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월요일.
저녁 7시가 넘어 신쥬쿠구역소(우리로 하면 신쥬쿠구청 쯤 된다) 에서 만난 이글님이 묻는다.

'형님.. 뭘 드시겠습니까??'
- 아무거나 합시다.

'쓰시 좋아하시잖아요. 쓰시로할까요?  아님, 가네요리는 어떠세요?'
- 가네가 뭐지?


그래서 찾은 곳이 이곳.

게요리 전문점이다.



젓가락을 감싸는 종이, 받침대가 모두 게로 형상화되어 있다.
심지어는 재털이마저 털게의 모습이다.  C.I 가 확실히 되어있는 것이다. 



일단 기본이 이렇게 깔리는데, 사진 맨 밑 중앙의 노란 뭔가가 띄워져있는 액체...
저거 용도를 잘 알아야한다.  그렇지못하면 같이 있는 사람 민망한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언뜻보면 영락없는 소스다.
색깔도 적당히 연하고, 뭔가가 띄워져 있는게 마치 튀김류를 찍어먹는 소스같기도 하다. 
그럼 이것의 용도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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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요리집의 상에는 꼭 날카로운 꼬챙이같은게 있다.
요소요소에 잠복해있는 게살을 끝까지 파헤치기 위한 필살의 도구다.
하지만, 게요리의 특성상 이렇게 섬세한 무기가 있더라도 손가락이 도와주지 않으면 게살의 완전공략은 쉽지않다.  

그래서 필요한게 저 액체다.
게의 몸체를 주무른 후 손가락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손가락을 씻는 용도.  일명  핑거볼이다.

멋모르고 게를 저기에 찍었을 때, 말을 해 줄 수도, 안해 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다음 본인의 민망함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미리 언질을 해줘야 한다.

'이건 손가락 씻는거 아시죠???'  뭐 이 정도로 표현한다거나,
혹은, 자기가 먼저 손가락을 씻는 모습을 슬쩍 보여주는 정도면 되지않을까...
    


게로 할 수있는 온갖 조리법이 다 선보인다.

튀김 게, 찐 게, 삶은 게, 구운 게, 그리고, 날 게, 그러니까, 게 사시미까지...
그러고보니 간장게장은 없는거 같네...

원래 일본음식의 특징이 적은 양에 단아하게 나오는거 아닌가.
처음에 조금씩 나오는 것을 보고는, 이거 먹고 양이 될라나... 나가서 초밥이라도 좀 먹어야겠구나... 싶었는데,
종류별로 나오는걸 먹다보니 배가 제법 부르다.



방 한가운데서는 이렇게 은은한 음악도 나오고...



이것저것 게요리에 대한 소스와 완제품을 팔기도 한다.

계산을 하는데 보니, 18000엔이 좀 넘는 듯 한데, 우리 돈으로 하면 15만원이 좀 넘나...




좋은 곳에서 넉넉한 저녁을 함께 해준 이글님께 지금 이글을 쓰며 다시한번 고마움을 느낀다.
이글아우님.. 고마워요.

이 빚은 천상 서울에서 갚아야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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