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래에 대해 알고싶은 것.
그건 일부 사람들만의 욕구는 아닐 것이다.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식구들에겐 어떤 일이 생길까...???
내가 구상하고 있는 일을 추진해도 좋을까?  과연 잘 될까??
이런   궁금증 혹은 호기심 때문에 생긴 단어들.
점. 사주. 역술...

붉은 천을 드리우고 이상한 문자나 그림으로 벽이나 천정을 장식한 채
젓가락통을 흔든다거나 작은 탁자에 쌀을 뿌리는 그런 집 말고,
나는 가끔 미래를 보여준다는 곳을 찾는다.

아무리 무늬만 교인이라지만 그래서 되겠느냐는 뼈속교인의 준엄한 질책이 있을 수 있지만, 
역술은 학문이라는 논리로 당위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 무늬만 교인의 강변이다.

역술이란게 전혀 근거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된 것은 고모님 때문이다.
교사로 정년퇴임하신 고모님은 퇴임후 무료함을 달래기위해  역학을 공부하셨는데,
명절 때 마다 재미삼아 가족들의 사주를 보아주시면 그 신기함에 모두가 환호를 하며
저마다 앞다퉈 고모님께 생년월일을 내밀었다.

취미생활로 시작하신 고모님의 아마추어 실력이 저 정도라면 제대로 공부를 한 프로들은 어떨까???



역술가가 풀어주는 사주가 다 맞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게 다 맞는다면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역술 혹은 사주풀이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무엇이 좋다면, 내가 어떤 일을 추진하는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좋지않은 이야기를 들으면, 매사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조심하는 계기로 삼는다.

아무리 내 운세가 좋다 하더라도 아무 것도 행하지않고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하다못해 복권을 사는 행위라도 해야 당첨을 기대할 수 있다.
운세가 좋다거나 운이 온다는 말은 가만있어도 뭐가 된다는게 아니라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내가 하고자하는 일에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는 믿음을 갖게하는 것이다.

운이 안좋다고 하여 아무 것도 안하고 있을 수는 없지않은가.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대하고 의사결정을 해야할 사항에 대해
평소보다 면밀하게 검토하는 등  경거망동하지않는 처신을 하도록 노력하면된다.

운이라는 것은 살아가는데 수반되는 하나의 요소다.
운은 다소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삶의 재료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더라도 사용법을 모르면 의미가 없듯이
운도 쓸 줄을 모르면 무용지물이고, 제대로 못쓰면 가치의 극대화가 안된다.
 
운이 없다는 것은,  없는게 아니라 주어지는 순간 한눈을 팔아 보지못하는 것이다. 


역술에 대한 지름신이 강림하면 나는 몰아쳐서 여러 곳을 다니는데,
여기엔 나름대로 이런 이유가 있다.

역술가에 따라 개인차는 있겠지만, 
소위 멍석깔고 영업(?) 하시는 분들이 그래도 완전 맹탕은 아닐거라는 전제하에
여러 역술가의 풀이를 듣다보면 여러가지 중에 비슷하게 짚어내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렇게 여러사람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은 그만큼 발생확률이 높다고 인정하고
좀더 신경을 쓰고자 함이다.  통계치의 축적을 통한 확률게임이랄까.

사주라는걸 어느정도는 인정하지만 100% 믿지는 않는다.
동일한 생년월일 동일한 時에 태어난 사람들이 지구상에 많을진데,
그 사람들의 운명이나 삶의 결과가 모두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에 태어났더라도 결국 각자의 환경과 개인의 성격 등에 따라 미래는 달라진다.

사주(역술)은 재미로 생각해야한다.
내 삶에 대해 누군가가 전해주는 가벼운 충고나 Tip으로 생각을 하면 즐겁다.

이런 성격때문에 잘될거라면 그 성격을 살려가면 되는 것이고,
이런 성격때문에 문제가 있다면 그 성격을 바꿔보려고 노력하면 된다.


사주는 현미경이나 망원경이 아니다.
내 삶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나의 먼 미래를 또렷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주는 잠망경일지 모른다.
물 밖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시원스레 보여주진 않지만
빙빙 돌려가며 부분적인 것을 보며 항로를 판단해야하는...

그런데, 나는 사주가 프리즘이 아닐까 싶다.
능력과 노력, 그리고 생각이라는 삼각기둥 속에 있는 개개인의 세계가
각자의 삼각기둥을 어떻게 돌리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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