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가 우리 식구가 된 이후 새로 생긴 습관 하나.

아침에 일어나면 꼬맹이 물을 갈아주고, 화장실을 치워준다.
외출을 할 때는 꼬맹이를 위해 화장실 세면대에 물을 채워주고,
신선한 공기 유입을 위하여 베란다 문을 조금 열어놓는다.
사료를 점검하는건 기본이다.

처음 이런 행동을 하는 내게 아내와 지연이가 말이 많았다.
화장실이건 물이건 그렇게까지 자주 갈아주지 않아도 된다고.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반박했다.
"사람이라면 플러싱 하지않은 변기에 일을 보고 싶겠냐?
 상큼한 물을 마셔야 기분이 좋지, 미지근한 물 마시고 싶겠어?
 그리고, 신선한 공기도 마셔야지, 어떻게 매일 답답하게 있어?"

그리고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꼬맹이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말 못하는 장애인이라고 생각한다.
 하고싶은 말이 있어도 의사표시를 못한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답답하겠어..
 그러니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가 미리미리 생각해서 챙겨줘야지." 

아내는 이 말을 듣고 '이 사람은 정말 감성이 풍부한 사람' 이라고 감동받고
동물을 키울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나중에 그러던데, 어쨌든
아내가 감동한 나의 풍부한 감성 덕분에(?) 꼬맹이는 확실히 길이 잘 못 들여진게 사실이다.

이제 꼬맹이는 방금 틀어준 새 물이 아니면 입을 안대고,
하루라도 화장실을 안치워주면 짜증스러워 하고,
사료가 얼마 안 남아있으면 미리 채워 놓으라고 징징대고,
심지어는 베란다 창문을 닫을라치면 멀리서 달려와 닫지말라고 울어댄다.
이런 말이 믿어질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렇다.
우리 식구는 다 아는 사실이다.






이제는 아예 자기 살림을 어떻게 챙기는지 꼬맹이에게 감시를 받는 느낌이다.

그래서 아내와 지연이에게 늘 타박을 받는다. 아빠 때문에 얘가 이렇게 됐다고..
언젠가부터 꼬맹이 화장실 정리는  아내의 아침 고정일과가 되어버렸다.


언젠가 아내가 수다가 늘은 꼬맹이를 바라보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꼬맹아~ 네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그럼 우리 재밌을텐데.."

그 말을 듣고 나도 그러면 얼마나 재밌을까.. 생각을 했는데,
그러다 바로 아내에게 그럼 안될거 같다고 말했다.

의사소통이 된다면 안그래도 말 많은 녀석이 계속 따라다니며,
"물 주세요..  어딜 가요? 나가지 말아요. 함께 있어요. 창문 열어주세요.
 화장실 안치워요?  배고파요. 사료도 이제 다른 걸로 사다주세요..." 등등..
하루종일 쫑알거리면 그거 다 들어줄 수도 없고, 안들어주면 계속 조를테고...
얼마나 정신이 없을까.. 차라리 뭔말인지 모르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부모자식간에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어려움을 모르고 (혹은 알면서도) 자기 요구만 하는 자식이 있다면,
부모는 자식이 바라는걸 해주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에 처음엔 미안하고 안쓰러울거다.
하지만 계속 막무가내로 조른다면 나중엔 짜증이나고 큰소리가 나오게 된다.

반면에, 자식이 필요한게  있음에도 마음에 담고만 있다면,
부모는 그런 자식에 대해 미안함에 애틋함이 더해지게 된다.

애완동물과도 그렇지않을까..  애완동물과 서로 대화가 된다면,
처음엔 재밌을지 몰라도, 어처구니없는 요구에 나중엔 짜증이 늘고 싸우게 될지 모른다.
오히려 말을 알아들을 수 없기에 애완동물이 전하고자 하는 의사와는 무관하게
나만의 생각으로 받아들이며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재롱둥이가 되는게 아닌가.




그러기에 우리는 꼬맹이가 우리를 따라다니며 "냐옹~~" 거리면,
"꼬맹아.,뭐?  물?" 하면서 새 물을 받아주고, 물에 관심이 없으면 "물 아니야? 그럼 먹을거?" 하면서 그릇을 확인하고,
그도 아니면 "그럼 뭐야?? 화장실??" 하면서 화장실의 상태를 확인하며 꼬맹이가 바라는게 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생각과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는게 꼬맹이와 서로 동화되는 과정이라고 믿으면서.

그런걸보면, 때론 통하지않는게 상대에게 더 진지해지는 계기가 되는거 같다.
언어가 통하지않는 사람에게 의사전달을 위해 손짓발짓 해가며 집중하는 것 처럼.

꼬맹이와의 동행에서 그런걸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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