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꿈
보고 듣고 느끼고/영화겉핥기 2010. 7. 1. 03:32 |한때는 실업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던 축구선수 김신환.
하지만 그는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제대로 피우지 못한 채 1987년 현대자동차 축구단에서 은퇴를 한다.
은퇴 후 잠깐 빠진 카드노름에서 사채에 손을 대게 되고 도피하듯 건너간 인도네시아에서 거듭된
사업실패로 귀국하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교도소생활 6개월과 15년을 함께한 아내의 이혼서류였다.
남은게 없는 그가 45세의 중년에 찾은 곳이 21세기 최초의 신생독립국인 동티모르.
우리에겐 상록수부대의 파병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그가 동티모를 찾은 이유는 아무 것도 갖춰진 것이 없는 신생독립국인 만큼
사업적 기회가 많을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지만, 아무 것도 없는 동티모르 사람들은
아무 것도 살 능력이 없어 기대와는 달리 아무 것도 할게 없었다.
아이들이 축구를 즐긴다는 것에 착안해 오픈한 축구용품점은 외상으로 인해 결국 문을 닫지만,
그는 무보수로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게 된다. 그리고 구스마오 대통령의 부탁으로
그가 감독을 맡아 2003년 4월 창단한 동티모르 유소년대표팀은, 2004년 3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32개국이 참가한 리베리노 유소년 국제축구대회에서 우승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낸다.
[맨발의 꿈]은 파란만장한 인생항로를 겪은 김신환 감독과,
그가 일궈낸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단 두 명의 배우와 동티모르의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영화.
주인공 모델인 김신환 감독의 당시 연령보다 훨씬 젊게 나타나지만,
주연 박희순은 인생막장에서 순수한 아이들에게 동화되어가는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
영화 [작전]에서와 달리, [맨발의 꿈]에서의 박희순은 정재영과 최재성을 믹스한 느낌을
언뜻언뜻 받게 되는데, 나는 이 영화에서 박희순의 새로운 매력을 보았다. 짧은 영어와
어눌한 인도네시아어, 그리고 한국어가 범벅이 된 그의 대사도 이 영화가 주는 재미의 하나다.
컨셉에서 [국가대표]와 비슷한 필을 주는 [맨발의 땅]은 영화 자체에 대해 그리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라는 것이다. 특히, 뚜아의 여동생으로 나오는
죠세핀의 맑은 눈을 보는 것 만으로도 나에겐 너무도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히로시마의 경기장면을 휴대폰을 이용해 전화로 동티모르의 딜리로 알려주고, 실제 경기모습은
보지도 못하면서 전화내용을 받아 전해주는 라디오 중계에 가슴졸이며 집중하는 국민들의 모습들...
[맨발의 꿈]은 여러 곳에서 잔잔하게 콧잔등을 시큰하게 자극하는 영화다.
그리고, 실제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인 아이들의 순박한 표정의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
마음을 맑게 해주는 영화다.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은 2004년에 이어 2005년에도 같은 대회를 2연패했으며,
2004년과 2005년 연속 동티모르 국가훈장을 받아 동티모르의 국민영웅으로 불리는
김신환 감독은 거액연봉을 제시한 싱가포르의 영입 제안을 거절하고 여전히 동티모르에 있다.
국제축구연맹 208개 가입국 중 204위인 동티모르.
하지만 김신환 감독이 이끄는 유소년팀은 작년 중국에서 열린 제 16회 아시아 청소년축구 예선을 통과하여
16강에 오르는 또 한번의 값진 수확을 이루고, 금년 10월 23일 부터 열리는 본선에서 또 한차례의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업영화로는 처음으로 UN에서 시사회를 가진 [맨발의 꿈].
프로선수가 되고자 하는 그들의 꿈이 이루어질 날이 나도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