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 놀잇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보고 듣고 느끼고/렌즈가 보는 세상 2009. 10. 14. 21:13 |생김새도 귀여운데, 하는 행동도 귀엽다.
주인이 "미나야~ 차려!" 하니, 저렇게 앞발을 들고 꼼짝을 않고 서 있다.
당연히 사람들이 모인다.
"어머~ 어머~" "햐~~"
신기해하는 사람들, 그리고, 뒤늦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위해 주인은 계속 "차려!!" 를 시킨다.
결국 지친 미나.
몇번은 예쁜 표정으로 다소곳이 일어서더니, 반복되는 재촉에 숨이 턱에 차는지 혀까지 내밀더니
급기야는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순하던 표정도 헝클어지기 시작한다.
힘들면 안하면 될텐데... 동물들의 주인에 대한 충성심은 대단하다.
'하~ 주인님은 왜 자꾸 시키시지.. 힘든데 그만좀 시키지.."
동물은 속마음과 달리 행동하지 못한다.
군 시절,
하루는 다방에 들어가니 아는 후배장교가 병사 한명과 있어 합석을 하게 됐다.
후배 : 선배님.. 생음악 한번 들어보시겟습니가?
나 : 이 다방 생음악도 하나..?
후배 : 라이브 한번 들어보시죠.. (옆에 앉아있는 사병에게) 야~ 판 걸어...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사병이 갑자기 일어나 부동자세로 노래를 부르는데,
당시 대학가요제에서 상을 받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노래를 부르는게 아닌가.
그런데 노래솜씨가 범상치않다. 군복 명찰의 이름을 보니 그 노래를 직접 부른 가수다.
그 후배는 신병으로 전입온 그 가수를 데리고 다니면서 DJ를 하고 있었고,
군대라는 특수조직에서 그 가수 신병은 완전히 라이브 디스크가 된 것이다.
군대는 하기 싫다고 안할 수 없다.
사람의 복종은 진실된 충성 때문만은 아니다. 환경과 이해에 따른 위장충성도 있다.
'C8~~ 내가 전축이냐..."
사람은 속마음과 달리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생명체가 지닌 재능이
누군가에 의해 단순한 흥미의 대상으로 폄하되는건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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