수 있도록 넓은 공간으로 꾸몄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 만해도 준공검사를 앞두고 있다고 했는데,
얼마 전 준공에 대한 모든 절차가 다 끝나고, 가구를 들여오기 위해 전체 청소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지난 일요일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지은 집의 모든 절차가 끝나고, 이제 모실 날짜를 잡고 있었는데,
치매라는 정신적인 병 외에 신체기능엔 특별한 문제가 없으셨다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다.
그것도 고기를 드시며 기침을 하시다 고기가 목에 걸려, 질식사라는 실로 어이가 없는 사인으로.
3년간 대소변을 다 받아드리는 힘들었던 병간 때문이었는지, 친구의 형제들을 비롯해 가족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듯 했다.
하지만, 모든 장례절차를 마치고, 친구가 저 집에 들어섰을 때의 마음을 생각하니 먹먹하다.
모든 기준을 오로지 어머니에 맞춘 집인데, 정작 그 어머니는 미처 모셔보지도 못했으니,
집을 대하는 친구의 심정이 얼마나 안타까울지 짐작이 간다.
한동안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배려했던 모든 공간에서 어머니가 생각나지 않을까.
친구의 마음이 많이 애석할거라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 어머니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게 위안이 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삼가 친구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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