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며 외롭지않고 행복해지려면
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2010. 7. 6. 21:15 |얼마 전, 일본에서 잠시 들어온 후배와 식사를 하고 차 한잔을 나누다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 재원이 졸업하고 들어오려면 얼마나 더 있어야 하나요?
> 뭐 꼭 들어와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가능하면 미국에 계속 있는게 좋고.
- 그래도.. 나이들며 아이들이 없으면 외롭지않겠어요?
> 그러니까 외롭지않게 살 준비를 해야겠지..
아내는 아이들이 미국에서 살기를 바란다.
나는 바란다고 하기까지는 좀 그렇지만, 들어오길 종용하고싶지는 않다.
아이들의 의사에 맡긴다는 생각이다.
한 집안의 종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家系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전통사상의 잣대로 보면 어른들께 곱지않은 시선을 받을 수 있다.
당장 부모님부터 마뜩잖게 생각하실지 모른다.
하지만, 개인의 인생이 지난 관습에만 얽매여 선택의 폭이 좁혀져야 한다는 것도
결코 바람직스럽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넓은 삶이 있는데, 굳이 삶의 영역을 좁혀야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그런 삶에서 자기만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인정을 해줘야한다.
내가 아이들의 의사에 맡긴다는 이유다.
아이들이 굳이 한국으로 들어오기를 종용하고싶지않은 이유가 있다.
재원이가 대학을 들어갈 때 해준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는 인맥사회다. 그런데, 너는 한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오지 않았으니
전혀 인맥이 없는거와 같다. 때문에 네가 만약에 한국으로 돌아와 무엇을 하려면
인맥없이도 할 수 있는 너만의 특화된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들어올 생각을 마라."
이게 하나의 이유고, 또 하나는 좀 우스운 이야기같지만,
재원이와 지연이의 아이들에게까지 이 지긋지긋한 대한민국의 교육제도를 겪게 하기가 싫어서다.
아이들이 성장한 후,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않으려면 아이들을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부모가 자유로워지려면 어찌해야 할까?
한마디로 말하면, 할 일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돌아다니며.
그러자면 대인관계가 넓어야 하거나,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 있어야 한다.
"어머니.. 주말에 찾아뵐께요." 했을 때, "우리 주말에 바쁘다. 니들끼리 놀아라."
이렇게 말 할 수 있을 때 서로가 편하다.
그런데, 부모가 아무 할 일이 없으면 무료하고 심심하고,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그러다보니
자녀들이 보고싶은데, 그런 그리움이 충족되지 못하면, 그리움은 서운함과 야속함으로 바뀌고 만다.
부모자식이 서로 나이가 들면, 자녀들도 얻을건 얻어야 하고, 부모는 비울건 비워야 한다.
자식들도 나이가 들어 가정을 꾸미고 사회활동을 하다보면,
자기 가족끼리 놀러도 가고싶고, 아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도싶고,
친구들과 어울리고도싶고, 때로는 아무 생각없이 집에서 잠을 자며 쉬고싶지 않겠는가.
우리도 그랬는데, 문화생활이 발달되는 앞으로는 그런 욕구가 더 강해질 것이다.
할 일이 없으면 아이들 생각만 하게 되고, 그게 곧 부담이 된다.
자녀들이 의무감이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부모에게 다가오게 하고 싶다.
그러자면, 자녀들을 편하게 해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부모로서 나이가 들며 필요한게,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노력을 하고, 그런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친구를 만들고, 여행 사진 원예 등의 취미생활을 통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가장 가까운 사람을 원망하지않고 사랑의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외롭지않을 수 있는 비결이라 생각한다.
원망과 애정과 외로움은 내 마음의 여유에 달렸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부지런히 뭔가에 재미를 느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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