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교직에 있었던 관계로 아이들이 어렸을 때 집에서 함께 기거하며 아이들을 돌봐준 분이 계셨다.
10년 이상을 한 집에서 함께 하며 아이들을 키우셨는데, 특히, 첫 정인 재원이에게 얼마나 각별한 정을 주셨는지
재원이를 키우는 동안 이웃 아이 엄마들로 부터 부러움 섞인 시샘을 많이 받았다.   

집으로 돌아가신 뒤에도 재원이를 잊지못해 할머니의 친손자들을 습관적으로 재원이라고 불러
자식들이 원성(?)이 많았다고.
 
태어났을 때부터 친손자 이상의 애정을 쏟으며 키워주신 할머니를 아이들도 잊지 못하는데,
방학을 이용해 들어온 아이들이 그 유윤순 할머니를 보고싶어해 안성으로 찾아뵀다.



반가이 애들을 맞아주시는 할머니에게는 훌쩍 커버린 모습에서도,
25년 전 당신이 업고 다니던 아이들의 어린 시절 모습이 생생히 보이는 모양이다.
할머니는 어린 아이들에게 존대말까지 가르칠 정도로 지금 두 아이의 성장에 큰 영향을 주신 분이다.

 


할머니의 둘째 아들이 할머니를 위해 데려왔다는 강아지 [아담].
우리는 아담의 이름을 재원이를 생각하며 [원]으로 바꾸라고 종용했다.^^



초면임에도 고새 정이 들었는지 온 몸을 바짝 붙인 채 둘이 저러고 잔다.  서로가 엄청 더울텐데..



할머니가 차려주신 저녁밥상.
모시고 나가 식사를 하려 했으나, 오랜만에 찾아온 아이들에게 직접 한끼를 차려주고싶은
할머니의 마음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여지껏 우리 식구들의 특성을 잘 기억하고 계신 할머니.

할머니 : 이 호박무침은 아빠가 좋아하던 반찬이고, 재원이는 국이 없으면 밥을 안 먹었어.. 
지연이 : 할머니~ 나는?  나한테는 기억나는거 없어?
할머니 : 너는 주는대로 아무거나 잘 먹었어~
지연이 : 에이~ 나도 좀 까탈스럽게 굴걸..  그럼 기억나는게 있었을텐데..  ^L^.. 



언제 또 만나게될지 모를 아이들과 함께.



감자 한 상자를 비롯해 오이, 깻잎, 청국장, 자두 등.. 한 살림 차려주신 할머니.
헤어지며 아이들을 바라보며 울컥 하시는 모습에서 아이들 역시 찡한 감정을 느꼈다.

깊은 애정으로 아이들을 밝고 바르게 키워주신 유윤순 할머니~ 
늘 그런 마음이었지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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