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5 롱홀 - 티샷이 벙커에 안착했다.
갈길이 먼데.. 웬 벙커래???
해결사로 3번우드를 불렀다.
너만 믿는다. 제발...
주인의 이 애타는 심정을 너는 잘 알고있지???

하지만, 믿는 도끼에 찍히는 발등은 마음이 무지 아프다.
우드는 주인의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에 편승해 볼을 좌측 숲으로 날려 보내고 만다.

다시 돌아온 파5 롱홀.
어찌된 셈인지 오늘은 롱홀마다 티샷이 벙커다.
이번엔... 다시 부른 우드3번.
하지만 이번에도 우드는 주인의 힘들어간 어깨를 제어하지 못한다.
쪼루...

그날 밤 나는 어둠 속의 천정을 바라보며 고해를 했다.
나의 교만함을 고백하고,
나의 우둔함을 자책했다.
그리고 거꾸로 쳤어야 함을 깨달았다.

고수가 아니라면 벙커에서는 아이언을 치는게 정석이다.
레이업을 한 후 우드를 잡아도 늦지 않는다.
[드라이버 - 우드 - 아이언] 이나, [드라이버 - 아이언 - 우드]나  동원되는 무기는 똑같다.
단지 순서만 바뀔 뿐이다.
그러나, 과정과 결과는 왕왕 엄청난 차이가 난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이해가 안될 때가 있지만,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조금은 구석기시대 동굴벽화에나 있음직한 이말이 가끔은 맞을 때가 있다.
특히 운전시에 절감하곤 하는 이말이 골프에도 맞는거 같다.

하수일수록 돌아가자.
마음이 급할수록 거꾸로 쳐보자.
그렇게해야 한다고 동굴벽화에 글을 새기듯 내 마음에 각인을 하고야  그날 밤 잠이 들었다.

1주일후.
얄굿게도 똑같은 홀에서 똑같은 벙커에 공이 들어갔다.
그래서...
거꾸로 잘 쳤을까...???

난 또 우드를 잡았고,
끓어오르는 열기를 누르기위해 바둥거려야만 했다.
세컨샷... 벙커 둔턱맞고 제자리..
세번째 샷은 誤飛.

그날 밤, 나는 다시 어둠 속의 천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골퍼가 마음을 비울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절이건, 성당이건, 교회건 아무데도 안 다녀도 잘 살꺼다...
해탈이 별건가...


* 오늘의 Tip :

모르고 행하는 잘못은 고쳐질 수 있지만,
알면서 행하는 잘못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욕심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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