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햇수로 8년인가?
옛날에는 변하는데 10년이 걸린다던 강산이, 요즘은 5년만 지나도 그 모습을 알아보지 못한다는데,
나는 8년이나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당신을 만족시키지 못한 채 그 모습 그대로 있구만.
내가 질긴건지 그대가 질긴건지….
아니면, 내가 무던한 건지 그대가 무던한 건지….
우린 그런 것 조차 따질 겨를도 없이 아직도 서로를 밀고 당기고 있구만.

처음 당신을 TV에서 보았을 때, 사실 충격을 받았었지.
긴장감도 없이 밋밋하게만 보이던 당신. 치고 걷기를 반복하는 당신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마라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아주 평범한 모습이었거든.
당신을 소개하는 TV가 참으로 이해가 안되더군.
게다가 당신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사치스럽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당신을 만나게 되면서, 당신의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보았지.
예민하고, 변덕스럽고, 엄격하며, 또 많은 준비물을 필요로 하는 당신.
게다가 시샘은 또 얼마나 많은지, 당신에게 끊임없이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

수영이나 자전거, 스케이트만 하더라도 당신만큼 까탈스럽지는 않았어.
그들은 오랜만에 찾더라도 당신처럼 어색하지가 않거든.
조금만 지나면 예전처럼 친숙하게 맞아주지.
하지만 당신은 짧은 기간만 찾지 않아도 투정이 무척 심하잖아.
그렇게 사람을 민망하게 만들어도 되는거야?
당신을 알고 나서 난 처음으로 내가 바보가 아닌가 하는 열등감도 느껴봤고,
수도 없이 당신을 포기해야겠다는 좌절감도 느껴봤지.
당신을 잘 다루는 사람을 보면 부러움과 함께 짜증이 났던 적도 많았고.

물론 당신도 내게 불만이 많겠지. 8년이나 가까이 했으면서 아직도 그 정도밖에 못 해 주냐고.
그리고 왜 나 못난 탓을 당신 탓으로만 돌리냐고.
맞어 맞어… . 결국은 다 내 탓인 걸… 왜 내가 모르겠나.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게 있어. 당신과 다투지 않고 조화롭게 당신에 맞추도록 마음을 비울꺼야.
당신이 소개 시켜주는 아름답고 공기 맑은 곳에서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당신과 즐기기로 했어. 어때? 잘 생각했지?

결혼을 하면 신혼이 지난 후 권태기를 거치고 그 후엔 묵은 정으로 산다는데,
우리도 8년이면 신혼도 지났고 권태기도 지난 게 아닌가 싶어.
우리도 어느덧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고 보고,
이제는 서로가 상대를 이해하며 살자.
아울러 우리를 이어주는 모든 가족들 -클럽, 공, 장갑? 모두를 아끼며 살자.
그동안 당신과 나의 불협화음 때문에 뛰쳐나간 공들만 모아도 수십 박스는 되겠지.
그 수많은 공들은 지금은 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금 맘에 안 든다고 방출하는 그런 조변석개는 더 이상 하지말자.

이제 겨울. 당신을 가까이하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는 계절이 아닌가 싶어.
그래도 내년 당신과 좀더 즐거운 봄을 맞기 위해 게으름을 피우면 안되겠지.
당신은 어차피 모든 사람이 늘 당신 주변에 쉼없이 머물러 주기를 바라니까.
17홀 내내 애를 먹이다 마지막 18홀에서야 살짝 마음을 열고, 또 만나자고
유혹하는 당신이 뭐가 좋다고 내가 이러고 있는지 원…   참, 나도 속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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