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愛憎)이 겹친다는 말이 있다.
이쁘다가도 밉고, 밉다가도 이쁘게 보인다는 말이 아니던가.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렇다.
얄미우면서도 어쩔 수 없이 존경스러울 때가 있는...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서더니 별안간 기사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쪽으로 온다.
뭔가...??? 했더니 승강구쪽 바닥철판을 한번 뒤집어 엎는다.
이게 뭐하는거지...??? 그러고 있는데 휠체어가 하나 들어온다.
어느틈에 차체가 내려앉아 승강구의 입구와 보도가 수평으로 되어있다.
휠체어가 들어오자 입구쪽에 앉았던 사람들이 벌떡 일어서더니 자리를 옮긴다.
그러자 기사가 그들이 앉았던 의자를 창문쪽으로 수직으로 올려세우더니
휠체어를 의자밑에 있는 고리와 움직이지 않도록 연결하여 고정시킨다.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다시 기사가 와서 모든걸 탑승시의 역순으로 진행한다.
기사가 휠체어 앞에 쭈그리고 앉아 고리를 묶고 풀르는 동안 
장애인은 당당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상전도 그런 상전이 없다.

피닉스를 다녀오는 버스안에서 정류장마다 기사가 안내멘트를 한다.
'이번 정류장은 #%&%&.. 다음 정류장은 #$%^&^*@#$...'
뭐 이정도야 우리도 하는거 아닌가...
그런데 갑자기 버스가 서버린다. 그러더니 안간다. 그리고는 다음 버스를 이용하란다.

... 어~~ 잘 가던 버스가 왜...
이유가 기가 막히다.
스피커에서 잡음이 나와 계속 승객들을 짜증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못 간다네...
난 하나도 짜증 안나는데... 정말 흥부도 기가 막힐 일이다.
그런데도 아무도 짜증을 안낸다. 모두들 당연하다는 표정이다.

저녁때 만난 아들녀석이 수업시간에 놀란 얘기를 한다.

' 아빠.. 미국이 어떤 땐 정말 싸가지없다고 생각도 되는데,
어떤 땐 정말 미국이구나... 싶을 때가 있다.'  하면서
하는 얘기를 듣고 나도 정말 벙벙~~했다.

아들 얘기가... 심리학강의 수강인원이 얼추 100 명이 된단다.
그런데 그중 중국계 청각장애인이 1 명 있는데, 이 한명을 위해서 수화를 하는
사람이 들어온단다. 그것도 90분 수업이라 혼자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2명이 들어와
90분내내 교수의 강의 내용을 그 학생을 향해 수화로 전달을 하는 모습을 보고
아들이 놀래버렸다. 그말을 듣고 나도 덩달아 놀래버렸다.
오직 한명을 위해 ... 두명씩이나...
그렇다고 그 학생이 등록금을 더 내는 것도 아닐테고.

학교 의료보험료가 너무 비싸다.
한학기에 450불이니 53만원 정도 하는거 같다.
고등학교 때는 서울에 있는 외국계 보험회사에 가입을 했었고,
대학에서는 처음이라 로마법을 따르기로 했는데... 뭐가 이리 비싸...???
약관을 읽어보다 또한번 그들의 사고에 깜짝 놀란다.
보장내용중에 요런 내용이 있었다.

학생이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팔을 다쳤을 경우,
그 팔이 완치될 때 까지 교수의 강의를 필기할 필기담당자가
계속 그 학생의 강의를 따라다니며 필기를 해준다는...
그게 모두 보험처리가 된다는...


오래전 신문에서 미국에 살던 장애인이 귀국을 했다가 주변 사람들의 곱지않은 시선과
도저히 생활이 안되는 시설미비로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 사람의 마음을 절감할 수 있을거 같다.

미국이 장애인의 천국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그리고 복지에 대한 개념이 우리와 한차원 다름을 느낀다.
그런 부분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럴 때 마다 어쩔수 없이 머리 속을 울리는 생각이 있다.

미국... 얄밉지만, 폼 잡을만한 자격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