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에 처음 대면한 이 친구에 대한 첫 인상은 그렇게 바지런할 수가 없다는거다.
누구보다도 일찍 출근을 하는 것은 물론, 움직임 하나하나가 늘 경쾌하고 역동적이다.
말투나 목소리 역시 항상 명쾌하다.

같이 일하는 동안 납품받았던 제품이 추후 불량으로 드러나 문제가 됐던 적이 있었다.
구매업무를 담당했던 이 친구는 처음부터 그 업체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었지만,
 그 당시 여러가지 사정상 본사의 유권해석을 받아 추진이 됐던 건이다.

같이 있는 동안 나에게 일일히 보고를 하고, 나의 지시를 받아 추진을 했음에도
나중에 내가 그 부서를 떠난 후에 문제가 불거지자,
이 친구는 혹시라도 내가 해를 입을까봐, 나에겐 말도 없이
변상금을 포함한 모든 책임을 자기 혼자 지려했다.
결국 같이 책임이 지어 졌지만, 이 친구는 그걸 나중에도 미안해 했다.
사실은 상사로서 그 친구를 지켜주지 못한 내가 미안한 일 임에도...

며칠 전 갑자기 이 친구가 보고싶어 이리저리 수소문을 했었는데,
어제 나를 찾아왔다.

결혼해서 첫 아들을 낳았을 때, 나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 이름을 지어달라고 해서 사람을 당혹스러우면서도 고맙게 만들더니,
이름지어준 승완이가 벌써 5학년이란다.

언제든 무엇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후배를 근 10년만에 다시 만나니 너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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