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역에서 합정동으로 들어가는 지하철 2호선은 한강 위 철교로 연결된다. 
반면에, 당산역에서 여의도로 들어가는 지하철 9호선은 한강 밑 지하를 관통한다.
그러다보니 당산역은 2호선과 9호선의 환승구간의 표고차가 무척 크다.

전에 찍어놓은 사진으로 보면 대충 이 정도다.




표고차 24미터, 에스컬레이터 길이가 48미터라는데, 직선거리 48미터야 별게 아니지만,
경사가 거의 45도에 달하는 48미터는 도심에서 쉽게 걸어서 오르는 거리가 아니다.


오늘. 당산역 9호선에서 2호선으로 환승을 하기 위해 저 에스컬레이터 앞에 다달았는데,
올라가는 두대의 에스컬레이터 중 사람들이 오른쪽 에스컬레이터만 이용하고 있다.

요즘은 에스컬레이터도 평소엔 정지되어 있다가 사람이 오르면 센서가 감지하여 작동하는
절전형으로 나오지 않는가.  
그런데 왜 사람들이 복잡하게 하나만 이용하지..?
그렇게 생각하며 호기롭게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움직이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로 방향을 잡았다.


사람들이 줄줄이 내 뒤를 따를거라는 즐거운 상상과 함께 호기있게 너댓 발자국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오르는데...
어라~~ ⊙.⊙ ??  당연히 위로 움직일거라 생각했던 에스컬레이터가 꿈쩍도 않는다.
의아해 하는 사이 난 이미 열계단 정도를 올라왔고, 그제서야 이게 움직일 의도가 없음을 알았다.

이런...  상당히 당혹스러웠지만, 돌아서 내려가기엔 이미 애매한 위치가 됐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건강을 위해 일부러 걷는 걸 택한 것으로 생각할텐데,  
그리고 '어~~ 저 사람 나이는 좀 있어보이는데 이걸 걸어 올라간단 말이야..  대단하네.'
하고 감탄할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돌아내려가는건 나의 판단력과 무지를 돋보이게 할 뿐이라는 생각에
위를 바라보니 왜 그렇게 까마득하게 느껴지는지...
그래도 의연한 척 고개를 들고 애써 당당한 걸음을 내딛었다.

한참 간거 같은데, 위를 보니 아직 반 정도 남았다.
우이씨~  한 순간의 잘난 척이 내 다리를 잡는구나...

혼자 속으로 궁시렁거리며 계단을 오르는데,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프다.  아직도 1/3 정도 남은거 같다. 
안그래도 불과 30분 전까지 헬스장에서 두시간 이상을 사이클과 스테퍼 등으로 뛰고 달려 다리 근육이
뻐근하던 차에 이젠 완전히 다리가 풀리는 듯한 기분이다.  좀 쉬었다 갔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지만,
옆에서 계속 자동으로 편히 올라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는게 뻘쭘할거 같다.
'그러게 처음부터 편히 가지. 뭐 대단한 체력도 아니면서 객기를 부리더니 여기서 헐떡거리고 있나..'
그런 조소가 들리는거 같아 도저히 쉴 수가 없다.

그렇게 꾸역꾸역 올라가 힘들게 갈아탄 2호선의 빈자리가 어쩜 그리 반갑던지...


대체 남들과 달리 판단하는 내 센스가 문제야?  에스컬레이터의 센서가 문제야??

거.. 작동이 안되는건 앞에 [고장]이라거나 [수리중]이라는 팻말좀 달아놓으면 안되나...


지하철 관계자 : 남들 다 잘들 알아서 다니고 있구만, 왜 혼자서 쌩쇼를 하고는...
                        항상 보면 띨띨한 사람이 지 모자란건 모르고 목소리가 크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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