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 공정한 사회, 국격.. 애드립이 아니길.
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2010. 8. 19. 00:03 |참 오랜만에 글을 올리면서도 마음이 우울하고 무겁다.
개각을 할 때마다 '이번엔 누가 무슨 일로..?' 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것도 단골메뉴가 되어버린 [위장전입]으로.
2002년 총리 지명자에 대해, 당시 야당이었던 현 집권당 한나라당의 공세는 집요하면서도 추상같았다.
맹모삼천지교의 심정으로 이해해달라는 총리 내정자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범법자" 라 했고,
결국 그 내정자는 총리후보에서 낙마했다.
그 다음 정권에서 부총리 부인의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한나라당은 집요하게 위법사실을 추궁했다.
20년 전의 일이니 양해해달라는 사실상의 읍소에도 공직자의 자세를 강조했고, 결국 부총리는 사퇴했다.
정권이 바뀌었다.
그리고, 첫 조각명단이 발표되면서 부터 상황은 반대가 되고 말았다.
집권당에서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추상같은 호령으로 추궁하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문제점이 드러난 후보자들을 감싸고 비호하기에 급급해졌다.
당시 기가 막혔던 장면은, YTN의 인기코너였던 [돌발영상]의 한 장면.
야당 당사에서 장관 내정자들의 이런저런 흠결을 내세우며 도덕성을 문제삼는 장면에 이어,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웃음 띤 얼굴로 "이거.. 전에 우리가 엄청 심하게 문제삼았던 것들이야." 하며
농담을 주고받는 듯한 화면이 나온 것이다. 그때 그 화면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한 언론사의 인터넷 기사에 올려진 자료다.
넘쳐나는 장관들은 그렇다치자. 대통령도 알고 뽑았으니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총리와 검찰총장, 경찰청장에 대법관까지는 좀 경우가 다르다.
총리는 萬人之上의 자리다.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는 자리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은 법 집행을 지휘하고 책임지는 자리다.
리더, 특히 공직자에게는 누구에게나 솔선수범이라는 덕목이 우선시되지만,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은 특히 준법을 실천하며, 위법을 최일선에서 단속하는 집단의 수장이다.
대법관은 더하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도 사람이기에 위법을 할 수 있다지만, 그런 위법자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게 법관의 책무라면, 대법관은 법관들의 잘못된 판단마저도 바로잡아
엄정한 법치의 최후 보루가 되어야 하는 직책이다.
그런데, 스스로 위법을 한 총리가 어떻게 공무원들의 청렴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며,
또, 그런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이 어떻게 위법사실을 들어 기소를 지시할 것이며,
또, 자신도 지키지 못한 위법사실에 대해 대법관은 어떤 판결을 내릴 수 있단 말인가.
문제는 이제 위장전입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무감각증이 깊어간다는 사실이다.
여권의 한 의원은 "예전엔 몰랐는데, 국정운영을 해보니 그런거까지 다 따지면 쓸만한 사람이 없더라" 고 했다.
청와대에서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을지 몰라도 법적으로는 문제될게 없다."
법적으로 문제될게 없다니... 나는 법 전공자가 아니라 모르지만,
법에는 분명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이라고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건, 법을 모르거나, 아니면, 법을 무시하는 발언이 아닌가.
더 심각한 문제는 청와대가, 인사검증시 다 파악이 됐던 사항이라고 인정한 부분.
도덕성에 다소 결함이 있더라도 국가에 대한 충성이나 개인능력이 있으면 기용한다는게
대통령의 인사철학이라는 말도 나온다.
문맥만으로만 해석하면, "꿩 잡는게 매" 라는 의미에서 그럴 수도 있다.
기업체 CEO의 입장이라면 충분히 그런 인사를 할 수 있다. 기업의 1차적인 목표는 성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경영은 다르다. 국가경영의 목표가 성과지향적으로 된다면, 그 나라는 정신이 사라지게 된다.
리더그룹의 가치관이 중요한 이유는,
- 어떤 부류의 집단이 리더가 되느냐에 따라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규범의 기준이 달라지게 마련이고,
- 건전치 못한 리더집단에 의한 조직은 규율과 자제가 상실되기 때문이다.
모든 집단에게는 지도층을 따라하려는 모방심리가 있으며, 지도층이 자신의 행동과 다른 기준으로
집단에게 제재를 가하려할 경우, 집단은 반발을 하게된다.
현 대통령은 이런저런 현행법 위반사항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법치를 강조하니 국민들이 그 말을 이행하겠는가.
또, 새로운 인사가 발표될 때 마다 대통령과 유사한 위법사실이 필수사항처럼 드러난다.
그러니, 끼리끼리 혹은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나온다. 내가 죄될게 없다고 생각하니,
나와 같은 행동을 한 다른 사람들의 결함이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게 인격적으로
문제투성이의 사람들을 나라의 지도층으로 인선해놓고는, 國格을 높여야할 때라고 강조한다.
修身 制家 治國 平天下 라 했다.
그런데, 인격이 안되는 사람들이 국가를 대표하는데, 국격이 높아지겠나..
위장전입을 한 서민들은 주위 사람들이 모르는데도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온 나라에 위장전입 사실이 밝혀진 사람들은 "적절치 못한 처신이었다." 는 말 한마디로
어물쩡 이 나라의 고위직이 되어 그 가문의 족보에 기록되고, 퇴직금도 받고, 적지않은 연금도 받게 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를 강조한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치주의, 국격, 공정한 사회..
권력자가 자기 주변에 대해 엄격하게 법치를 적용하면,
사회는 공정성을 찾게 되고, 그런 공정한 사회의 틀 속에 국격은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치와 공정성의 범위에,
그의 사람들만큼은 늘 제외되는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래서는 법치도, 공정한 사회도, 국격도, 국민들에겐 연극배우의 애드립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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