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이가 월초에 종이 한장을 내민다.
뭔가 보니 [프로야구 8개구장 순회계획]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재원이.
이제 8월 3일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가기 전에 국내 프로야구 구장을 한바퀴 돌아보고 싶단다.
먹고 자는건 자기가 해결할테니 아빠는 차량 지원만 부탁한다고.

여행을 하는건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는 나이기에 그 발상 자체가 오히려 즐거웠다.
더구나 혼자 다녀본다는 것 처럼 좋은 경험은 없다.

혼자 준비하고, 혼자 다니면서 이런저런 생각과 자유로운 선택도 해보고,
또,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스스로 해결해보는 것 처럼 좋은 성장의 계기는 없다.

각 구장별 경기일정을 챙긴 후, 인천 - 대전 - 광주 - 부산 - 대구를 거치는 순회에 나섰는데,
각 지역에 거주하는 군대시절 선후배와 연락을 취하더니 숙박도 거의 해결됐단다.

광주에서는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어 무등경기장을 보지 못하고,
경기가 없는 비는 일정엔 담양엔 간다했다.

재원이의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오래 전에 담양의 대안학교로 내려가셨는데,
재원이는 한국에 있을 때는  그 담임선생님을 뵈러 담양까지 다녀오곤 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전 잠시 귀국했을 때도,
군대를 가기 전에도, 제대를 하고도 어김없이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러 담양을 다녀왔다.
재원이의 그런 모습은 우리 부부에게 무척 신선하게 보인다.
시켜서 되는게 아닌데, 아마 그 어린 시절 선생님의 모습이 상당히 강하게 각인되어있는 모양이다.
수박 한통을 들고 찾아뵈었더니 무척 반갑게 맞으시며, 황토방을 내주시더라고 알려온다.


여행 중 재원이는 중간중간 자신의 행보를 문자로 알려오며
하루 한번은 이메일로 사진도 보내온다.





이런걸 먹고 다닌다며 사진으로 보내왔다.




가는 곳마다 그곳의 배경을 넣은 셀카를 찍어 보내는데,
왼쪽은 거제도, 가운데는 통영, 오른쪽은 부산의 사직구장.




재원이가 보내준 롯데 자이언츠의 홈인 사직구장의 모습.




모텔에서 새벽 두시까지 끙끙대며 만들었다는 피켓.

차에다 붙이고 다니려다가 바람에 날릴까봐 포기하고,
구장마다 중앙의 맨 앞자리에 앉아 펼치고 있었단다.
혹시라도 TV 중계 카메라에 잡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 ㅋ~





부산에서 대구로 이동하는 길에 들른 봉하마을에서 메일로 보낸
부엉이바위와 최근 만들어진 故 노무현 대통령의 비석 사진.

재원이가 봉하마을에 들렀다는게 마음에 드는건, 재원이의 성장이 보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지지하고 말고를 떠나, 이제 성인이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기가 속한 사회와 현실의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는건 그게 무엇이든 필요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위 사진들은 재원이가 휴대폰을 이용해 내 이메일계정으로 보내온 것이다.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을 휴대폰을 이용해 문자 메세지가 아닌 이메일로도 보낼 수 있으니...
요즘 젊은 사람들이 기를 쓰고 이런 기능이 있는 고가의 휴대폰을 가지려하는게 허영심만은 아닌거 같다.
특히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기능이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겠는가.

정말 좋은 시대다.


사실 이번 재원이의 8개 구장 순회는 나도 동행하고 싶었다.
재원이와 둘이 함께 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었는데,
까사미오가 웬수야....

'나의 폴더 > 나, 그리고,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셀프 가족사진  (2) 2009.07.31
언제 또 올지 모르는 네식구의 짧은 나들이  (4) 2009.07.30
부자  (4) 2009.07.14
지연이 졸업공연  (2) 2009.06.05
가장 특권을 누렸던 시절  (4) 2009.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