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의 이사 적응記
나의 폴더/꼬맹이 2012. 11. 9. 02:52 |
이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쓰이는 걱정거리는 꼬맹이였다.
이사하는 날 꼬맹이는 어떻게 조치해야 하나..
재작년 이사시는 마침 이사갈 곳 앞에 동물병원이 있어 꼬맹이를 아예 하루 전날
건강검진을 겸해 입원(?)시키고, 이사짐 정리가 끝난 후 집에 데려왔는데,
이사짐 정리가 대충 끝난 후 꼬맹이를 데려와 거실에서 케이지를 열었을 때,
꼬맹이는 한동안 케이지 안에서 꼼짝을 안하다 일정시간이 경과 후 케이지에서 나와서는
쏜살같이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가서 몇 시간을 있었다.
이번엔 어쩐다?
아내와 함께 여러가지 방안을 생각했다.
이번에도 이사할 곳 근처 동물병원에 입원을 시켜? 그러자니 근처에 마땅한 동물병원이 보이지 않는다.
신규 입주하는 아파트라 집이 비어있는 걸 감안하여 하루 전에 미리 데려다 놓을까?
그럼 꼬맹이가 자기를 버리고 간 걸로 생각할 수도 있잖아..
단지 하루지만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충격이 클텐데.. 하루동안 두려움도 클테고..
그건 안될 말이다.
결론은 그냥 우리랑 같이 움직이기로.
이사짐센터 직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면 겁을 먹겠지만, 그렇더라도, 우리 곁에 있는 것이
혼자 생소한 곳에 있는 것보다는 정신적으로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해서.. 당일 아침부터 이사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케이지에 넣어 두기로.
물론 하루종일 굶고 생리현상도 참아야 하는 고통이 있겠지만, 하루 정도는 인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런.데.
이사하는 날 아침 꼬맹이는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꼬맹이는 늘 우리와 함께 침대에서 잔다.
그리고, 내가 일어날 때 까지 잠을 자다가 내가 일어나 움직이면 그때서야 저도 일어나 움직이는데,
이사하는 날 아침에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평소와는 달리 5시 반쯤 혼자 일어나더니 뜬금없이 밥과
물을 챙겨 먹고는 화장실까지 들락거린다. 신기하게도 마치 '오늘은 내가 하루종일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갈 거 같으니 미리 챙기지 않으면 안된다' 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듯했다.
어찌됐든, 이사하는 날 꼬맹이는 오전 7시 40분부터 이사짐이 어느 정도 정리된 오후 6시 반까지
얼추 11시간을 케이지 안에서 보냈다. 그리고, 케이지에서 나와서는 종전과 같이 바로 침대 밑으로 직행.
이사 후 일주일간 꼬맹이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하자보수로 인해 기사들이 방문 벨을 누를 때마다 침대 밑으로 몸을 숨기기 바빴을 뿐 더러,
우리 부부만 있을 때도 여간해서 침실 밖으로 몸을 드러내질 않는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안아줘도 뭔가 불안한 모습으로 사방을 살핀다.
마치 '여기 우리 집 아닌데, 언제 우리 집에 가나..' 하고 기다리는 듯한.
꼬맹이는 집에 혼자 있다가 우리 부부 중 한 사람이 귀가하면 문 여는 소리만 듣고도 기가막히게
현관 앞까지 미리 와서 우리를 맞는데, 이사 후 한동안은 우리가 들어오는 소리에도 몸을 숨겼다.
그러더니 이사 1주일이 지나면서 불안한 모습을 거두며 집 구석구석을 다니며 적응을 시도하더니,
열흘이 지나자 종전과 같이 우리가 들어오는 소리에 현관까지 마중을 나온다.
열흘이 지나서야 비로소 새 집이 내 집이라고 인식이 된 모양이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꼬맹이의 열흘간을 지켜보며 깨달은 게 있다.
사람과 같이 동물들은 마음이 위축되면 몸도 위축된다는 거.
가슴 높이 되는 창틀까지 날아다니는 듯했던 꼬맹이가 이사 후 며칠 간은 씽크대 위에 오르는 것도
몸만 움찔움찔하며 자신없어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제는 냉장고 위까지, 행동에 거침이 없다.
흥미로운건, 이사 후 2~3일 구석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꼬맹이가 며칠이 지나면서는 누가 와도 숨지는 않고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방문객의 동태를 호기심어린 모습으로 지켜보더니, 열흘 정도가 지나면서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방문객들에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럻게 외부인을 경계하던 녀석이 잠시 탐색전을 마치고는 먼저 다가가 스킨쉽을 시도한다.
집이 좀 넓어지니 대륙적인 기질을 보이는건가..^^ 이래서 사람이나 동물이나 환경이 중요한가 보다.
꼬맹이가 적응을 마친 이제 비로소 새 집이 우리 공동체의 보금자리가 됐다.
전에 살던 집에서 행동에 거침이 없이 늘 느긋했던 꼬맹이.
양 다리 사이에 의자 한쪽 다리를 낀 채, 다른 의자 다리에 머리를 들이대고 있는 모습은 뭔지...
저 표정하고는.. 이 모습을 볼 때마다 웃음이 터진다.
이사 초기, 작은 반응에도 이불 속에 몸을 숨기며 경계태세에 만전을 기하던 꼬맹이.
이제는 느긋하다. 여긴 내 집. 그리고, 여기는 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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