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헬스클럽을 열심히 다닌 적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봐도 몸이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는걸 느끼게 된다.

당시 내가 우스개 소리로 하고 다닌 이야기가 있다.
' 내가 헬스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나중에 아들이 결혼하고 가족들이 바닷가에 갔을 때,
  며느리가 시아버지 몸매에 뿅 가게 하는게 목표다.'  

누구나 다 웃는다.  꿈도 야무지다며...
그러나, 당시엔 결코 꿈이 아니었다.

한번은 사우나를 갔는데, 선배가 나보고 사기꾼이란다.
목 이하는 20 대 인데, 목 이상은 40 대이니 사기도 완전 사기라나..
듣기 싫지않은 표현이다.

운동에 중독이 됐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직장을 그만두고,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뒤, 한 3년 운동을 못하다가 
하루는 갑자기 생각이 나 집에서 팔굽혀펴기를 하다 충격을 받고 말았다.

이럴 수가...  @>@...
아무리 한동안 운동을 안했기로서니...  그래도 그렇지, 어찌 이럴 수가...  

사람들이 나에 대해 놀라는 운동이 두가지 있었다.
하나는 100m 를 11초9 에 끊었다는 것이고, 팔굽혀펴기를 150회 이상 한다는거.
그 중에 100m 기록은 대학 2학년 때 ROTC 지원 체력검사시의 기록이니 한참 쌩쌩할 때 얘기고,
그보다 자신있게 자랑할 수 있는 것은 40 이 넘어서도 신입사원들이 놀랄 정도로 팔굽혀펴기 150회를 거뜬히 했다는거.
그 때는정말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엎어져 1분에 100회를 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운동을 했었다.


그런데...
한 3년을 쉬다 팔굽혀펴기를 하니 30회를 겨우 채우며 팔이 후들후들 하는데,
그때의 충격은 나에게 정말 절망과 같았다.

그때 자극을 받아, 다음 날 부터  매일같이 팔굽혀펴기를 아침 저녁으로 한 결과,
다시 100회 정도는 할 정도로 페이스를 끌어 올린 후, 금년 4월 헬스장으로 가 역기를 들어보고는 또 참담...
40대 초반에 100kg를 10번은 했었는데, 40kg도 힘에 부치니... 

몇달간 꾸준히 헬스장을 찾으니, 55kg을 12회씩 3세트를 하는게 별 무리가 없다.
그러다 최근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한달 정도 운동을 또 접게 되었다.
매일 아침 거울에 몸을 비출 때 마다, 저축해 놓은 것을 야금야금 까먹는 것 같은 조바심이 일어,  
어제 오랜만에 헬스장을 찾았다. 

우~~쒸~~~  정말 왜 이래...

첫 세트 12회를 겨우 채우고는, 두번째 세번째 세트는 어거지로 10회를 채우기도 버겁다.  ㅡ.ㅡ

햐~~~  정말 이래 차이가 나나...
어제도 역시 충격과 씁쓸함을 느꼈지만,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몸을 오래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자극.
특히, 나이가 들수록 운동을 쉬는 기간에 비례한 근력 저하의 기울기가 점점 더 커진다는 사실이 나를 압박한다.


자.극.

아직 나의 감성과 이성이 자극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그나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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