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놈이 아빠 가는데 공항까지 같이 가겠단다.
그럴필요 없다고 했더니 그날이 미국 노동절이라 수업이 없단다.
(미국엔 노동절에 학교도 논다는걸 처음 알았다.)
그러면서 아침 5시까지 호텔로 오겠다기에, 그럴바에야 호텔에서 같이 자랬더니
굳이 기숙사에서 자고 새벽에 오겠단다.
못 일어날텐데.. 하고 걱정을 하니, 염려말란다.
자식이 벌써 품에서 벗어나고파 하는 것이 느껴지며 왠지 시린 느낌이 든다.

5시에 로비로 내려가니 아들놈이 소파에 앉아있다.
어쭈~~왠일로 이렇게 일찍 일어났냐고 물으니,
잠들면 못 일어날거 같아 밤을 꼬박 새웠다나...

아침 7시30분발 비행기를 타기위해 전날 호텔프론트에 아침5시에 밴을 이용할 수 있도록 부탁했는데,
밴이 준비가 안됐다며, 대신 택시를 불러준다.
계산은 호텔이 하니 그냥 이용하면 된다나... 그거 괜찮군...

사람은 역시 많이 다녀봐야 한다.
보통 국제선은 출발시간 2시간전쯤엔 공항에 도착하는게 좋다.
그래야 허둥대지않고 무리가 없다.

공항도착시간 5시30분.

아들녀석이 Ticketing을 하고 와서는 [피닉스 - 샌프란시스코]行 티켓만 준다.
서울가는건 안주냐고 물으니,  아들 녀석이 한다는 소리가,
' 아빠..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서 gate에서 기다리면 아빠 이름을 부른다는데...
아빠 잘 갈 수 있을지 좀 걱정되네....' 그러더니, 한마디 덧붙인다.
' 아빠도 시간 많을 때 회화 학원에 좀 다니시지 그래요.'

어쭈구리~~~~  이재원이 많이 컸네...  전에 같으면, 등뒤에 숨어있었을 놈이...
하지만 그러면서도 왠지 뿌듯하고, 대견하게 느껴진다.

뭐.. 그건 그렇고... 그후, 나... 지루해서 죽는줄 알았다.
얼추 7시가 되어서야 보안구역으로 들어간다.
여긴 왜이리 여유만만하지???
아하~~~ 샌프란시스코가서 갈아타야 하니까 여긴 국내선 개념이구나...
그렇지.. 우리나라도 국내선은 절차가 간단하지. 미리 일찍 안가도되지.
맞아맞아... 좀더 느즈막히 나왔어도 됐는데...   에이~~괜히 잠만 설쳤잖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여 잠시 어리뻥뻥하다.
누가... 어디서... 내 이름을 부른다는거야???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직원에게 물었더니 94번 Gate앞 창구로 가란다.
가라면 가야지... 94번 창구에 가서 서울가는 티켓좀 달라니
자긴 담당이 아니라며 10시반 이후에 와보란다.

... 10시반에 준다는 것도 아니고, 와봐라...???
그럼 그때 만약 여기가 아니라면???
그러고보니 피닉스에선 출국신고서도 안받던데...
그럼 이거 나가서 티케팅하고 출국신고 하고 다시 들어와야 하는거 아냐..???
시간도 많은데, 매사 불여튼튼...

다시 밖으로 나가 항공사 데스크에 가서 예약티켓을 내보이니,
94번 게이트에서 줄거라네... 우~쒸~~ 괜히 나왔나???
아니지... 출국신고서도 내야하니까 나온게 맞긴 맞을거야.
스스로 자위를 하며 다시 보안검색을 하는데... 언놈하나 출국신고서 달라는 놈이 없다.
뭐야 이거... 그렇다고 달래는 넘도 없는데 아무한테나 불쑥 내밀 수는 없잖은가.

맨발 보안검색만 다시 하고 94번 게이트 창구에 가서 얘기를 하니 서울행 티켓을 주긴 했는데,
내게 표를 주자마자 안내방송을 한다.  서울까지 가는 환승승객중 티켓을 못받은 사람은
호명할 때까지 나서지말고 앉아 있으란다.
그 직원에게 나는 졸지에 성질급한 한국놈이 되고 말았다.

아~~ 출국신고서는 언제 받더냐고???
비행기탈 때 탑승권과 같이 받던대...
여기만 그런거야... 딴데도 그런거야...???

졸지에 촌놈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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