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접하는 술을 크게 나누면 맥주, 소주, 양주, 와인, 막걸리, 그리고, 고량주로 구분되는거 같다.
물론 꼬냑이라든지, 보드카라든지, 칵테일 등도 있지만, 대체로 위의 여섯 가지 술이 일반적으로
접해지는 술의 종류가 아닌가 싶다. 

나는 술이 비교적 약한 편이라 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그만큼 접하는 주종에도 한계가 있었다.
요즘은 많은 애호가가 생긴 와인만 하더라도 우리가 젊었을 때는 대중적인 주류는 아니었고, 양주와
고량주는 그 도수가 감히 내가 범접하기 어려운 술이었으며, 막걸리는 시골에서 직접 담근 술이 아닌
판매용의 경우 카바이트성 물질로 냄새뿐 아니라 음주후 두통의 후유증이 많은 술로 인식되어 있었다.

때문에, 학창시절에 친구들이 소주를 접하는 동안 나는 맥주를 탐했는데, 그 이유는 
친구들의 소주 한 병과 나의 맥주 500cc가 흡입후 나타나는 반응이 거의 동일했기 때문이다.


술이라는게 취하기 위해 마신다는 말도 있듯, 예전엔 모든 술이 상당히 높은 도수를 유지했던 거 같은데,
모든게 그렇듯, 세월이 흐르며 술도 어쩔 수 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이유는 술에 대한 사람들의 개념과 기호가 변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술을 접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술이 음료의 일종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아울러 술의 변화도 시작된다.
[사나이 가슴에 불을 당겨라]는  카피를 내세운 모 고량주가 있었는데, 그 고량주는 참패를 했다.
높은 술의 도수를 사나이의 호쾌한 기상과 연계시키려 했던 의도이지만, 술을 대하는 젊은 사람들의
취향이 이미 변하고 있음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독주가 대세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소주의 도수도 28도쯤 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소주의
도수는 그보다 10도는 내려갔다. 그리고, 소주 광고도 소주의 부드럽고 순한 맛에 포인트를 둔다.
물론, 애주가들은 순한 소주에 불만이 많고 아직도 높은 도수의 소주를 선호하지만, 대세는 어쩔 수 없다.       


소주가 여전히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국민酒이지만, 몇 전부터 어느 순간 막걸리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사실 소주보다는 막걸리가 더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정취가 있는 건 사실인데, 그간 막걸리가 외면당해 왔던 
이유는, 위에 언급한 품질의 문제와 함께,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세련된 이미지의 부족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요즘 출시되는 막걸리를 보면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엄청남이 느껴진다. 브랜드와 디자인, 마케팅 등이 모두 그렇다.  

 

사진의 용기들을 보면, 디자인이나 브랜드만으로는 막걸리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마치 과일쥬스 같기도 하고, 혹은, 고급 약주 느낌도 드는 이것들이 모두 막걸리다.
맛 역시 기존의 막걸리와는 차별된다. 톡톡 쏘는 맛도 있고, 과일 향도 나면서 도수도 낮아 집에서 혼자
마시기에 부담이 없다. 일반적인 막걸리 애호가, 혹은 애주가들 취향에는 마음에 안들 수 있지만, 술이 약한
사람들과 여성들에게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오죽하면 꼬맹이도 관심을 보일까~^^#
    

대형마트의 막걸리 매장을 관심있게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막걸리의 종류도 무척 많아졌다.
한번씩 맛 보기도 벅찰 정도인데,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저가와 고가의 비율이 네 배이상 나기도 한다.

막걸리가 인기를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막걸리에 포함된 유산균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어떤 저명인사는 매일 밤 막걸리를 한잔씩 마셨더니 장 청소가 완전하게 되어 장 기능이 좋아지고, 아울러
배변현상도 좋아졌다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여자분은 막걸리를 세워 보관 후, 맑은 술은 버리고 밑에 생기는
침전물만 요쿠르트 먹듯 먹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발효주이니만큼 유산균 함유량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여부를 떠나 막걸리에 대한 인식과 친밀도가 높아진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햅쌀을 광고하 듯, 요런 마케팅도 한다.


난 요즘 막걸리에 빠져 산다.
전에는 잠이 오지 않을 때 맥주를 한 캔씩 하곤 했는데, 요즘은 막걸리로 대신 한다. 
때문에 집 냉장고에는 늘 몇 종류의 막걸리가 채워져 있다.

이젠 나보다 아내가 더 하다. 아내는 술을 거의 못하지만, 내가 막걸리에 빠져있는 걸 알고는
혼자 매장에서 갔다가도 특이한 막걸리를 보면 으례 집어와 냉장고에 채워 놓는다.
게다가 맥주 한 모금 안하는 아내가 막걸리는 한 모금 마시기도 한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에서도 난 막걸리를 택하는데, 소주에 비해 막걸리의 도수가 부담 없기도
하지만, 같이 잔을 들 때 남들이 도수 높은 소주 한 잔을 들이키는 동안, 난 도수가 낮은 막걸리 한 모금만
마셔도 되니 상대적으로 취기가 덜 오르기 때문이다.

한번은 이런 나의 꼼수를 눈치 챈 한 친구가 영악하게 나를 몰아부쳤다.
"완샷~  야~ 모두 자기 잔 다 비우기야~"
허~걱.. @ㅁ@~~

그래도 난 막걸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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