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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9 작전명 발키리 2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영화광이라면 '누가 나오는 영화는 대부분 본다' 는,
배우를 보고 영화를 보는 마니아도 꽤 있다.
나같은 경우 [진 해크만] [모건 프리먼]과 함께 즐겨찾는 배우 중의 하나가 [톰 크루즈]다.
최근에 [잭 다니엘스]가 포함됐지만.

설 연휴 마지막 날 야탑 CGV를 찾았다. 
강남에 비해 도로사정이 좋고, 주차비 부담이 없어 즐겨찾는 곳이다.






실제 있었던 총 15번의 히틀러 암살시도중 마지막 시도였다는 발키리작전.

전쟁에 광적인 히틀러를 제거하는 것이 독일은 물론 유럽과 세계를 구하는 길이라는데 뜻을 같이 한  
독일군 고위 지휘관들의 암살작전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독일에 의한 전쟁에 비판적 발언으로 인해 아프리카전선으로 좌천된 슈타펜버그(톰 크루즈) 대령은
오른쪽 손목과 왼쪽 손가락 두개를 절단하고, 오른쪽 눈을 실명하는 부상을 입고 베를린의 독일군 본부로 돌아와,
그곳에서 히틀러에 반대하는 일부 군 수뇌부의 히틀러 암살모의에 가담하여
암살작전의 전체 계획을 수립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작전은 계획대로 진행되는듯 했으나, 히틀러의 생존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은 급격히 반전되고
결국 암살모의에 가담했던 세력은 전원 체포되어 사형을 당하게 되는게 줄거리.






[작전명 발키리]를 보면서 1979년에 있었던 중요 한국현대사인 12.12 사태가 떠올랐다.
특히 당시 장교로 군에 있으면서 비록 세세한 부분은 알지 못했지만 전방의 심상치않았던 분위기를
직접 체험했던 사람으로서 몇가지 느껴지는게 있다.

영화속 발키리작전의 실패과정과, 정권이 바뀌면서 드러난 12.12 사태시 군부의 움직임을 비교하면서
이런 엄청난 일을 도모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정신적 측면에서,
첫째, 일을 함께 도모하는 구성원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두번째는, 신속한 결정이 요구되는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가장 금기는 우유부단함이다.
물론 모든건 결과중심이니까 결과에 따라 성급한 의사결정이 금기가 될 수도 있는데,
그래서 더더욱 판단이 어려운게 우유부단함과 신중함의 경계다.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는,
첫째, 통신체제 장악.
둘째, 언론매체 통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셋째는, 실제 행동화하는 일선 제대장의 장악이다.

영화 [직전명 발키리]도 실제 사실을 근거로 했다는 점에서 12.12 사태와 비교할 때
패한 측의 공통점은 위 다섯가지 부분에서 결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발키리작전에서 구테타 세력은 가장 중요한 초기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였고,
그럼에도 유리하게 돌아가던 상황을 통신체제와 현장 지휘관 장악 실패로 끝내 역전당하고 만다.
12.12 사태시 진압군은 우세한 병력에도 불구하고 지휘부의 우유부단함과 행동부대장 장악 실패의 누를 범한다.


이 영화에는 주인공인 톰 크루즈보다 더 인상적인 배우가 눈에 띄고,
또 주인공인 슈타펜버그 대령보다 더 감동을 주는 배역이 있다.

아돌프 히틀러의 배역을 맡은 배우 [데이빗 밤버]는 정말 히틀러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늙고 노회한 히틀러의 몸짓과 표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특히 구부정한 허리와, 노쇠한 나이에 풀린듯 하면서도 때로 날카로운 광채를 느끼게 하는 눈빛은 일품이다. 

영화 [발키리]에서 내게 가장 인상적이고 진한 감동을 주는 배역은 슈타펜버그 대령의 부관이다. 
어찌보면 상관을 잘못 만나  앞날이 창창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패기발랄한 젊은 장교.
슈타펜버그 대령의 부관으로 발령을 받고 신고하는 자리에서 슈타펜버그가 그의 계획의 일단을 내보이고
함께 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과정이 다소 현실적이지 못한 느낌이 있지만 영화니까 그렇다고 치고,
하여튼 그 자리에서 동참의사를 밝히고는 (게쉬타포에 밀고하여 신분상의 큰 이득을 볼 수 있었음에도)
끝까지 슈타펜버그와 함께 하는데, 특히, 직속상관인 슈타펜버그 대령이 처형되기 직전 서슴없이 그의 앞으로 나아가
부관으로서 마지막 예를 갖추는 기백있는 청년장교의 모습은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다.




영화속 이름도 기억나지않는 슈타펜버그 대령의 부관인 이 청년장교의 마지막 모습에서
12.12 사태시 특전사령관의 비서실장으로 끝까지 상관을 지키다 사망한 故 김오랑 중령이 떠오른다.


발키리작전에 가담했던 세력들이 사형집행된 9개월 뒤, 독일은 패망하고 히틀러는 자살한다.
생각하기에 따라 그들이 조금만 참고 있었다면 죽지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속마음과 생각을 알리없는 유엔군과 역사는 그들을 전범으로 기록했을 수도 있다.
살면서 영원히 전범의 오욕을 당했을지도 모를 그들은 죽어서 이렇게 영웅의 역사를 만든 것이다.

12.12는 어떤가...
승자로 살아있는 사람을 영웅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죽은 사람에게도 아직 영웅이라고 칭하지는 않는다.


[참군인]은 무엇인가...
무엇을 추구하는게 [참군인]인가...
[국가에의 충성]에서 국가의 기준과 실체는 무엇인가...

[작전명 발키리]는 예비군도 훨씬 전에 끝난 내게 새삼 군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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