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새도 귀여운데, 하는 행동도 귀엽다.

주인이 "미나야~ 차려!" 하니, 저렇게 앞발을 들고 꼼짝을 않고 서 있다.
당연히 사람들이 모인다.

"어머~ 어머~"   "햐~~"

신기해하는 사람들, 그리고, 뒤늦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위해 주인은 계속 "차려!!" 를 시킨다.

결국 지친 미나.

몇번은 예쁜 표정으로 다소곳이 일어서더니, 반복되는 재촉에 숨이 턱에 차는지 혀까지 내밀더니
급기야는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순하던 표정도 헝클어지기 시작한다.  

힘들면 안하면 될텐데...  동물들의 주인에 대한 충성심은 대단하다.
'하~ 주인님은 왜 자꾸 시키시지..  힘든데 그만좀 시키지.."

동물은 속마음과 달리 행동하지 못한다. 



군 시절,
하루는 다방에 들어가니 아는 후배장교가 병사 한명과  있어 합석을 하게 됐다.

후배 : 선배님..  생음악 한번 들어보시겟습니가?
나    : 이 다방 생음악도 하나..?
후배 : 라이브 한번 들어보시죠..  (
옆에 앉아있는 사병에게)  야~  판 걸어...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사병이 갑자기 일어나 부동자세로 노래를 부르는데,
당시 대학가요제에서 상을 받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노래를 부르는게 아닌가.
그런데 노래솜씨가 범상치않다.  군복 명찰의 이름을 보니 그 노래를 직접 부른 가수다.

그 후배는 신병으로 전입온 그 가수를 데리고 다니면서 DJ를 하고 있었고,
군대라는 특수조직에서 그 가수 신병은 완전히 라이브 디스크가 된 것이다.

군대는 하기 싫다고 안할 수 없다. 
사람의 복종은 진실된 충성 때문만은 아니다. 환경과 이해에 따른 위장충성도 있다. 
'C8~~  내가 전축이냐..."

사람은 속마음과 달리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생명체가 지닌 재능이 
누군가에 의해 단순한 흥미의 대상으로 폄하되는건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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