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이다.  또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
뭔 세월이 이리 빨리 가는지...  세월의 속도는 나이와 비례한다던데..

금년에 한게 뭐가 있나... 기억을 더듬어봐도 딱히 떠오르는게 없다.
나쁜 기억이 없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일 수도 있지만,
특별히 해놓은게 없다는건 늘 아쉬움이 남는다.

그나마 마무리해야 할건 없는지 책상 위의 서류와 파일을 이것저것 뒤적이다
문득 모니터에 열려있는 블로그 화면이 눈에 들어온다.

블로그를 시작한지 만 5년 반이 넘지 않았나 싶어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사이트의 관리화면을 보니 이렇게 되어 있다.



이 통계가 얼마나 정확한건지는 모르겠으나,
통계치대로라면 블로그를 엉성하게 운영한거 같진 않다.
내 삶의 기록이라 생각하고 일상의 모습을 나름대로 열심히 담아보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신거 같다.

블로그를 통해 많은 분들을 알게 됐고, 그 분들과 온라인을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내 휴대폰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블로그에서 알게된 분들의 연락처 스물 둘.
이분들은 적어도 한번 이상은 만났던 분들이지만, 절친한 만남이 이어지는 분들도 꽤 있다.
스물 두 분 중  네 분은 거주지가 해외시고, 해외에 계시다 들어와 지금은 가족끼리 만나는 분도 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렇게 대단한 인연을 맺게된 것도 삶의 낙(樂) 중 하나 임이 분명하다.
삶의 방식이 비슷한 것도 있겠지만, 서로 상대에 대한 배려가 선행됐기 때문에 가능한게 아닐까.
반면에, 자주 접하던 분들이 어느 순간 온라인에서 보이지 않을 때는 아쉽기도 하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잠시 고민하던게 있었다.
나 자신에 대한 개인정보 공개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
실명과 나이를 공개키로 한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함.
'난 이런 사람이니 그리 아시고 대해 달라' 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온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는데 더 편하고, 또 그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글을 올리거나, 다른 분의 글에 댓글을 달더라도 나 또한 더 조심하게 되고.
물론 내가 남자이기 때문에 쉽게 가능한 이야기다. 여자분들은 아무래도 좀더 조심스럽지 않겠나.

그러고보니 블로그를 개설한 사이트 대문에 게시된 플필 사진도 제법 바뀐거 같다.     
한 여름에 겨울 옷 차림이 이상하기도 하고, 반대로 겨울에 여름 옷 차림이 어색한거 같아
바꾸기도 했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부터 한번쯤 대문에 걸렸던 순서대로.

저 중에는 상당 기간 오래 버틴 것도 있고, 잠시 머물다 밀린 것도 있다. 
무척 애정이 가 계속 버티게 하고픈 사진도 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바꿔주는건,
지난 모습에 연연하는게 오히려 스스로 안스럽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주하면 드러날 현재의 모습을 굳이 과거의 모습으로 치장하며 외면할 이유가 있을까..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며 느낌은 다를 수 있지만, 과히 크게 추해보이진 않는다면,
이뤄놓은건 없을지라도 그릇된 마음으로 크게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구나 싶어 안도한다.

속에 품고 있는 마음이 세월에 용해되어 얼굴로 스며든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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