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로마를 찾았을 때 가장 나를 실망시킨 곳이 [콜로세움]이었다.
영화 [벤허]나 기타 문헌을 통해 머리 속으로 그리고 있던 웅장하고 장엄한 경기장의 모습... 
그 기대는 콜로세움이 보이는 멀리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왠 폐허???
그랬다.. 그것은 마치 전쟁의 후유증을 앓고난 폐허의 모습이었다.
내부의 모습은 더 했다.
바닥은 제대로보전되지 않았고, 통로도 그랬다.

그때는 그저 전성기 로마로부터 너무 멀어진 오랜 세월의 흔적이려니 생각했는데,
그 뒤 유럽의 여러 곳을 다니며 보고 듣고 느끼면서, 쇠퇴기 로마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나라의 박물관 중에서 내가 가장 탄성을 지른 곳은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다.
유럽을 여행하는 모든 사람들이 빼놓지않고 찾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는 차원이나 스케일이 다르다.
내 방식대로 구분을 한다면, [루브르]는 예술적 가치가 있는 곳이고, [대영박물관]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이다.

[대영박물관]의 스케일이 다르다는 것은 전시품의 내용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조각이나 그림이 아닌,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지붕부분 대부분의 조각들이 이곳에 껴맞춰져 있는 것을 보고도 놀랐는데,
나를 경악케 한 것은, 아프리카 동굴벽화였다.

동굴의 안쪽 벽면에 그려진 동굴벽화가 박물관에 있다???   탁본이 아니고서야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런데, 영국인은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이 무지몽매한(?) 사람들은 동굴의 벽면을 옆으로 절단하여 통채로 들고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 벽면을 그대로 진열해 놓았다.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이집트의 미이라 몇개 갖다놓는 것은 일도 아니고,
우리나라 구석기유물과 청자 백자 몇백개 가져가는건 주머니 속에 동전 넣고다니는 격이다. 
우리가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면 하마터면 석굴암 통채로 가져갈뻔 했다.  
첨성대나 석가탑, 다보탑 정도야 가뿐했겠지... 

그럼, 이 수많은 진귀한 보물들을 영국은 어떻게 모을 수 있었을까...
개인 수집가와 세계 각지에 파견된 선교사들이 그 주역들이라고 한다.
수많은 수집가와 선교사들은 각지의 역사적 가치가 있는 진귀품을 자비를 들여 모국으로 들여와서는
대부분 정부에 헌납했고, 그것을 모아 정부에서 [대영박물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온도와 습도, 그리고 채광 等 전시품의 보존을 위한 환경에 소요되는 비용과 인건비 等
매년 엄청난 박물관 운영비가 투입되면서도 박물관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도 영국인의 양심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입장료를 받으면 년간 입장료 수입만 찬문학적일텐데, 죄다 남의 나라 것 훔쳐오거나 뺏어왔으니
세계 각지의 구경꾼들에게 그 나라꺼 보여주면서 돈 받기가 차마 민망해서가 아닐런지...
(* 내가 간적이 오래되서 요즘은 입장료를 받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안받았다.)     


뜬금없이 영국 이야기를 오래 한 것은 로마인과 비교하기 위함이다.

콜로세움이 저리 폐허가 된 것은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로마사람들, 특히 권력자들이 후에 기념으로 삼기위해 바닥과 벽면의 대리석이나 돌들을 떼어내 집으로 가져갔기 때문이란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문화와 역사에 대한 두 나라 지배계층의 의식이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이태리가 콜로세움 경기장에 대한 보수작업을 하지않고, 어찌보면 흉해보이는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그런 개인적인 사욕에 대한 경종을 울리며 교훈으로 삼기 위함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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