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을 긍정적으로 보자
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2010. 6. 25. 02:53 |아내가 내게 해준 이야기가 있다.
"당신의 문제점이 뭔지 알아요? 항상 위기가 코 앞에 닥쳐야 의사결정을 내리는거.."
정확한 지적이다.
하긴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사람의 눈에 배우자의 문제점이 왜 안보이겠는가.
회사를 다닐 때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이상하게 나는 꼭 코너에 몰려야 그때부터 피치가 오르거든.."
그랬다.
기획안을 만들 때도 머리 속에서 윤곽만 뱅뱅 돌다가도 마감기일이 임박하면
그때부터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태하거나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일찍부터 머리를 쓰는데도, 줄기만 그려질 뿐 구체적인 문안을 못잡다가도,
제출기일이 임박하면 희한하게도 줄줄줄줄 문안이 정리되어 나온다.
그러다보니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못된 습성이 생겼다.
'그때가면 어떻게 되겠지...'
아주 위험한 생각인데, 문제는 여지껏 이게 통해왔다는거다. 그리고,
이건 비단 사회생활을 하며 생긴 습관이 아니라, 훨씬 그 이전부터의 문제였다.
고3 1학기까지 팽팽 놀다가 여름방학이 끝나고서야 대학갈 생각을 하고는 대학엘 들어갔고,
졸업 후 군에 입대하는 ROTC를 했던 관계로 대학 내내 취업이라는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가,
졸업 직전 별 생각없이 경험삼아 지원한 입사시험에 합격한게 20년 직장이 되고 말았다.
물론, 고등학교 때 부터 "어떻게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일부러 공부를 미룬건 아니다.
그때야 철이 덜 들었기 때문에 뒤늦게 깨인거라고 해야겠다.
나중에 돌아보니 이런 축적된 경험(?)까지 떠오르면서 [어떻게 되겠지]란
낙관적인 사고가 굳어진게 아닌가 생각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 자신 이런 나의 사고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걸 안다.
'이러다 된통 한번 당해봐야 내가 정신차리지..' 오죽하면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하겠나.
사람의 습관이란게 무서우면서도 이상한게,
스스로 문제점을 알면서도 고치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다. 점점 굳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고쳐지지 않는 습성을 의식하면서 문제라고 스트레스를 받느니, 관점을 바꿔보자는거다.
타성에 젖은 듯 한 [어떻게 되겠지]란 습성을 [닥치면 되더라]는 자신감으로 생각키로 했다.
그래..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라서 정리가 안되고 있을 뿐,
해야 할 때가 오면 기민하고 꼼꼼하게 나의 뇌는 반응할거다.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기다리자.
이렇게 생각을 바꿀 수 있는건 [어떻게 되겠지]라는 의미가,
여러 생각을 했음에도 명쾌하게 만족스러운 결론을 내리지 못했을 뿐,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미루기만 했던게 아니라는 확실한 경험 때문이다.
때로는 우유부단했거나 생각하고싶지 않았던 경우도 물론 있기도 했겠지만..
어찌됐든, 당장 도출되지 않는 결론에 조급하게 집착하지 말고,
이런저런 경우에 대해 생각을 계속 하다보면 결정을 해야할 시점에 생각이 정리될 수도 있고,
생각이 복잡할 경우 아예 잠시 잊고있다보면 의외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는 경험에서,
[어떻게 되겠지]를 내 나름의 문제해결방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꾸준히 생각한다는 전제하에.
늘 어떻게 된다는건, 보이지않는 힘의 도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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