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등학교 반창회가 있었다.

장소를 어디로 해야할지몰라 망설이는 나에게
"그냥 니네 집에서 하면 되지 뭘 고민이냐.." 는 양보의 고마운 격려로 까사미오에 모인 인원은 네명.
보통 8~10명 정도가 모이는데, 연말이라 일정들이 많이 겹칠거 같아 년초로 미룰까 생각도 했지만
되는 사람만이라도 얼굴을 보자는 의견도 있어 날을 잡았으면서도 부담줄까 우려되어 개별적인 확인은 하지않았다.

- 오늘 태우가 올라온다고 나오라는걸 반창회가 우선이라고 안나갔는데...
> 어디서 모인다는데?
- 강남역 4번출구 어디라던데...  하긴 굉복이가 '그럼 우리가 2차로 상범이네로 갈까..' 하던데...
> 그럼 이리 올지도 모르겠네...

비슷한 시기에 휴대폰이 울린다.

- 상범아.. 오늘 니네 반 반창회야?
> 넌 어딘데?
- 어.. 애들 몇명이 사무실로 와서 지금 신천에서 한잔하고 있지.  내가 다시 연락할께..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각에 다른 두곳에서 동창모임이 동시에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들 수다도 무섭다.
넷이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두시간여가 후딱 지나는데, 양보의 휴대폰이 울린다.

양보의 진술에 의한 재구성.

인호 : 야~ 우리 대충 끝나가는데...
양보 : 어.. 우리도 끝나가..
인호 : 그럼 어떻할거야?
양보 : 뭘 어떻게 해...  니들은 니들끼리 알아서 놀아.. 우린 우리끼리 재밌게 놀테니까.. 

그리고 잠시 후 형렬이의 휴대폰이 울린다.
- 상범이네 위치?  거기 애들 많이 알거야.

그리고 다시 울리는 내 휴대폰.
호갑 : 양보가 양보를 안하네...
나    : 야~~ 니들은 돌아가며 5반 점호를 취하냐??  올램 오고 말램 말던가...
호갑 : 어.. 지금 가고있다.


그렇게  박굉복, 유인호, 신윤승, 김병한, 이태우, 이호갑, 이원희가 들어서는데,
맨 마지막에 들어오는 친구,
"상범이 오랜만이다.^^"
@<@.. 
"어~~ 야~~ 너 정말 오랜만이다.  근데, 너 이름이 뭐드라..."
"송준민.."
  이렇게 또 오랜만에 한 친구를 만났다.

어찌됐든 5반의 소수인원 네명이 우리 동기중의 핵심 실세 여덟명을 M&A 한 셈이 됐다.

이 친구들은 올 때마다 우리 직원들에게 2만원씩 팁을 준다. 심지어는 주방까지 찾아가 팁을 준다.
그게 가게주인인 친구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배려라는걸 알기에 친구들의 이런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파카크리스탈 국내총판을 하는 형렬이는 와인잔 3박스를 보내주기도 했다.

학습효과 때문인지 어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라면이 세그릇이나 제공된다.
와인을 열병쯤 마셨나...

이렇게 와준 친구들을 그냥 보내기는 내가 미안하고 아쉽다.
"시간되는 사람 노래나 한곡하고 가지.."


이래서 넷이 들른 노래방.




이 친구 인호에 대한 에피소드.

이 멤버들이 까사미오로 합류하기 전에 있었던 대화.

나 : 야...  인호말이야... 얘는 어떻게된게 내 이름이 상만이라고 잘못 입력이 돼가지고
      날 볼 때 마다 상만이래...  지난 번에 형수 딸 결혼식 끝나고도 '상만아~~ 2차 가자~~' 그러는데,
      난 처음에 다른애 얘길 하는줄 알았더니, 내 어깨를 감싸면서 '상만아~ 같이 가자." 그러더라구...
      그러니 거기다대고 '야~ 나 상범이야' 그러자니 민망해할거 같아 말도 못하고.
      다른 애들이 내 이름 부르는거 보고 깨닫게 해야 하는데...
양보 : 그런 넌 인호보고 '인화야~~' 그래..  그럼 지가 '나 인호야..' 그러면 너도 '나도 상범이야.' 그러면 돼잖아. ^^

그러더니 이 친구가 들어와 앉자마자 양보의 한마디.
"인화야~~  상만이가 너한테 불만있대..."

어리둥절해 하는 인호에게 형렬이가 귀엣말로 뭐라하는데,
상황설명을 들은 듯 막 웃더니 한마디 한다. 
" 아니.. 내 핸드폰에 니 이름을 잘못 입력했나봐..."


노래방에서 한참 흥을 돋는 순간 형수에게서 전화가 온다.
"역삼역 근처에 있는데, 거기 마무리되면 이리 와라."


그래서 각기 다른 세군데서 만난 패거리들의 대표선수들이 결국 한군데서 만나게 됐다. 




물병을 엎지르는 바람에 바지가 홀랑 젖은 **.
바지를 말리느라 벗어놓은 상태에서도 노래는 불러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좀전에 인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의 영원한 상만아~~~^^   어제 즐거웠다."


교복을 입고 다닐 때는 친구가 그냥 같이 어울리고 장난만 치는 존재인줄로만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친구가 참 좋은 존재라는걸 깨닫게 된다.

요즘 경기도 안좋고 좋은 일이 별로 없는데도,


'뻔한? fun한!! > 뻔한? fun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젊게 산다는 것  (0) 2010.02.28
살다보니 이런 반전도 있네...  (0) 2009.01.18
얼결에 실린 신문기사  (4) 2008.11.24
이슈가 있는 노래방  (8) 2008.03.12
1 + 1 + 1 = ?  (23) 2008.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