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내게 무얼 물어보기 위해 후배부부가 식사를 하자며 주말에 찾아온 적이 있다.
우리 동네까지 왔으니 당연한 마음으로 우리가 점심을 샀는데, 필요한게 있어 와서는
우리가 점심을 산게 마음에 걸렸는지, 그 후배에게서 주말에 점심을 함께 하자고 연락이 왔다.

마침 운중지에 있는 카페 랄로의 운치있는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터라
자연스레 그 곳에서 브런치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카페랄로는 선불제로 운영된다.
고객이 카운터에 가서 직접 주문을 하고 바로 계산하는 semi self 시스템이다.
함께 식사를 하면 늘 당신께서 계산하는 걸 철칙으로 생각하시는 아버님을 모시고
이 곳을 찾았을 때, 선불임을 몰라 내게 계산의 기회를 넘겨주신 아버님께서 대단히
분노(?)하신 적이 있을 정도로, 선불제는 선불제임을 모르고 일행에게 대접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난감하게 만드는 경우가 가끔 있다. 

후배부부가 오기 전, 아내에게 웃으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가 오늘은 자기가 점심을 사겠다고 오는건데, 랄로 선불인데 어쩌냐?
 대놓고 '여기 선불이야~'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주문 안 하고 마냥 앉아있을 수도 없고.."


하지만,
창 너머 보이는 혹한의 운중지가 이런 나의 소심한(?) 우려를 기우로 만들어 버렸다.


 
꽁꽁 얼어붙은 운중지에 선보인 카페랄로 직원의 재기발랄한 snow writing.  

카페랄로를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리에 앉자마자 탁 트인 창 밖을 내다보게 되는데,
얼어붙은 운중지에 수놓은 저 문구는 메뉴판보다 더 확실하게 전달된 메시지가 되어버렸다.


근데..  혼자 저 큰 글자를 저렇게 반듯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정말 잘 만들었다.
카페랄로 로고와 하트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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