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이 점점 헷갈린다
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2012. 2. 27. 00:54 |글을 쓰다보면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슴 깊히 와닿는 감흥을 묘사하려다 늘 비슷비슷한 표현 밖에 못하는 어휘력의 부족에
스스로 짜증이 나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 대해 함축성있는 의미 전달이 가능한 관용어구나
고사성어를 떠올리려 바둥거리기도 하고, 전문용어나 사회 전반에 대한 식견이 부족해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건 아닌지 두려울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나의 기본적인 지성이 이렇게 부족했었나 하는 답답한 자성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위에 언급한 건 그런대로 별 부끄럼없이 기죽지않고 버틸 수 있다.
더 당혹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를 잘 했다. 사실 국어 성적과 우리말 실력이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내 경우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 기본적인 것에 기초가 튼튼하다고 스스로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글을 쓰다 당혹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써오던 맞춤법이 긴가민가 갸우뚱하게 되고, 띄어쓰기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내게 가끔 딸아이의 예리한 지적이 날아들곤 한다. 맞춤법이 틀린 부분을 지적하며,
"아빠~ 왜 그래..?" 하는 지적을 받을 때면, 아빠의 과오를 지적할 능력을 갖춘 딸아이가
대견하면서도, '어~ 내가 왜 이러지.. 벌써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초조감이 들기도 한다.
때문에, 간혹 맞춤법에 의혹이 있으면 반드시 사전을 찾아 확인하곤 하는데, 문제는 띄어쓰기다.
띄어쓰기는 사전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 물론, 띄어쓰기 조금 부정확하다고 문맥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남들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찌보면 쓰잘 데 없는 성격 탓이겠지만, 가급적 정확한 표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헷갈리게 될텐데, 지금이라도 한번쯤 그런 부분의 재정비가
필요할 거 같아, 서점에 들러 맞춤법에 대한 책을 살펴 보았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이 책 저 책을 뒤지다 게중 맘에 들어 고른 이 책.
이 책은 아홉 개 부문으로 나눠 혼동하기 쉬운 표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맞춤법 : 갈게 / 갈께, 나무꾼 / 나뭇군, 부잣집 / 부자집, 뒤풀이 / 뒷풀이, 확률 / 확율
- 표준어 : 개비 / 개피, 괴발개발 / 개발새발, 구시렁거리다 / 궁시렁거리다, 두루뭉수리 / 두루뭉실, 만날 / 맨날
- 어휘 : 간질이다 / 간지럽히다, 갑절 / 곱절, 계발 / 개발, 못 미쳐 / 못미처오랫동안 / 오랜 동안
- 표준 발음
- 외래어 표기 : 마사지 / 맛사지, 윈도 / 윈도우, 주스 / 쥬스, 비전 / 비젼, 카페 / 까페, 케이크 / 케익
- 띄어쓰기 : 하고서부터 / 하고서 부터, 귀가 시 / 귀가시, 너뿐 / 갔을 뿐, 서울역 / 도쿄 역, 알 만하다 / 알만하다
- 문장부호
- 문법 : 가능한 한 / 가능한, 그러고 나서 / 그리고 나서, 쓰라 / 써라, 예부터 / 옛부터
- 언어 예절
위 부문별 예시에 대해 정확한 해석을 할 수 있으면 굳이 이 책을 볼 필요가 없는데,
이 책의 내용을 대충 살펴보니 그동안 내가 전혀 모르고 사용했던 것 들도 꽤 많아 놀랐다.
내가 이 책을 보고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일찍 유학을 간 재원이가 후에 어찌 자기 아이들 맞춤법 교육을 시키겠나..
천상 할아버지 할머니 몫이 될 거라 생각하니, 우리 부부가 열심히 숙지해야 한다. ^^#
사족 : 근데, 이 책 제목이 맘에 안 든다.
[나만 모르는 우리말]이라니...
[내가 모르는..]도 아니고, [나도 모르는..]도 아닌, [나만 모르는..]이라고 하니, 마치 나만 바보인 거 같다.
'나의 폴더 > 나, 그리고,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취미는 세대를 초월하게 한다 (0) | 2012.05.12 |
---|---|
납골묘를 보며 드는 생각 (0) | 2012.04.07 |
지연이의 애리조나 방문 (0) | 2012.01.30 |
2012 목표 내지 희망 (0) | 2012.01.01 |
생각치않고 지내던 내 모습 (0) | 2011.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