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기 유감 1 - 소도 웃을 게으름이 빚어낸 뻔뻔함
돌아다니기/2001 유럽배낭여행 2009. 5. 15. 18:07 |1989년인가 90년인가 처음 외국이란델 나가봤다.
외국이라고 하지만 가장 가까운 일본임에도 다른 나라에 간다는게 왜 그리 설레이던지..
출발하기 전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을 수첩에 적기 시작한 것이 내 여행기록의 시작이 됐다.
사람의 외모부터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는 일본이었지만,
나이 서른을 넘어 처음 접하는 이국의 모습을 꼼꼼히 메모했다.
내 발길이 닿았던 곳, 우리와 조금이라도 다른 것을 놓치지않고 기록하려 했던 이유는,
어쩌면 남들에게 해줄 이야기꺼리를 많이 남기고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중에 뭔가 아는 척은 해야겠는데, 회사 출장으로 나간 것이라
자유롭게 돌아다닐 시간도 별로 없고, 머리도 나빠 기억력에도 한계가 있으니
자그마한 것이라도 세밀하게 적어놔야 많이 아는 것 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많이 본 것 처럼 하기 위해서라도 별거아닌 것도 무조건 적어야만 했다.
말 그대로 적자생존이었다. 적어놓아야만 나중에 떠들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출장에서 돌아와 출발하기 전에 챙겼던 준비물 리스트를 보며
불필요했던 것과 누락됐던 것을 정리해보았는데, 후에 처음 출장을 가게된 후배가
그 자료를 유용하게 활용하는걸 보고 매우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홍콩과 마카오, 이어 호주와 뉴질랜드, 유럽,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를 들락거릴 때 마다
나름대로 메모를 열심히 했는데, 우스운건 메모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왜 맘 편히 여행을 못하고
고생을 사서 하나..' 하는 생각이 늘 따라다니더라는거.
하지만, 지나보면 항상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요즘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여행지의 문화나 역사 등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넘쳐난다.
그렇더라도 그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나만의 느낌이나 감성은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이나 감성은 여행을 할 당시의 여러가지 여건에 따라 동일인에게도 늘 다르게 와닿을 것이다.
그래서 그때그때의 느낌을 기록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낭여행의 기록은 나에게 그 결정판이었다.
내가 경험한 가장 긴 일정이었고, 한번에 가장 많은 곳을 돌아보는 여행이었기에
정리를 하면서 누락되거나 헷갈릴 것을 대비해서라도 겪은 것을 더 세밀하게 기록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디지탈카메라도 장만했다. 여행시 사용하던 나름 괜찮은 필름카메라가 있었지만,
장기간 많은 곳을 다니면서 촬영을 하다보면 필름가지고는 안될거 같아서였다.
필름가격, 필름의 보관, 인화비, 그리고 사후보관까지 생각하니 도저히 무리라는 생각에
당시로서는 최고사양이라는 300만화소를 64만원인가에 구입했던거 같다.
메모리카드도 당시로서는 용량이 제일 컸던 256MB. 큰 맘 먹고 큰 돈 쓴거다.
무리라는 생각이 무리한 지출을 유발한 셈. 하지만 그 효과는 분명히 컸다.
여행을 마치고는 바로 여행기를 정리했어야 했는데, 생각이 많았다.
그냥 기록한 노트를 보관해도 되지않을까...
괜히 정리한다고 시작했다가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거 아닐까...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는 게으름 속에 4년이 흘렀다.
어찌보면 정리를 한들 어차피 내 컴퓨터 속 문서로만 존재할거라는,
정리에 대한 목표의식이나 동기부여가 안됐다는게 게으름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던 중 정리의 계기가 된게 블로그다.
뭔가 포스팅을 해야하는데, 올릴 아이템은 별로 없고...
그때 '아~~ 배낭여행기를 올리면 한동안은 포스트 소재 걱정은 안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게 엄청난 착각이다.
처음엔 재밌고 신났다. 지난 기록들을 정리하면서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는게 참 즐거웠다.
사진과 여행일지를 대비시키다보니 마치 내가 그 때 그 현장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신기하리만큼 당시의 모든 상황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마치 입체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처음부터 세세하게 묘사를 하다보니 이야기 분량이 엄청 길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단순히 나의 느낌이나 경험적인 사항이 아닌, 역사적 사실같은 부분은 혹시라도 오류를 범할까봐
일일히 백과사전을 찾아보고 사실확인을하다보니 당초 생각 이상으로 신경 쓸 것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이렇게 하다보면 언제 끝날지 나부터 가늠이 안될 정도였다.
그렇다고 갑자기 대충 형식적으로 올리자니 앞서 올린 것과 내용과 형식이 너무 차이가 날거 같고,
무엇보다 대충한다는건 내 자존심 상 용납이 안된다. 차라리 안하는게 낫지...
그렇다고 중간에 그만두는건 더 그렇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스스로의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 정리를 하다 지겨울 정도로 지치면 그냥 내팽개쳐두고,
그러다 또 생각이 나고 원기가 좀 돌면 다시 끄적이다 또 나자빠지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2005년 8월 8일 처음 올린 여행기가 2009년 5월 10일 끝났다.
처음엔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께 예의가 아닌거 같아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개의치않기로 했다.
그냥 내 글 정리하는건데, 편하게 하지 뭐... 뻔뻔해진거다.
그런 곡절 끝에 배낭여행을 다녀온지 7년 4개여월 만에 여행기가 끝났다.
여행을 다녀온지 3년 8개월만에 여행기를 시작한 것도 웃기는 일인데,
고작 37일간의 이야기를 그로부터 4년 가까이 지나 현실성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에서 다시
3년 9개월이라는 기간동안 151회에 걸쳐 올렸으니, 학창 때 쓰던 용어로 썰을 참 길게도 풀었다.
밭 갈던 소가 웃을 일이다.
외국이라고 하지만 가장 가까운 일본임에도 다른 나라에 간다는게 왜 그리 설레이던지..
출발하기 전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을 수첩에 적기 시작한 것이 내 여행기록의 시작이 됐다.
사람의 외모부터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는 일본이었지만,
나이 서른을 넘어 처음 접하는 이국의 모습을 꼼꼼히 메모했다.
내 발길이 닿았던 곳, 우리와 조금이라도 다른 것을 놓치지않고 기록하려 했던 이유는,
어쩌면 남들에게 해줄 이야기꺼리를 많이 남기고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중에 뭔가 아는 척은 해야겠는데, 회사 출장으로 나간 것이라
자유롭게 돌아다닐 시간도 별로 없고, 머리도 나빠 기억력에도 한계가 있으니
자그마한 것이라도 세밀하게 적어놔야 많이 아는 것 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많이 본 것 처럼 하기 위해서라도 별거아닌 것도 무조건 적어야만 했다.
말 그대로 적자생존이었다. 적어놓아야만 나중에 떠들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출장에서 돌아와 출발하기 전에 챙겼던 준비물 리스트를 보며
불필요했던 것과 누락됐던 것을 정리해보았는데, 후에 처음 출장을 가게된 후배가
그 자료를 유용하게 활용하는걸 보고 매우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홍콩과 마카오, 이어 호주와 뉴질랜드, 유럽,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를 들락거릴 때 마다
나름대로 메모를 열심히 했는데, 우스운건 메모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왜 맘 편히 여행을 못하고
고생을 사서 하나..' 하는 생각이 늘 따라다니더라는거.
하지만, 지나보면 항상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요즘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여행지의 문화나 역사 등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넘쳐난다.
그렇더라도 그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나만의 느낌이나 감성은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이나 감성은 여행을 할 당시의 여러가지 여건에 따라 동일인에게도 늘 다르게 와닿을 것이다.
그래서 그때그때의 느낌을 기록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낭여행의 기록은 나에게 그 결정판이었다.
내가 경험한 가장 긴 일정이었고, 한번에 가장 많은 곳을 돌아보는 여행이었기에
정리를 하면서 누락되거나 헷갈릴 것을 대비해서라도 겪은 것을 더 세밀하게 기록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디지탈카메라도 장만했다. 여행시 사용하던 나름 괜찮은 필름카메라가 있었지만,
장기간 많은 곳을 다니면서 촬영을 하다보면 필름가지고는 안될거 같아서였다.
필름가격, 필름의 보관, 인화비, 그리고 사후보관까지 생각하니 도저히 무리라는 생각에
당시로서는 최고사양이라는 300만화소를 64만원인가에 구입했던거 같다.
메모리카드도 당시로서는 용량이 제일 컸던 256MB. 큰 맘 먹고 큰 돈 쓴거다.
무리라는 생각이 무리한 지출을 유발한 셈. 하지만 그 효과는 분명히 컸다.
여행을 마치고는 바로 여행기를 정리했어야 했는데, 생각이 많았다.
그냥 기록한 노트를 보관해도 되지않을까...
괜히 정리한다고 시작했다가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거 아닐까...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는 게으름 속에 4년이 흘렀다.
어찌보면 정리를 한들 어차피 내 컴퓨터 속 문서로만 존재할거라는,
정리에 대한 목표의식이나 동기부여가 안됐다는게 게으름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던 중 정리의 계기가 된게 블로그다.
뭔가 포스팅을 해야하는데, 올릴 아이템은 별로 없고...
그때 '아~~ 배낭여행기를 올리면 한동안은 포스트 소재 걱정은 안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게 엄청난 착각이다.
처음엔 재밌고 신났다. 지난 기록들을 정리하면서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는게 참 즐거웠다.
사진과 여행일지를 대비시키다보니 마치 내가 그 때 그 현장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신기하리만큼 당시의 모든 상황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마치 입체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처음부터 세세하게 묘사를 하다보니 이야기 분량이 엄청 길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단순히 나의 느낌이나 경험적인 사항이 아닌, 역사적 사실같은 부분은 혹시라도 오류를 범할까봐
일일히 백과사전을 찾아보고 사실확인을하다보니 당초 생각 이상으로 신경 쓸 것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이렇게 하다보면 언제 끝날지 나부터 가늠이 안될 정도였다.
그렇다고 갑자기 대충 형식적으로 올리자니 앞서 올린 것과 내용과 형식이 너무 차이가 날거 같고,
무엇보다 대충한다는건 내 자존심 상 용납이 안된다. 차라리 안하는게 낫지...
그렇다고 중간에 그만두는건 더 그렇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스스로의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 정리를 하다 지겨울 정도로 지치면 그냥 내팽개쳐두고,
그러다 또 생각이 나고 원기가 좀 돌면 다시 끄적이다 또 나자빠지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2005년 8월 8일 처음 올린 여행기가 2009년 5월 10일 끝났다.
처음엔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께 예의가 아닌거 같아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개의치않기로 했다.
그냥 내 글 정리하는건데, 편하게 하지 뭐... 뻔뻔해진거다.
그런 곡절 끝에 배낭여행을 다녀온지 7년 4개여월 만에 여행기가 끝났다.
여행을 다녀온지 3년 8개월만에 여행기를 시작한 것도 웃기는 일인데,
고작 37일간의 이야기를 그로부터 4년 가까이 지나 현실성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에서 다시
3년 9개월이라는 기간동안 151회에 걸쳐 올렸으니, 학창 때 쓰던 용어로 썰을 참 길게도 풀었다.
밭 갈던 소가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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