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은 다시 봐도 볼 때마다 입이 벌어진다.
모든 것이 다 놀라울 따름이지만, 도대체 어떻게 그 큰 천정의 그림과 조각이 일률적으로 가능할까...

오랜 시간동안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이 매달렸을까...
그것도 어느정도 실력이 있는 사람들만 골랐을텐데, 그렇게 많은 수준급 인재들이 있었다는 것도 놀랍고,
더구나 그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누운 상태로 천정에 똑같은 문양을 만들었는지 언뜻 이해가 안된다.
전체를 조율했을 사람의 능력도 그렇고...

확실히 로마의 건축은 타 유럽과 스케일이 다르다.  프랑스와도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로마의 또 다른 특징 하나.
이 동네는 건널목에 신호등이 없는 곳이 더 많은거 같다.
운전자와 보행자가 서로 눈치껏 지나 다닌다.  교통사고율이 궁금하다.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카메라 고발 감인데...


초이가 어제 니스에서부터 발목이 이상하다고 하더니, 오늘 완전히 상태가 안좋다.
어제까지의 걸음걸이가 TGV 였다면, 오늘은 완전히 통일호 수준이네.
급한 마음에 아무 생각없이 걷다보면 초이가 한참 뒤처져 따라온다.  상태가 좋아져야 할텐데...
아직 갈 길이 많아 무리하지 않는게 좋을거 같아 평소보다 Tour 시간을 줄이고 일찍 Napoli 로 가기로 했다.


Termini 역에 도착하니 화장실이 급하다.
젠장, 이 나라 법에는 역에서 변도 못 보게 되어있나...  어째 화장실이 안보이는거야...
그 넓은 역사를 화장실 찾아 이리뛰고 저리뛰다 겨우 지하 화장실을 찾았다.

근데, 엄청난 인내력으로 찾은 화장실이 이게 뭐야???   @>@...
사용 티켓이 1000 리라 ???
내가 돈이 어디 있나...  돈은 모두 초이가 관리하는데...
아~~~ 정말 울고 싶다.  이럴 때를 대비해 나도 비상금은 갖고 있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지금 그런걸 후회할 겨를도 없다.

엉거주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후다닥 다시 1층으로 올라와 초이가 있는 곳을 생각하니
그곳까지 갔다 다시 온다는게 지옥가는 것 보다 더 멀게 느껴진다.  난감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platform에 정차된 기차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 널린게 기차 화장실인데, 기차 화장실 꼭 달릴 때만 사용하란 법 있냐...  
아무거나 제일 가까운걸 올라탔다.
유럽의 역은 개찰구가 따로 없는게 이럴 때 좋구만...

타들어가는 마음에 일단 걸터앉아 급한대로 밀어내고나니, 그제서야 떠오르는 두려움...
근데, 이 기차 출발시간이 언제야???   이거 이러다 출발하면 어쩌지... 
어디 가는건지도 모르고, 배낭이랑 모든건 초이한테 맡겨놓고 나는 완전 빈손인데...
그러고보니 맘이 또 급해진다.

아... 정말 끔찍한 긴장의 시간이었다.


정말 로마는 유적만 아니라면 다시 오고싶은 곳이 아니다.
올 때 마다 좋은 기억이 없다.




그래도 이 건물은 폼났다.   멋져... [천사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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