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제목에서 끌림을 받은 영화.
현재 같이 상영되고 있는 [시크릿]을 볼까.. 하다, 먼저 올린 [백야행]을 먼저 보기로 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집사람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일본소설답네.." 였다.
그렇다.  일본작품은 뭔가 우리와 느낌이 다르다.
그림의 선과 획만으로도 일본만화를 어느 정도는 식별할 수 있듯이, 영화에서도 그렇다.
대하물이야 역사와 풍습이 다르니 그렇다치더라도, 현대 멜로와 스릴러에서도 다르지않다.
일본풍이라는게 분명이 존재한다.


범죄추리물과 같은 스릴러의 구성방식에는 대략 네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감춘 채 끝까지 호기심을 집중시키는 방식.
그리고, 처음부터 범인을 노출시켜놓고 쫒는 자와 쫒기는 자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
또 하나는, 초중반에 범인을 노출시키지만 결말부분에서 대반전을 노리는 방식.
마지막은, 자주 사용하는 기법은 아니지만, 끝까지 범인의 윤곽만 그려놓은 채 끝을 맺어 
줄거리를 가지고 추리를 하여 독자나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말 그대로 미스테리 방식이다.

또한, 이런 스릴러물는 범죄동기를 얼마나 탄탄하게 구성하여 어떤 방법과 과정을 통해
독자나 관객에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 재미가 크게 차이가 난다.
일찌감치 모든게 드러나면 이야기가 시시하고 재미가 없어지고,
너무 복잡해도 뭐가 뭔지 이해가 안가 짜증이 나는게 스릴러다.
역사성과 과학적 근거를 기초로 時空을 잇는 치밀한 구성과 함께 그만큼 고도의 두뇌가 요구되는 쟝르다.
때문에 잘 짜여진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그 작가가 천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백야행]은 14년이라는 시차를 둔 두 건의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두 살인사건에서 하나는 범인이 처음부터 확정되어 있지만, 하나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스릴러 구성방식의 여러 유형이 혼재되어 있고,
두 살인사건을 연계시킨 범죄동기의 구성이나 풀어나가는 전개방식은 지루하지도, 그렇다고 뻔하지도 않다.


안타까운 주연들.

한석규 - 개인적으로 한석규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 부드러운 이미지가 내게 너무 강하게 각인된 편견이나 고장관념 때문인지, 
이상하게 내게 한석규의 터프한 모습은 영 어색하다.  그동안 한석규가 여러 편의 영화에서
형사 역을 소화했음에도 여전히 남의 옷을 걸친 듯한 느낌이 드는건 아마 내 인식에 문제가 있는 듯 하다. 

손예진의 연기는 너무 실망스럽다.
평소 네티즌들 사이에 손예진의 연기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백야행]에서도 그녀의 모습은
한번도 자연스럽게 느껴진 적이 없다. 전편에 걸쳐 보여주는 잔잔한 미소는 너무 어색하여
보는 입장에서 편안하지가 않고 조마조마하기까지 하다.
뭐.. 그게 배역의 컨셉이라면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한 나의 무지 때문이라 할 말이 없지만.
 
그나마 열연한건 고수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오히려 후선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더 살려줬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형사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의 범죄영화를 보면서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게 있다.
바로 경찰, 그중에서도 사건을 수사하는 일선 형사의 이미지.

언제부터였는지 영화에서 보여지는 대한민국 형사의 모습은 거의 건달 수준이다.
폭언에 비아냥을 곁들인 막말에, 툭하면 주먹을 먼저 내뻗는 폭력성 짙은 언행.
마치 동네 양아치를 연상시키는 건들거리는 행동. 

물론 강력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직무특성상 상황에 따라 일부러라도 그런 모습이 필요하기도 하고,
혹은, 오랜 습성이나 성격적으로 그런 행동을 취하는 형사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요즘 영화들이 경찰의 모습을 너무 희화화하는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일반인에게 은연 중에 부각되는 경찰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백야행]은 괜찮은 영화다.

배우를 보러가는게 아니라면 [백야행]은 관람료가 아까운 영화는 아니다.
스릴러로서의 구성도 괜찮고, 적절한 눈요기꺼리(?)도 있다.

[하얀 어둠 속을 걷다]는 [白夜行]의 의미를 풀어 표현한 제목이다.
두 주인공 김요한과 유미호는 어렸을 적 입은 마음 속 깊은 상처로 인해 어둠 속을 걷는 인물들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어둠 속을 걸어갈 수 있는 한줄기 하얀 빛이지만,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그 빛은 그저 한줄기일 뿐, 그들이 걷는 길은 여전히 어둠 속이다.

어둠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한, 하얀 어둠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영화의 메시지다..
  

영화 선택의 기준을 재미있느냐..  재미없느냐.. 로 삼고,
재미의 개념을 지루한지 아닌지로 구분한다면, 두시간이 넘는 [백야행]은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볼 예정이라면 12월 19일에 보는 것도 재밌겠다.
이유는 영화를 보면서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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