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가 지켜준 식구들의 빈자리
나의 폴더/꼬맹이 2008. 2. 2. 00:25 |꼬맹이가 우리 집에 입양되어 온지 다섯달이 좀 지났다.
이미 정은 들대로 들었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사회성이 점점 떨어지는 현상.
8월말에 입양되어 생후 5개월쯤 되었던 10월 추석에 부모님이 집에 오셨을 때만 하더라도
금새 할아버지 할머니와 친숙해지던 녀석이, 정초에 두분이 오셨을 때는 소파 밑으로 들어가
가실 때 까지 나오질 않는다.
현관 벨소리가 나면 꼬맹이는 부리나케
이렇게 겨들어가기 바쁘다.
하지만, 식구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나면 현관쪽으로 달려온다.
꼬맹이가 생각하는 가족사랑 우선순위를 알 수 있는 지표가 몇가지 있다.
재원이가 문을 열 때는 거실 앞부분까지 나온다.
내가 문을 열면 현관 바로 앞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다.
집사람이 문을 열 때는 문 앞에 와서 문을 열기도 전에 벌써 소리까지 지른다.
문을 여는 소리만 듣고도 누군지 파악하여 환영수준이 다른 것을 보면
후각이나 육감 等, 나름대로의 인지방법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나와 집사람이 함께 들어가면 집사람 뒤만 따라다닌다.
잠을 잘 때도 꼭 사람 옆에서 자는데, 그때도 마찬가지다.
재원이나 지연이 혼자 있을 때는 그 옆에서 잔다.
가족들이 잘 때는 꼭 우리 방으로 와서 잔다.
신기한건, 아침에 일어나보면 우리가 침대에서 나오기 전에는 자기도 절대 침대 옆 의자에서 자리를 뜨지 않는다.
잠이 깼음에도 끝까지 앉아있다가, 우리가 일어나 나오면 그때서야 자기도 따라 나온다.
어제 집사람이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새벽에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평소와 달리 꼬맹이가 보이지 않는다.
얘가 왠일이야...?? '꼬맹아~~' 하고 부르니, 그제야 '냐옹~~' 하면서 방에서 나온다.
집사람 옆에 있다가 나온 것이다.
씻고 나와보니 또 집사람이 누워 있는 침대 옆에 앉아있다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칭얼댄다.
마치, 하루종일 엄마 지키고 있었으니 이제 자기좀 귀여워해달라는듯...
번쩍 들어올려 어깨에 기대게하듯 안아주니, 평소같으면 빠져나오려하던 녀석이 가만히 기대고 있다.
정말 종일 힘들고 외로웠나보다.
집사람이 하루종일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다가 눈을 떠 눈이 마주치면 꼬맹이가 '냐옹~~' 하더란다.
그 소릴 들으니 덜 외롭더라나...
평소에는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혼자 행동하던 녀석이 어제는 그렇게 하루종일을 집사람 옆에만 붙어 있었는데,
온몸이 말이 아닌 상황에서도 곁을 지켜주는게 있다는 생각이 드니 왠지 고맙더라고...
어제 밤 집사람과 각기 다른 방에서 자는데, 꼬맹이는 역시 집사람 옆에서 잔다.
좀전에 집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제 몸이 좀 나아졌는데, 누워있을 때는 졸면서도 옆에만 붙어있던 꼬맹이가
몸이 좀 나아져 자기가 집안을 왔다갔다 하니까, 이제 좀 된거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이제야 저도 혼자 왔다갔다 하며 밖도 내다보곤 한다고.

어제는 옆에서 잠도 안자고 집사람이 눈만 뜨면 눈을 맞추던 꼬맹이가
오늘은 피곤한지 졸다가도 집사람이 움직이면 또 따라 움직인단다.
참... 저런 동물도 저 사랑해주는 사람을 알고,
또 그 대상이 뭔가 안좋다고 느껴질 때는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꼬맹아...
하루종일 엄마 곁에서 엄마 간호해줘서 고맙다.
간호가 뭐 별건가... 그렇게 함께 걱정해주고 지켜주는게 간호지.
꼬맹이 덕분에 엄마가 아픈데도 그나마 마음이 덜 불편할 수 있었단다.
꼬맹이가 다른 식구들 보다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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