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는 제대의 개념이 아닌 소집해제 개념이기 때문에
전역증이 아니라 소집해제증서가 나온다.
그러니까 저 증(證)이 군복무를 마쳤다는 증서.


지금 재원이 나이.
내 눈에는 재원이가 아직도 어려보이는데...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군 시절의 추억이나 무용담.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

1979년 여름 춘천에서 있었던 레드아이 교육에 참석했던
62명의 ROTC 17기 포병소위들은 기억할
새벽 1시의 알몸 퍼포먼스(?)

비오던 여름밤 모래바닥의 연병장에서 있었던 알몸의 팔굽혀펴기.
당하는 사람도 시키는 사람도 알몸이었던 그 해프닝은 전설이 되었다.

교육을 마친 몇달 뒤,
훈련 중 산에서 만난 다른 사단의 동기,
내 명찰을 보더니 묻는다.

"네가 이상범이구나... 너 춘천에 레드아이 교육 갔다왔지?
 교육다녀온 우리 대대 후배가 그러더라.
 0사단에 이상범 중위라고 또라이같은 선배가 있는데,
 비오는 날 한밤중에 빨개벗겨 집합을 시키더니
 자기도 빨개벗고 나올줄은 미처 몰랐다고."
 
정상적이라면 나이 차가 겨우한살.
재수를 하거나 했으면 나이가 같거나 더 많을 수도 있다.
오십이 넘은 지금 나이 한두살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그 시절에는 기수 하나의 차이가 참 컸던거 같다.

그러니 1년 선배가 빨개벗고 모이라니 속마음이야 어떻든 따르지.
근데, 요즘 동일한 상황이 돼도 선배의 말이라고 따를까?
안그럴거 같다.  아마.. 인권을 들먹이며 난리가 날듯..

1년 선배가 뭐길래...
그때 그 사람들이 생각들이 모자라서 따랐겠나...

그 시절만 해도 참 풋풋했다는 생각이다.

불만이 있더라도 젊음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편린으로 여기는,
그 자체가 젊음의 낭만이라고 묻어버리는,
생각해보면 그런 호기가 젊음의 특권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 그 자리에 함께 했던 후배님들은
(이제 오십중반이니 이리 호칭하는게 맞을듯)
왜 자다말고 알몸으로 뛰쳐나가야 했는지 기억들을 하실라나..^^
그리고, 같이 알몸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던
당시 뺑뺑이를 돌린 선배의 마음은 아시겠지...

누구라도 지금 만날 수 있다면,
후보생도 아닌 대한민국 육군 장교를 알몸으로 기합준 죄값으로
소주한잔 사고 싶다.



30년전, 저 사진의 어려보이는 젊은 애가 그런 황당한 사고(?)를 쳤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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