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이에게 편지를 보냈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친구의 편지만 하겠냐만은,  그래도 군에서 받는 편지는 반가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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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

사진으로 본 군복입은 모습이 제법 잘 어울리던데, 이제 군복이 더욱 잘 어울릴라나...
육군훈련소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요즘 군대 정말 많이 좋아졌더군.

식단을 보니, 적어도 메뉴만으로는 아빠보다 더 잘 먹는거 같고...
물론 질의 차이는 좀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 네가 느끼는 체감 미각은
서울에서 먹은 신선설농탕 보다 훨씬 맛있지 않겠나...

훈련병 사진도 볼 수 있고, 가장 놀라운 것은 군복을 직접 빨지 않아도 된다는거...
그거 정말 부럽더라.  아빠 때는 장교들도 직접 빨래를 했는데...

잘 지내고 있지?  건강하리라 생각한다.
네 말대로 밸리포지의 경험이 너의 적응력을 더 높여주는거 같아.
생각 이상으로 잘 적응을 하고 있는거 같아 아빠도 무척 다행으로 여기고,
또 너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단다.
네 편지를 아빠 블로그에 올렸더니, 모두들 부러워하더라.
아들이 성격도 좋고 적응을 잘 해서 좋겠다고...

그럼~~~ 미국에서 블루치즈까지 구경하고 온 사람인데, 그까이꺼 뭐... 대충... ㅋㅋㅋ...

현모가 첫주 일요일에 전화를 했더라.
재원이 소식이 궁금하실거 같아 알려드린다며, 네 주소까지 알려주더구나.
그래도 그렇게 신경 써주는 것이 참 고맙더구나.
너와 현모가 입장이 바뀌었다면, 너는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아빠 생각엔 좀 아닌거 같은데...

그러니까 사람은 하나만 보고 그 사람에 대해 절대적인 판단을 해서는 안돼.
아마 너도 이번 기회에 현모에 대해 조금은 다른 판단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장단점이 있는 법이고, 내 마음에 안드는 면이 있다.
그걸 어느 정도 내가 이해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과의 관계가 달라지는 거야.
가급적 사람들에 대해 좋은 점만 생각해라.
우연한 계기지만, 어쩌면 현모와 새롭게 친숙해 질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지.

또 앞으로 누구와 어떻게 어떤 자리에서 만나게 될지 모르는게 세상일이다.
현모와도 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도 있는거야.

그리고, 그곳에서 가급적 많은 친구들과 교분을 쌓으렴.
너는 특히 국내에 인맥이 없기 때문에, 나중에 네가 한국에서 활동할 것을 대비하여
기회 닿는대로 여러 사람들과 친분관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네가 성격이 좋고 사교적이라 그런건 잘 하리라 생각하지만...

샤브미 식구들이 네 안부를 간혹 묻곤 하는데, 네 편지 얘기를 해줬다.
백점장이 제일 관심이 많고, 이모랑 영수, 재영이도 궁금해 하더구나.
정은이가 나간 다음 새로 남자직원이 합류했어. 남자가 와서 재영이랑 대욱이는 완전 김이 샜지.
입이 댓발은 나왔다. ㅋㅋㅋ... ^&^~~~
근데 아주 잘 생겼다. 언뜻 보면 박찬호.  또 언뜻 보면 탤런트 김석훈.
요즘 분위기가 아주 좋아. 재희도 꽃미남이 와서 그런지 오히려 더 명랑해졌고,
영수는 여전히 성실하고, 꽃미남도 성격이 좋더라.

지하 NAKED TREE 때문에 골치 아프다. 아직 사람들이 꼬여 들지가 않네.
분위기가 바뀐걸 알면 서서히 좋아지겠지.
엄마가 너 첫 휴가 나오면, 네가 아는 애들 몽땅 naked tree로 집합시키라 그러란다.

한 내무반에 10명이란게 제일 맘에 안드네.  그래가지고, 새우잠 자는 잠버릇이 고쳐지겠나... 
옴짝달싹 못하게 꽉꽉 낑겨 자야 하는데...    

암튼 주어진 시간에 늘 충실하게 보내렴.
그리고, 연무에서 식사하며 아빠가 말했듯, 조금 힘들어 하는 동료들 잘 챙겨주고.
아직 네게 전우라는 단어는 생소하겠지만, 정말 전쟁상황 이라면 너를 지켜줄 사람은
너와 같이 있는 네 전우 뿐이라는걸 잊지마라.

사람은 어려울 때 지탱이 되준 사람이 오랬동안 기억에 남는 법이야.
동료들 중에 너보다 힘들어 하는 동료들에게 신경을 더 써 주렴.
더구나 네가 소대장 훈련병이라며...
리더는 조직을 머리로 끌고 나가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끌고 나간다는 것을 명심해라..

남들은 자식 군대 보내놓고 날씨가 추워지면 걱정한다는데, 엄마와 난 날이 추워지면, 재원이 쌤통이다.
라며 웃는데... 이건 좀 너무 심한건가...???  그만큼 우리 아들의 높은 생존력을 믿는다는거 아니겠어...

군소리 안 하고, 싫은 내색 한번 안 내비치고, 그리고 네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하며 조국의 부름에 기꺼이 응한 네가 우리 모두는 자랑스럽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삼촌은 물론, 지연이도 오빠가 최고래. 오빠같은 남자가 필요하단다. 

사랑스러운 아들이 자랑스러운 아들로 느껴지게 해준 네게 다시한번 고마움을 느낀다.


                                                                                      2006. 3. 2

                                    - 늘 새로운 정과 함께, 성숙해져 가는 재원이가 느껴지는 아빠가.

P.S : 방금 끝난 World Baseball Classic  대만과의 1차전은 2:0 으로 이겼어.
      서재응-김병현-구대성-박찬호의 해외파(이제 구대성은 한화로 복귀했지만)가 깔끔하게 던지고,
      홍성흔은 2루타로 결승타점, 이종범이 역시 2루타로 추가타점을 올렸네. 홍성흔은 비록 병살타가
      하나 있지만, 3타수 2안타. 기대했던 이승엽은 별로, 최희섭은 첫타석에서 큼직한 2루타.
      문제는 김동주... 내야안타를 치고,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가 자기 몸에 팔을 접질려 병원으로
      실려 갔는데, 어찌됐는지 모르겠다. 만약 부상이라면 항상 시즌 전 부상징크스가 재현되는건가...
      본인도 안타깝겠지만, 김경문감독도 환장할 일이지. 
      너와 같이 보지를 못해 무척 아쉽지만, 남은 경기도 아빠가 네 몫까지 열심히 응원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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