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정모를 마치고 여주의 한 식당에서 뒤풀이를 한 적이 있었다.
1/n로 식비를 걷어 계산을 마치고 나와서는 누군가 한마디한다.

"주인이 참 융통성이 없네...  아니.. 20만원이 넘었으면 우수리는 떼도될걸 그래 3천원까지 다 받냐...
 저렇게 장사해가지고 단골이 생기겠어??"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연 그게 탓할만한 사안인지 궁금하다.

가끔 일부 사람들의 행동이 이해 안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난 그런 사람들에게 두가지를 묻고싶은 충동을 느낀다.

하나는, '그 사람의 입장을 제대로 알고있는가?' 와,
또 하나는, '모든 경우에 똑같은 주장을 할 수 있는가?' 다.

누구나 고객입장에서 바라는 것은 비슷하다.
저럼한 코스트로 양질의 대우를 받고싶은 것.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희망은 현실에서 충족되기가 싶지않다.
저렴한 코스트로 받을 수 있는 대우는 제한될 수 밖에 없으며,
양질의 대우를 받으려면 일정수준 이상의 댓가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간혹 저렴한 코스트로 양질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을순 있지만,
그건 극히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 한할 뿐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착각하곤 한다.
그리고 그 한정된 경험을 모든 경우에 당연시 적용하려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저가정책도 마케팅의 방법이고, 고가정책도 마케팅의 방법이다.
굳이 구분을 한다면, 저가정책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한 판매전략이고
고가정책은 고소득층을 겨냥한 판매전략이다.

저가정책은 재료비나 인건비 등 판매비용의 구성요소를 낮추고 낮춘데다가 마진도 낮추는 것이고,
고가정책은 판매비용의 코스트도 높겠지만 그보다 마진을 상당히 높게 잡는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싼 것엔 더 야뱍하고 비싼 것엔 더 후하다.
시장 좌판의 콩나물값은 더 깎거나 콩나물 한줌을 더 얹으려 기를 쓰고 
저렴한 식당에서는 서비스안주를 당연한듯 요구하거나 계산서의 우수리를 떼고싶어 하면서도,
백화점의 고가품을 대상으로는 흥정할 생각을 못하며 고급식당에서는 자진해서 팁까지 쥐어준다.

좀 심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강자에겐 오그라들면서 약자의 등을 치는 행위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물론 서민들의 사회에서 좀 깎아달라는 말이 정겨운 상행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서로간의 정담수준으로 그쳐야지 그걸 당연한 요구나 조건으로 내새워서는 곤란하다.


잘해주는 집에 단골이 생기겠지만, 사실 순서는 단골에게 잘해주는게 맞는 것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일지도 모르나, 손님이 정당한 값을 치루는게 먼저이기 때문이다. 
저렇게 장사해서 단골이 생기겠냐는 말이 걱정으로 들리지않고 속좁은 사람의 투정으로 들리는 까닭이다.

과부심정은 홀아비가 안다는 우리 속담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서민들의 상행위에서는 그 말이 통용이 안되는거 같아 안타깝다.               


10만원을 치루고 그만한 대우를 받았다면, 만원에 해당되는 대우가 만원의 댓가임을 알자.
만원을 지불하고 10만원의 대우를 바라는건 억지다.

고객은 무조건 왕이 아니다.
고객은 자신이 처신하는 만큼 왕이 될 수도 있고, 대신이 될 수도 있고,
선비가 될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평민이 될 수도 있다.


소비자와 판매자는 서로 평가하고 평가받는 것이다.
권리에만 당당하려 하지말고 먼저 의무에 당당하자. 
 
합리적인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다면, 합리적 사고를 할 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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