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하는 이유
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2010. 8. 26. 02:24 |새로 개발된 지역의 대단위 단지.
이리저리 들러보다 교통이라든지 조경 등이 마음에 드는 단지가 있으면,
거주하시는 분들에게 궁금한 몇가지를 물어보곤 했다.
그런데, 한 단지에서 거주하는 분이 이런 말을 한다. "여기는 매매나 전세가 안되는 곳이에요."
아무 사전 정보없이 갔던 터라 이유를 물어보니, 그 단지는 임대아파트란다.
그 지역에는 단지별로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로 구분되어 있는데,
분양아파트는 말 그대로 분양을 받아 개인 명의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어
집주인이 마음대로 매매나 전세를 줄 수 있지만,
임대아파트는 임대계약자가 5년간 실거주 후 분양을 받기 전에는
일체의 명의 변경이나 재전세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것.
하지만, 대한민국은 역시 대단한 융통성의 나라다.
한군데 중개업소에 들러 얘기를 나누던 중,
"저 단지가 마음에 들던데, 저긴 임대아파트라면서요?" 하고 무심히 말을 던지자,
그 단지에 아주 싸게 나온 전세물건이 있다고 정보를 준다.
"임대아파트인데 어떻게 전세가 되느냐?" 고 묻자, 다 하는 방법이 있다며 집을 보겠냔다.
내부에 대해 관심이 있던 터라 집구경이나 할겸 따라 나섰는데...
그 집에 들어가 집주인을 소개하는 첫 마디.
"여기 사모님이 아주 부자세요. 집이 여덟 채나 되시고요, 여기 사장님도 사업을 크~게 하세요."
그 소리를 들은 주인 여자분의 반응도 재밌다. "아이.. 뭘.." 하면서도 그 말을 자랑스럽게 즐기는 표정.
전세가 안되는거 아니냐는 질문에, 청산유수처럼 줄줄이 흘러나오는 주인 여자의 처방.
전세금은 이러이러하게 설정을 해줄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자동차 주차문제도 관리소장을 잘 아니 문제없이 해결을 해줄 것이며,
주민등록을 옮기는 문제도 알려주는데, 이게 또 가관이다.
아래 층에 친정어머니 혼자 있으니 그 집에 동거인으로 전입을 하면 된단다.
그러니까 요즘 말 많은 위장전입이다.
물론, 그 집에 대해서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부동산투기의 실체를 확실하게 본 셈이다.
집이 여덟 채나 된다는데, 그런 사람들이 정직하게 모두를 자기 명의로 하지는 않았을테고,
그럼 그만큼 여러 사람의 명의를 빌렸을터인데, 그 사람들은 집 없는 사람들이 아니겠나.
또 하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곳의 청약율이 최소 1500 : 1 이 넘었다던데,
그 와중에 모녀가 같은 단지 같은 동에 당첨됐다는게 과연 정상적인 확률로 가능한 일 일까?
집이 여덟 채라는 말만 안들었어도 억세게 운좋은 모녀라고 생각했을거다.
그 집에 대해 관심이 없는걸 눈치챈 중개인이 넌지시 다른 미끼를 던진다.
임대인 명의변경이 가능한 임대아파트가 있다며, 지금 사서 3년 6개월만 지나면 차익이 많을거라는..
합법적으로 임대인 명의변경이 가능한 다섯가지 경우가 있단다. 들은 얘기를 복습삼아 정리하면,
임대인이 외국에 나갈 경우, 타 道로 이사할 경우, 임대인의 사업장이 바뀔 경우, 이혼할 경우,
그리고,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는 임대인 변경이 합법적으로 가능한데, 마침 그런 물건이 있다는거다.
명의변경에 필요한 우선 매입가격이 생각보다 괜찮게 생각되어, 나중 큰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
금융비용을 감안해 손해만 아니라면 눌러앉을 집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정말 나중에 문제될만한
사항이 없는지 궁금한 점을 조목조목 짚어보는데, 대답의 늬앙스가 조금씩 달라지면서 일관성이 없다.
의구심이 들어 확인차 인근 다른 중개업소에 들러 상담을 하면서 느낀 또 우스운 현상 하나.
중개인이 상당히 조심스러워 하며 말을 아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부동산 불법거래 단속반으로 생각했던거 같다.
이야기를 나누며 의심이 풀렸는지 내가 궁금해 하는 임대 명의변경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다.
자신도 부동산중개업을 하지만, 나중에 문제될 소지가 많다는거다.
아무리 저렴한 가격이더라도 조금이라도 불법이나 편법의 소지가 있는건 개운치가 않아 포기해버렸다.
그런 매물이 많다는게 더 의아스럽고, 공증을 비롯한 안전장치를 해준다 하더라도,
문제 발생시 어쨌든 불법과 편법에 동참한 사람이 뭐가 당당하다고 권리주장을 하겠는가.
그런게 싫어 관심을 끊었더니, 그 중개업소에서 뻔질나게 연락이 온다.
남들 다 그렇게 한다는데, 그 말이 더 불신을 키우며 나를 짜증스럽게 한다.
집이 여덟 채 있는 것도 어찌보면 탁월한 능력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라면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아니, 스스로 자랑스럽고 만족하더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근데, 그 사람은 더구나 자기 딸이 교사라고 했다. 그 교사의 가치관은 어떨지 궁금하다.
나는 근 20년을 서울의 노른자위라는 강남에 살면서도 강남 집 값은 떨어져야 하며,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소위 강남 3구의 세금을 더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높은 세금을 감당할 능력이 되는 사람은 그곳에 살면서 남들의 부러움을 느끼며 살 자격이 있고,
그럴만한 능력이 안되는 사람은 그곳을 떠나 자기 수준에 맞는 환경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남들의 부러움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 그 당당함의 댓가로 내는 세금으로 열악한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는게 공정한 사회로 가는 초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집 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그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장관 내정자가 쪽방 투기를 하고, 위장전입을 밥 먹듯 했다.
청와대에서는 그런 사항이 사전에 다 검증됐다고 하면서도 임명을 했고,
만천하에 치부가 드러났음에도 당사자들은 이런저런 변명과 "죄송하다, 반성한다." 는 사죄를 하지만,
책임을 통감하며 사퇴하겠다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한 사회의 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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