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마중
보고 듣고 느끼고/렌즈가 보는 세상 2011. 9. 15. 23:28 |낮 기온은 아직 높고, 그만큼 낮은 아직 뜨겁다.
하지만, 일교차가 심해 밤엔 이제 서늘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기온이 아무리 버티려 해도 계절을 거부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이다.
그렇게 스멀스멀 다가오는 가을을 마중나가 보았다.
가을의 코스모스는 여러 색을 입고 있다.
이제 막 수줍게 자신을 알리는 듯한 풋풋한 느낌의 분홍색도 좋고,
성숙함과 요염함을 맘껏 발산하는 듯한 진홍빛도 좋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를 가꾸는 듯 청초함을 주는 흰색 코스모스가
내겐 더 가을처럼 와닿는다.
도심에서 보기 힘든 대추.
특히 파란 대추는 도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익숙치가 않다.
오랜만에 접하는 탱탱한 파란 대추는 주름잡힌 빨간 대추에 익숙한 나에게 활력의 아이콘처럼 다가왔다.
저렇게 나무에 매달려있는 사과를 본지가 언제였는지 기억에 없다.
마트나 과일가게에서 수없이 보아온 사과는 늘 유광의 표면이었다.
발갛게 홍조를 띄워가는 무광의 질감이 [햇]과 [풋]의 의미를 생각케 한다.
사과를 먹고 싶기 보다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구나..
가을은 삼원색이다.
파란 하늘도 있고. 노랗게 익어가는 들녘도 있지만, 빨간 고추도 가을을 전해준다.
바닥에 누워 햇살을 쬐는 빨간 고추는 매달림에서 해방된 노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다소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생의 부분이 아니겠는가.
내가 마중나갔던 가을은 이렇게 내게
풋풋함과 발랄함과 꿋꿋함, 그리고, 약간의 소외감 등 변해가는 우리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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