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고구마를 캐고와 허리를 편히 하려고 사무실에 내려가 쉬고 있는데,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장님.. 코트라에 계신 분이 오셨는대요."

'KOTRA..?  누구지?  이제 KOTRA에서 올 사람이 없는데..'

한때, KOTRA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까사미오를 자주 찾아주셨었다. 
게중에 특히 세분이 돌아가며 한달에 두세번씩은 까사미오를 찾아주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세분이 모두 금년에 해외로 발령이 나셨다.
한 분은 독일로, 한 분은 인도네시아로, 그리고, 또 한분은 미국으로.
그리고는 KOTRA에 계신 분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레 뜸해진지 꽤 오래다.

그런데.. KOTRA라니... 
혹시.. 이 친구가??
문득 얼굴 하나가 떠오르며 일렁이는 마음을 안고 까사미오로 올라갔다.

역시...  
내 마음에 떠오른 얼굴이 환한 미소와 함께 내 눈 앞에 다가온다.    
  



KOTRA의 박성호 부장.(왼쪽)
금년 초 블로그 (
http://blog.dreamwiz.com/tahi/12287244) 에 그와의 만남을 소개했던 친구다. 

까사미오를 통해 알게된 고마운 사람인데, 지금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에서 근무 중이다.
해외지점 회의가 있어 잠시 들어왔다는데, 그 짧은 일정에 나를 잊지않고 찾아준 것이다.
그것도 회사에서 가장 절친한 동료와 함께.

며칠 안되는 잠깐의 출장길에 만나야할 사람도 많을텐데, 잊지않고 찾아준 情이 어찌나 고마운지..
박 부장이 함께 동행한 친구에게 우리가 알게된 경위를 설명하던 중에 이런 말을 한다.
"까사미오를 와보고 직원들에게 와인을 싸게 파는 집을 알았다 라고 안하고, 와인을 양심적으로
  판매하는 곳을 알았다 라고 말했다" 며, 싸게 파는 것은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거지만, 
양심적으로 판다는 것은 주인의 품성까지 포함된 표현이라고 덧붙인다.

글쎄..  그만한 칭송을 받을만한 자격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사려깊은 표현을 해줬다니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이번엔 내가 박성호 부장의 동료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둘은 이 좁은 공간 밖에서는 만난 적이 없다.  아~ 딱 한번 함께 노래방에 간 적이 있었지만,
그것도 여기서 2차를 간거고, 낮에 만나 점심을 같이 했다거나, 별도로 다른 곳에서 술을 마셨다거나,
주말에 골프를 같이 쳐본 적이 없다.  오로지 이 가게에서만 만났을 뿐이니, 서로가 사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그럼에도 이렇게 서로에게 정을 느낀다는게 참으로 신기하다.

그렇다.  그렇게만 만난 관계임에도 이리 친숙해질 수 있다는게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 날, 시간이 늦어지면서 박 부장의 휴대폰이 계속 울린다.
부모님 댁에서 머무는데, 언제쯤 들어오느냐는 모친의 전화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도 자식은 자식.
열달 만에 들어와 잠시 머무는 자식의 얼굴을 왜 조금이라도 더 보고싶지 않으시겠나.
좀더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런 모친의 마음을 생각하니 차마 내 욕심만 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졌다.

오늘쯤 독일로 다시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은데, 다시 보려면 또 1년쯤 걸리겠지만,
그래도 이런 만남이 있어 삶이 윤택해지는게 아닐까. 
이런 행복감을 주고 간 박성호 부장이 새삼 고맙다.

한국에 출장오게 되면 아무리 바빠도 까사미오만큼은 꼭 들릴거라는 약속을 잊지않고 지켜준
성.호.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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