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라디오는 모든 이에게 즐거움을 주는 최고의 인기품이었다.

동네 이발소에도, 골목길 세탁소에도, 그리고, 허름한 구두수선점에도
서민이 운영하는 거의 모든 업소에는 라디오가 있었다.

그리고, 그 라디오의 등에 매달린 커다란 건전지는 라디오와 빼놓을 수 없는 숙명의 동반자였다.
특히, 집 앞 양복점의 재단사가 저런거 하나 달아놓고는 뿌듯해 하던 모습이 기억에 있다.
그만큼 라디오 못지않게 많은 이들이 탐내던, 인기몰이 시절이 있었다.
저보다 덩치가 절반도 안되는 조그마한 트랜지스터의 등에 고무줄로 칭칭 묶여 업혀있는 모습도 많았다. 


요즘은 저런 건전지를 주변에서 보기 힘들다.
랜턴에나 쓰일까..  이제는 일상생활에서의 쓰임새가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할인마트의 한 구석에 놓인 저 녀석을 보면서 
질곡을 겪은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친근감과 함께 왠지모를 동정심이 든다.

사람 뿐만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도 영욕의 세월이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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