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경비가 바뀌어 어제부터 정식 출근을 했다.
군에서 장교생활까지 한 1950년생이신데,
사실 그런 분들을 대할 때 마다 마음이 그리 편하지가 않다.

어찌됐건, 어제 퇴근을 하려고, 차 키를 건네주면서,  
은행을 다녀올테니 그동안 차를 좀 빼달라고 부탁을 했다.

은행을 다녀와서 보니, 내 차를 주차 리프트에서 후진시키는데,
어째 원활히 작동이 안되는 느낌이다.
그래도 별 대수롭지않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는데, 차가 덜컹거리는거 같고, 어째 강제로 끌려나오는거 같다.
후진기어등과 브레이크등이 동시에 켜져있는 채로...
그때서야 보조브레이크가 잠겨 있다는걸 알았다.

아하... 저 양반이 풋브레이크 푸는 법을 모르고 있구나...

요즘엔 차의 성능과 기능이 대폭 향상되면서 종전의 사이드브레이크가 풋브레이크로 바뀐 차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여러 종류의 차를 다뤄보지 않은 사람들은 브레이크 푸는 법을 모를 수도 있다.
나도 지난번 새로 바꾼 집사람의 차 풋브레이크 푸는 법을 몰라 잠시 헤매기도 했으니까.

하여간...
풋브레이크 푸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차를 세워놓고, 운전석 문을 열고 릴리즈 그립을 풀었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운전석에 앉아있던 경비가 브레이크를 밟지않고 엑셀레이터를 밟고 있었는데,
안그래도 제동장치가 걸린 차의 엑셀레이터를 계속 밟아 rpm 이 올라가 있던 상태에서
풋브에이크를 해제시키자, 차가 뒤로 급발진하듯 튕겨 나간거다.

차가 뒤로 튕긴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느끼고 엉겹결에 몸을 틀었지만,
이미 내 몸이 차의 급발진 속도를 당할 수가 없다.
열려있던 운전석 문에 왼쪽 팔이 낑긴 채 뒤로 끌려가다가 속도에 못이겨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한바퀴정도 뒤로 굴렀다.

정말... 순간적이나마 눈앞이 깜깜했다.  앞바퀴에 깔리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경비 본인도 얼마나 놀랐겠는가...   황급히 내려서는 괜찮냐고 묻는데,
그 순간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   괜찮다는 말 밖에.

퇴근하면서 생각하니, 이게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그때 차 뒤에 누가 있었더라면...  이건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다.

또, 그게 내 차였길래 망정이지, 다른 사람의 차였다면,
치료비 문제... 그리고, 브레이크 잡힌 차를 강제로 작동시킨데 대한 차량 손상에 대한 문제... 등,
정말 골치아플뻔 했다.

참.. 이해가 안되는건,  차가 정상적으로 작동이 안되면, 뭔가 이상이 있음을 알고
차 주인이 올 때 까지 기다리는게 정상일텐데, 왜 그리 강제 작동을 하려 했는지 모르겠다.
특히, 차를 운전해 본 사람이라면, 보조브레이크 잡힌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계기판에도 경고 표시등이 떴을테고...

하여간, 어제 집에 들어가면서부터 왼쪽 팔이 퉁퉁 부으며 쑤시더니
아침에 보니 멍이 시퍼렇게 들고 통증이 심하다.
뿐만 아니라, 허리와 무릎을 비롯해 이쪽 저쪽에 타박상을 입은거 같이, 움직이는게 좀 불편하다.


그래도,  2006년의 마무리를 이렇게 액땜을 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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