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종점에서 내려 산상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다 따뜬한 커피 생각에 카페에 들어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마치 내가 天上에 와있는 듯 하다.
그 풍광을 보니, 갑자기 커피가 아닌, 술이 생각난다.
이태백이 호수에 배를 띄우고 술 잔을 바라보며 하늘과 호수 속, 술잔 안에 있는 세개의 달을 읊었다지만,
그 정도 경지는 아니더라도 나도 조금이나마 취기에 어린 신선의 모습을 닮아보고 싶었을까...
 
여기서 재밌게 본 것은, 해발 2000미터 상공의 구름 위에 까마귀가 무리지어 살고 있는데,
이놈들은 부리가 노랗다.  왜 노랗지?? 


카페에서 정상까지의 높이는 불과 20~30미터?
고도의 차이가 그리 큰거 같지 않은데, 체감온도와 바람의 세기가 엄청난 차이를 느끼게 한다.



필라투스의 최정상.

저 의연한 듯한 사진 한장을 찍기위해 엄청나게 몸을 떨어야했다.
뒷 배경의 모습은 참으로 평온하게 보이지만,
얼마나 바람이 강하고 추운지 모자를 겹겹이 덮어쓰지 않으면 귀가 떨어져나갈 듯 견딜 수가 없다.
사진을 찍는 손가락이 다 얼어버릴거 같아 카메라 조작이 힘들 정도다.


필라투스는 융프라우 요흐에 비해 낮은 2,122m 의 높이지만 느낌상으로는 융프라우 요흐 이상이다.
그리고, 보여지는 모습도 융프라우와는 판이하다.
융프라우가 단단하고 강인한 남성의 힘차고 곧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필라투스는 부드럽고 포근하면서도 기개가 있는 여성을 느끼게 한다. 



눈 아래 보이는 솜털같은 구름.
몸을 던지면 보드랍게 나를 받쳐줄 것만 같다.   마치 푹신푹신한 쿠션과 같다.


 

구름 위에 살짝 들어난 채 이어진 산의 능선이 마치 이제 막 승천하려는 용의 허리를 보는 듯 하다.




세상 끝에서 天上을 향해 구원을 갈구하는 듯한 십자가.
저 끝이 仙界가 아닌가 싶다.

십자가까지 이어지는 지그재그 형태의 길이 구원을 향한 역경의 상징처럼 보인다.
저 십자가가 있는 곳까지 가보고싶은 충동은 지금까지 남아있다.

배낭여행 중 찍은 사진 중에서 가장 간직하고 싶은 몇장의 사진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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