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여러 사람을 알게 되고, 또 여러 사람과 헤어지게 된다.
금년에도 나는 많은 사람들을 새로이 얻었고, 반대로 잃은 사람도 있다.

사람이 참 간사하고 이기적인게,
사람을 잃으면 내 탓이려니.. 하고, 사람을 얻으면 나를 받아준 상대방에게 감사해야 하는데,
사람을 잃으면 다 상대방의 허물을 탓하게 되고, 새로운 사람과 가까이 되면 내가 잘나서 그리 된 줄 안다.
내가 그렇다는 얘기다.


금년에 내게 새로움을 준 사람들.. 
알던 사람이 더 가까워진 경우도 있고, 새로이 알게된 사람도 있지만,
여하튼,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고마움을 느끼는 몇몇 분이 있다.

게 중에 좀 특이한 한 사람.




KOTRA에 근무하는 박성호 부장.

까사미오의 단골 중에 KOTRA 직원들이 있는데, 그 물꼬를 터준 사람이 박성호 부장이다.
어떻게 알고 박성호 부장이 처음 까사미오를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뒤 박성호 부장의 소개로
KOTRA의 많은 직원들이 까사미오를 찾게 됐고, 그 중에 단골도 꽤 된다.
 
박성호 부장이 (사실 주요 고객을 이렇게 함부로 칭하면 안되는데, 이미 나와는 형제처럼 가까워졌기에
그냥 편하게 호칭함을 박부장도 이해해 주리라 생각하며...^^) 몇 번 까사미오를 찾으며 한 얘기가 있다.
"사장님.. 전 이제 와인은 딴 데 가서 절대 못 마십니다."

비록 립서비스라 하더라도 고마운 표현인데, 만남이 잦아지면서 그게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님을 알게됐다.

박성호 부장에게 고마운건 까사미오에 올 때 마다 유난히 나를 친근하게 대해줬다는거다.
경우를 따진다면, 우리 가게에 자주 오는 손님이니 당연히 내가 먼저 친근하게 대해야 함에도,
주객이 전도될 정도로 오히려 먼저 나를 챙긴다. 


집사람도 놀란 고마운 일화 한 토막.

언젠가 아는 사람이  까사미오로 나를 찾아왔는데,
마침 그 날 박성호 부장 (지금부터는 그냥 이 친구라 칭한다)이 까사미오를 찾았다.
일단 박부장에게 인사를 하고는 나를 찾아온 지인과 같이 앉아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 친구가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찾아와서는, "사장님.. 저 먼저 가겠습니다." 하며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게 아닌가.  나도 깜짝 놀라 "아., 가세요.. 미안합니다..." 하며 일어서는데,
"그냥 계세요...  또 들르겠습니다." 하며 나간다.

그날 마침 잠깐 가게에 들렀던 집사람의 말.
"손님이 나가면 당신이 인사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손님이 당신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가냐..."

그렇게.. 그렇게... 발전이 되면서
언젠가 후배와 같이 까사미오를 찾은 저 친구와 함께 노래방까지 갔었다.

"박부장님 오셨네요.." 하던 나의 말투도 어느 순간 "박부장 왔어..?" 로 바뀌었다.

지난 주 저 친구가 후배 직원들과 까사미오에 왔다.
저 사진은 그날 돌아가면서 찍은 사진이다.

"사장님.. 저 1월 하순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사로 갑니다.
 가기 전에 까사미오에 또 오겠지만, 잠시 귀국할 때도 꼭 들를겁니다. 그러니 잘 버티셔야 해요.    
 그리고, 저 프랑크푸르트 가면 3~4년은 있게되는데, 그동안 사모님과 꼭 오세요.
 제가 VVIP로 모실테니 꼭 오셔야 돼요." 

그러며 나를 오랫동안 포옹하는 모습을 함께 왔던 후배 과장들이 신기하다는듯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사이길래 저 정도야...' 하는 표정으로.  

그 날..  포옹하며 나를 바라보던 저 친구의 젖은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눈빛에는 나를 대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고, 그 의미를 읽을 수 있었기에.


그렇게 2009년 고마운 인연을 맺어준 고마운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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